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인들은 '경제적 동물'입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인들은 '경제적 동물'입니까?"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25> 유럽서 '한국' 망신시키는 한국타이어

지난 18개월 동안 15명의 임직원이 죽어나가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한국타이어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동조합연맹(ICEM) 세계총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8개 월 동안 15명이 죽어나간 한국타이어, 밖에서는 어떨까?

한국타이어는 금호타이어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이어 기업입니다. 일본제국주의가 태평양전쟁으로 치닫던 1941년 설립된 한국타이어는 국내 시장의 45%, 중국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타이어업계에서는 7위의 자리를 점하고 있습니다. 1962년 국내 최초로 타이어를 수출한 한국타이어는 지금 중국과 헝가리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으며,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3조 원 시대를 연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한국타이어 공장에서는 최근 자꾸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불과 1년 반 사이 죽어간 15명은 심장질환과 과로사 등 산업재해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민주적인 노사관계와 반인간적인 노동환경이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일어난 연이은 죽음의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노동부가 직접 나서 특별조사를 벌이고 있기도 합니다.

ICEM 세계총회에서 한국타이어가 화제가 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더니, 국내에서 비민주적인 노사관계와 반인간적인 노동환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헝가리에서도 현지 노동자들과 법률을 무시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헝가리 라쯔얼마쉬 공장은 한국타이어가 중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갖고 있는 해외공장입니다.

ICEM 세계총회에서 만난 헝가리 노조간부 떠마쉬 세께이(Tamas Szekely) 씨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타이어의 참 모습을 상세하게 얘기해줬습니다. 스제켈리 씨는 헝가리에서 가장 큰 노조인 화학에너지일반노조(VDSZ) 부위원장입니다. VDSZ는 101년의 역사를 가진 오랜 노조이며 화학, 제약, 타이어, 석유, 제지, 가스, 알루미늄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3만 명으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그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불법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떠마쉬 세께이 헝가리화학노조(VDSZ) 부위원장. ⓒ프레시안

-헝가리에 세워진 한국타이어 공장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 공장의 정식 이름은 한국타이어헝가리유한회사입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남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라쯔얼마쉬 시에 자리하고 있죠. 지난 여름부터 타이어 생산을 시작해 2010년에는 연간생산량 1000만 개, 종업원 수 1500명 고용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헝가리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한국타이어가 투자한 돈은 3억6000만 유로라고 합니다.

여기에 헝가리 정부가 외국인투자 촉진을 위한 보조금으로 1000만 유로를 지원했습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헝가리 국민의 세금도 공장 건설을 위해 들어간 셈이죠. 헝가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투자였기 때문에 헝가리 정부가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라찰마스 시에 '한국(Hankook)'이라 이름을 붙인 신생 구를 설치해서 주소도 헝가리 라찰마스 '한국'구 1번지 뭐 이런 식으로 정해주었습니다.

-그렇군요. 한국(Hankook)이 대한민국의 약자로 영어로 하면 "the Republic of Korea"가 된다는 사실을 우선 알려드리고 싶군요.

오호! 그렇습니까. 재미있군요. 한국(Korea)의 대표적인 타이어기업에 걸맞은 이름 같군요. 그런데 지금 한국(Hankook)이라는 고유명사는 헝가리에서 반한감정(anti-Koreanism)을 부추기는 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도 무시한다"

-한국타이어 때문에 반한감정이 생긴다는 얘기신가요? 한국에서도 한국타이어는 전근대적이고 비인간적인 노사관계로 유명한데요. 헝가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법에 보장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2007년 6월 11일 한국타이어 라찰마스 공장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었습니다. 종업원 300명 가운데 200명이 VDSZ 노조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우리 노조에서는 한국타이어의 비민주적인 노사관계를 벌써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조원 명단을 일단 비밀에 붙여 지도부를 선출했습니다. 그리고 6월 27일 사측에 노조 결성 사실을 알리고 노조 인정과 정식 교섭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경영진이 하는 말이 "VDSZ이 조직한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 노조원 명단을 밝히지 않으니 누가 노조원이고 누가 지도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였습니다.

-VDSZ 같은 상급노조가 노조원 명단을 밝히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나요?

물론이죠. 헝가리 노동법에 따르면 새로 만들어진 노동조합과 그 노조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원과 지도부 명단을 비밀에 붙이는 것은 위법이 아닙니다. 명단의 공개 여부는 전적으로 노조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죠. 특히 한국타이어처럼 비민주적인 노사관계가 문제시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대신 VDSZ처럼 헝가리 정부로부터 공신력을 인정받는 상급노조가 나서는 것이죠. 이미 말씀 드린 대로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 노동자들이 속한 VDSZ는 101년의 역사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합법 노조입니다.

