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국야구에 적응할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난 26일 롯데 자이언츠가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메이저리그 출신 제리 로이스터(55)를 사령탑에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야구팬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팬들은 순식간에 로이스터 감독의 선수시절 기록과 지도자 경력을 각 야구 관련사이트에 게재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검색어 순위에도 1위로 등극할 정도.
특히 한국 프로야구도 외국인 감독 시대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환영과 걱정을 동시에 나타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내년이 기대된다
우선 팬들은 롯데의 뒤늦은 감독 선임과 외국인 감독 영입에 대해 "늦은 감은 있지만 내년이 기대된다"고 축하를 보냈다. 또 롯데팬이 아닌 야구팬은 "빨리 내년이 와서 롯데와 붙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내년 롯데의 성적이다. 롯데는 최근 7년 동안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따라서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1년이었지만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을 거친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또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 감독 선임에는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롯데가 그 어떤 팀보다 강했던 연고주의와 지역주의에서 탈피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동안 롯데는 거의 대부분 지역 출신 감독을 뽑아왔다. 지역 정서를 강조해왔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노출됐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로이스터 감독의 편견없는 잣대를 통해 선수들은 이름값을 버리고 오직 경쟁 속에서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 본인으로서도 롯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02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갑작스런 '감독대행'으로 시작해 2주 후 정식감독으로 데뷔했지만 결국 좋지 못한 성적으로 물러나야 했다. 결국 1년이라는 충분하지 못한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롯데를 통해 어필할 수도 있다.
선수들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미국의 선진 야구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로이스터 감독은 "투수 코치를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아직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야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중요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선별력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인 만큼 로이스터 감독 만큼 확실할 수 없으리라는 예상이다. 사실 롯데는 그동안 호세 외에 이렇다할 강한 인상을 심은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
◆과연 기대를 걸만 한 것일까
반면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이라고 성적도 그렇게 나올까"라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팬들도 적지 않다.
인기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외국인 감독이 없었던 야구였고 근성없는 선수들과 열악한 한국야구의 현실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많다.
그동안 롯데 선수들은 근성없는 야구를 한다고 팬들로부터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또 마이너리그보다 못한 야구장 시설 때문에 로이스터 감독이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는 반응이다.
내년에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감독도 외국인 선수처럼 시즌 도중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표정도 내보였다.
반면 내년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가 돌풍을 일으킬 경우 나머지 7개 구단이 모두 외국인 감독 타령을 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야구팬들이 걱정하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겪어야 할 로이스터 감독의 문화적인 이질감이다.
구단 프런트와의 관계를 비롯해 한국인 코치들 혹은 선수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협화음 때문에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26일 경남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팀을 위해 여러 가지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한 만큼 구단에 다양한 직언을 쏟아낼 예정이다.
또 "무엇보다 기본에 대해 선수단에 주문하겠다"며 "한국야구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선수들에게 많은 노력과 특히 팬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야구인이 되도록 주문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롯데의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더욱 흥미로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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