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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카드 만들지 마!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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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카드 만들지 마! 위험해!"

[생체여권? 나쁜여권!②] 뻔한 인권침해, 안 보이세요?

2005년 '여권 대란'을 기억하는가? 외교통상부는 당시 위·변조 등 보안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사진부착식 구여권을 사진전사식 신여권으로 교체했다. 여권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충분한 사전 대책없이 시행한 이 정책으로 여권 발행을 대행하는 일부 기관에서는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런데 정부가 2년 만에 다시 여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섰다. 즉 현재 사용 중인 사진전사식 여권을 지문 등 생체정보를 담고 있는 '생체여권(전자여권)'으로 바꾸겠다는 것. 첫번째 이유는 테러 방지와 보안 강화다. 생체여권에 담길 지문 정보가 본인 확인을 쉽게 해, 결국 생체여권이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정말 생체여권이 이런 편리와 안전을 담보하게 될까? 이를 지켜보는 전문가와 인권단체 활동가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정부가 강조하는 생체여권의 장점은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제대로 검증된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위장된 편리'와 맞바꾸게 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막대한 기회비용라는 것이다.

"자기 정보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정말 그럴 수 있을까?

"지문정보를 담은 생체여권 도입이 가져올 인권침해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개인 프라이버시(사생활)에 관한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조백기 상임활동가는 생체여권의 가장 큰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자유를 뜻한다.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며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right of privacy)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생체여권에 지문 등 생체정보를 넣을 경우 국가는 물론 기업이 개인의 이동을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식별에 필요한 광범위한 생체정보가 정보기관에 집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권단체는 국가가 국민의 생체정보를 기존 개인정보와 결합할 경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탐지할 수 있게 되는 '빅브라더'의 감시체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개인정보자결권'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년 5월과 7월 각각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한 지문채취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졸업생의 신상정보를 수록하는 것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은 정당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며 이를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했다.

여권을 왜 만드나? 기존의 정보로도 목적 충분히 달성
▲ 인권활동가들은 여권이 외국에 여행 중인 여권 소지자의 신분 확인을 위한 것이라면, 기존의 여권으로도 충분히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프레시안

인권단체들은 실제로 여권의 쓰임새를 감안하면 여권이 지금처럼 '진화'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조백기 활동가는 "개별 국가의 생체여권 도입 현황과 여권의 본래 사용 목적, 개인정보에 대한 국제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여권에 기재되는 정보가 여권 소지자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정보를 수록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여권이 외국에 여행 중인 여권 소지자의 신분 확인을 위한 것이라면, 기존의 여권으로도 충분히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문정보 등 생체정보는 생태성, 일신전속성, 영속성의 특성이 있는 민감한 정보로 간주된다. 이런 정보를 수집하거나 관리할 때에는 다른 개인정보보다 더 엄격한 절차와 기준에 의해 수집되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양심적·종교적 이유로 인해 생체정보 제공을 거부하거나 장애나 지문이 손상되어 생체정보를 제공할 수 없거나 채취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인권활동가들의 시각이다.

조백기 활동가는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헌법 제19조와 제20조의 양심·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야기하거나 특정 행정절차참여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여권발급을 원하면서도 이러한 한계 때문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헌법 제14조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또다른 차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백기 활동가는 한 발 더 나아가 "사용 목적과 전혀 관계없는 주민등록번호의 여권 기재사항 포함도 철회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간의 편리를 위해 꼭 지켜야 할 권리 포기해선 안돼"
▲ 당첨될 확률이 지극히 낮은 경품을 위해 많은 이들은 이름과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까지 기업체에 쉽게 제공한다. 또 적립금이나 마일리지 보너스를 위해 멤버십 카드를 만들고, 이를 위해 자세한 신상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프레시안

그러나 이처럼 생체여권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작 생체여권 자체에 많은 이들은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조백기 활동가는 "이는 정부, 사법기관, 기업, 언론 등에 의한 개개인에 대한 사생활의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첨될 확률이 지극히 낮은 경품을 위해 많은 이들은 이름과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까지 기업체에 쉽게 제공한다. 또 적립금이나 마일리지 보너스를 위해 멤버십 카드를 만들고, 이를 위해 자세한 신상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점 때문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무관심하며, 관공서에서는 도장 소지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지문날인을 쉽게 권하고 있다.

조백기 활동가는 "이처럼 일상적인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가 만연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감시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내성이 생기게 됐다"며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이전에는 그것을 꼭 지켜야 할 권리로 생각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조백기 활동가는 "사람들은 약간의 편리함을 위해 프라이버시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빅브라더'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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