김 변호사는 이날 새벽 0시3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를 나서며 '자료를 제출했느냐'는 질문에 "갖고 있는 자료를 한꺼번에는 아니지만 하나씩 내고 있다"며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 실시로 검찰 수사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검찰이 능력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최대한 수사를 한 뒤 특검이 받아서 수사를 하고, 미진한 것이 있으면 검찰이 다시 받아서 하면 된다"며 다소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김 변호사 측은 일단 검찰의 수사의지에 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특별본부 수사 의지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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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특별수사·감찰본부 출범과 함께 이건희 회장 등의 출국금지, 차명의혹 계좌추적, 김용철 변호사 소환 등 '삼성 비리 의혹' 수사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던 검찰이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29일 오후 특별수사·감찰본부의 김수남 차장검사는 "특검법을 정부가 수용함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특검의 원활한 향후 수사진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 국한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범위를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 수용 발언을 하면서 "2중 3중의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의 영향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특검이 출범하게 될 한 달 뒤까지 끝낼 수 없는 수사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26일 박한철 본부장이 "특검법이 공포돼 시행에 들어갈 때까지 한 달여 동안 최선을 다해 필요한 사항 조사를 하고 발족과 동시에 수사 상황과 결과를 인계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던 것에 비해 몇 걸음 물러난 셈이다.
"한 달에 끝낼 수 없는 수사, 수사 방향 노출해선 안 돼"
반면 검찰이 수사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사 방향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김 차장검사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수사, 피의자에게 내성을 길러줄 수 있는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의 방향을 미리 노출할 경우 수사 대상이 검찰의 수사에 대비할 시간과 논리를 개발할 우려가 있다"며 "확실한 단서를 잡고 파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면 미리 상대에게 카드를 빼 보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이 김 변호사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추가 진술과 자료'를 검찰에 얼마나 내놓느냐에 따라 '한 달'이라는 시한부 검찰 수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다만 이번 수사가 한 달 내에 마무리 지을 수사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전광석화'와 같은 수사라고 평가 받는 현대차 비리 수사도 2006년 3월 기습적인 현대차 본사 및 글로비스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된 이후 정몽구 회장이 기소되기까지 2개월여가 걸렸다. 따라서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가 연속성을 가지며 이어질지도 이번 '삼성 비리'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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