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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패공화국'으로 되돌아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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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패공화국'으로 되돌아가려나"

홍성태의 '세상 읽기' <15> 2007년 대선과 한국의 미래

200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등록이 끝났다. 모두 12명의 후보자들이 나섰다. 역대 최고의 경쟁률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이보다 더 특이한 것은 이명박 후보가 '독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뒤를 이회창 후보가 잇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독주'는 가장 특이한 현상으로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진지한 연구대상이 될 만하다. 도대체 왜 이토록 많은 국민들이 이렇듯 열렬히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일까?

아무튼 대통령은 중요하다. 대통령은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일수록 그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서관, 장·차관, 기관장 등 수천개의 자리에 대해 대통령은 직접적 인사권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니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게 투자하는 것은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한 당 안에서도 파벌들의 대립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찍이 성호 선생은 당파싸움의 원인에 대해 '자리는 적은데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눠 가질 자리가 한정되어 있으니 한 당 안에서도 파벌들의 대립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가 이런 이권다툼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은, 한편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분명히 불행한 것이다.
▲2007년 대선 유세 첫날. 한 후보자의 유세장에 몰린 유권자들. ⓒ뉴시스

우리는 이 '불가피한 불행'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부패세력의 발호를 막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부패세력은 사익을 위해 부패를 저지르는 세력이며, 나아가 부패를 널리 만연시켜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세력이다. 부패는 백화점을 무너뜨리고 안보도 위협하며 경제도 취약하게 만든다. 한국은 여전히 부패문제가 심각한 나라에 속한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지만 부패지수는 세계 40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 나라는 부패의 덫에 걸린 비정상적 국가이다.

이제 앞으로 22일 동안 후보들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후보들은 전국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에도 나와서 자기들의 생각을 밝힐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앞으로 22일은 일방적 '선거운동기간'이 아니라 심층적 '후보평가기간'이어야 한다. 후보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선거운동만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다음의 두 가지 점에 유의해서 후보들을 열심히 평가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후보의 자질과 능력이다. 비도덕적이거나 무능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도덕적 자질이다. 도덕적 자질이 훌륭한 지도자는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두루 등용해서 좋은 정치를 펼칠 수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에 관한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가 어릴 적에 마당의 벚나무를 베어버렸다. 화가 나서 누구의 소행인가를 묻는 아버지에게 그는 사실대로 이야기했고, 이 때문에 그는 야단을 맞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들었다. 사실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미국인이 대통령의 자질로 도덕성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둘째, 후보의 정책공약이다. 공약은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후보는 공약을 잘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발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사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에 관한 평가는 상당히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약은 그렇지 않다. 그 내용이 과연 발전적인 것인가,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인가, 표를 얻기 위한 그럴 듯한 주장은 아닌가 등을 세세히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후보들에게 최선을 다해 제대로 공약을 입안해서 제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후보는 무능한 후보로 단정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언제나 두 가지 점이 모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전자가 전제적 논점이라면, 후자는 정책적 논점이다. 따라서 전자보다 후자가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 정치가 한 단계 발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에 대한 정책적 약속으로 평가받고 선택되는 '공약정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서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월 23일 대선시민연대에서는 민주사회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정책공약 평가토론회를 열었다. 경제, 노동, 교육, 여성, 복지, 환경, 지역, 외교, 평화, 국방 등의 주제에 관해 권영길, 문국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등 다섯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이었다. 우선 유력한 후보일수록 공약의 미비와 부실이라는 문제가 드러났다. 다음에 역시 유력한 후보일수록 '경제화'라는 문제가 보편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으로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대해 언론은 물론이고 시민사회 전반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4시간에 걸친 토론회를 마치고 토론장을 떠나는 마음은 꽤나 어두웠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이 답답했던 것은 분명 비 때문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비정상적 현실, 그리고 공약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공약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현실, 이것이야말로 검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그 밤보다 더 어두운 미래를 품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정책공약에 관해 토론하고 평가하는 다양한 자리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책공약에 관한 이야기도 학교에서, 직장에서, 식당에서, 술집에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고성장 속의 양극화, 생태위기'라는 '한국병'이 앞으로 5년 동안 치명적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정책공약이 제시되고 실천되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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