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이 내부 고발자에 대한 징계를 철회할 경우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겠다면서 사실상 징계 강행을 주장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적십자 노조 규탄성명 내**
이같은 사실은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총선운동이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 13일 '반개혁적인 적십자사 노조를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통해 대한적십자사 노조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공론화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한 적십자사 관계자가 최근 '노조가 내부 고발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적십자사가 내부 고발자 징계 방침에 대한 책임을 노조로 떠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주장은 프레시안 확인 결과 일부 사실로 나타났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1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징계 방침에 대한 국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내부에서 징계 철회가 검토되던 중이었는데, 노조가 조합원 서명까지 들이대면서 징계 강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해왔다.
***적십자노조 "사실 아니다. 그러나 징계는 해야"**
그러나 적십자사와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적십자 노조 관계자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적십자 노조 장인순 위원장은 1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일은 사실무근이고, 더구나 파업을 들먹이면서 징계를 압박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장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내부고발자 징계에 동의하는 이유에 대해선 "공익제보라면 노조가 당연히 앞장서서 제보자를 보호해주어야 하지만, 징계에 동의하는 이유는 이 제보자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마치 이들이 안이하고 태만한 관리가 있었던 것처럼 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적십자사 노조, 처음부터 사측과 한 목소리**
적십자사 노조는 지난해 7월 내부 고발자의 제보를 통해서 공중파 방송을 통해 '혈액 관리 실태'의 문제점이 보도된 이후 줄곧 사측과 한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11일 본부지부 의장의 명의로 "총재는 조직을 음해한 불순세력을 엄중 처벌하라"는 성명서를 내는 등 내부 고발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모는 데 앞장섰다. 이후에도 노조는 지속적으로 내부 고발자를 징계를 주장하며 경영진을 압박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총재에게 "내부 고발자를 사규에 의해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요청한 내용이 포함된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적십자사 노조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3월30일 프레시안 보도에 대해서 노조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일에 연루된 내부 고발자의 제보는 결코 '공익 제보'가 아니며, 마치 적십자사 노조가 '어용노조'인 것처럼 묘사한 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한다"면서 "관련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를 준비해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나서라"**
이같은 적십자사 노조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제2의 현대중공업 노조' 사태가 아니냐는 눈총을 주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하의 적십자사 노조가 어떻게 사측과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내부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감사원이 이미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이 때 적십자사 노조의 행태는 이 노조가 민주노조운동의 가치와 이념을 가지고 있는 노조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노조의 이런 노사 야합적인 행태는 적십자사 전체 조합원의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런 사태를 야기한 현 노조 지도부의 책임을 묻고, 분명히 징계해 노동운동의 건강성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노조가 현재와 같이 부패한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훨씬 더 강력한 행동으로 응징할 것"이라며 "변화를 거부한다면 노조 역시 적십자사측과 함께 개혁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상황 예의주시, 아직은 나설 단계는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적십자노조 징계 요구를 받고 있는 보건의료노조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상급단체가 나설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적십자사 노조와 공익제보자 사이의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가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다"며 "문제가 미묘한 만큼,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에서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공익제보자와 적십자 노조의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이나, 섣불리 상급단체가 징계를 들고 나왔을 경우 자칫 그 파장이 노ㆍ노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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