60%가 비정규직, 정규직도 고용불안…밖에서도 여전

-VDSZ에 속한 노조원 명단을 밝히고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한국타이어헝가리공장의부당노동행위소식을알리는 VDSZ노조신문. ⓒ프레시안

지난 주 한국타이어 노조 지도부 가운데 1명이 해고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가보르 어스딸로쉬(Gabor Asztalos)입니다. 종업원 가운데 누군가 사측에 알린 모양입니다. 노조원의 이름이 알려지면 사측은 계약해지나 해고로 대응할 게 뻔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11월 현재 한국타이어 헝가리공장의 종업원이 800명으로 불어났는데, 그 가운데 60%가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800명 가운데 500명이 우리 노조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노조원 가운데는 하청업체 직원도 많습니다. 이들의 경우 더더욱 명단 공개가 계약해지나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비정규직 비율이 60%나 되다니 충격이군요. 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당연히 대부분이 타이어 생산이지요. 제가 알기로는 대략 3~6개 정도의 하청업체가 한국타이어 공장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타이어가 직접 채용한 나머지 40%의 노동자들이 정규직(permanent)인 것도 아닙니다.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도 8~9개월의 견습기간을 거쳐서 정규직 채용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합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헝가리에서도 수습기간은 3개월 정도입니다. 한국타이어가 지나치게 긴 것이죠. 한국에서 파견 나온 한국인 노동자들을 뺀다면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 노동자들은 100% 비정규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타이어가 다른 다국적기업의 흉내라도 내면 좋겠다"

-헝가리에 진출한 외국 타이어 기업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한국타이어가 헝가리에 미리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전략을 흉내 내는 것은 아닌가요?

제발 흉내라도 내면 좋겠습니다. VDSZ은 한국타이어 말고도 미셀린(프랑스 기업), 콘티넨탈(독일 기업), 피닉스(독일 기업) 같은 다국적 타이어 업체에서도 노조를 조직해놓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에서는 노조를 조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경영자들도 우리 노조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조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헝가리에 진출한 타이어 업체 중에서 한국타이어만이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인 노동조합의 결성, 즉 결사의 자유와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돈은 덜 주고 위험은 더 높고 게다가 차별까지…"

-노동조합 결성 권리를 부정하는 것 말고 다른 문제는 없나요?

일단 다른 타이어 기업들에 비해 임금이 낮습니다. 헝가리 타이어 산업의 세전 평균 임금은 월 18만 포린트(Forint) 정도 되고, 세금 등을 떼고 나면 13만 포린트 정도 됩니다. 그런데 한국타이어는 세전 임금이 12만 포린트, 실제 노동자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임금은 8만~9만 포린트입니다.

노동시간 역시 훨씬 깁니다. 헝가리 노동법은 초과 근무시간을 연간 20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장을 가동한 지 반년이 조금 지난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이미 연장근무로 600시간을 일했습니다. 명백한 불법입니다. 또한 국경일 휴일도 당연히 임금을 받으며 쉬어야 하는데,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국경일에도 공장에 출근해 일해야 했습니다.

작업장 보건안전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으로 지난 1년 사이에 열 명도 넘는 노동자들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헝가리 공장에서도 재현될 우려가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주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해 노동자 2명이 부상당했습니다. 타이어 재료를 섞는 기계가 오작동을 하는데도 한국인 관리자는 계속 원료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고, 무리한 작업 과정에서 3톤에 달하는 원료가 쏟아져 내려 노동자들이 상처를 입은 것이지요. 소방차가 출동하기까지 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기계 작동을 중단할 것을 원했지만, 한국인 관리자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사고가 난 거죠.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인 종업원과 헝가리 종업원 사이에 명백한 차별 대우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출근을 하면 전날의 과음 여부를 검사하는 알코올 테스트를 하는데, 한국인들은 테스트를 받지 않아도 되는 데 비해, 헝가리 노동자들은 테스트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라찰마스 지역은 물론 헝가리 전체에서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인의 과음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요. 라찰마스 공장 인근의 술집들은 저녁마다 한국타이어에 근무하는 한국인들로 떠들썩하고, 제가 듣기로는 한국인들이 다녀가면 토사물로 가득 찬 화장실 청소하느라 술집 주인들이 바쁘다고 합니다. 전날 과음으로 공장에 출근해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음주 테스트를 받지 않습니다. 공장 밖 지역 사회에서 과음으로 추태를 벌이고, 공장 안에서는 음주 테스트와 관련하여 헝가리 노동자들이 차별당하니 반한감정이 커지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말씀을 듣다 보니 한국타이어가 국제노동기준이나 헝가리 노동법에서 보장한 노동자 권리를 침해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헝가리 정부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나요?

보통 헝가리 정부는 노동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한국타이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입니다. 한국타이어 문제가 그만큼 정치사회적인 문제로 커졌다는 뜻이겠죠. 노동법의 초과근로시간과 휴일 조항을 위반한 건으로 노동부가 한국타이어에 800만 포린트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입국 서류도 없이 한국인 관리자들을 30명이나 입국시켰는데, 이것도 들통 나 1600만 포린트의 벌금이 추가로 부과되었습니다.

헝가리 법률은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정부가 인정하는 노동조합과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도 엄청난 액수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고, 당연히 우리 노조와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합니다. 제가 얼마 전 헝가리정부의 수상을 만나서 한국타이어 사건을 설명했습니다. 페렌쯔 쥬르챠니(Ferenc Gyurcsany) 수상은 "한국타이어가 정부 돈을 받았으니, 당연히 노조와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헝가리 노동법을 배우는 중'이라고요?…"헝가리의 반한감정 심각하다"
한국타이어헝가리공장개소식.헝가리경제부장관을비롯해한국타이어경영진과한국대사관인사가참가했다. ⓒ프레시안

-한국대사관이나 한국정부에 항의한 적은 없습니까?

지난 9월 한국의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헝가리 대통령과 수상이 한국타이어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 한국의 국무총리가 한 이야기가 걸작이었습니다.

"우리는 헝가리 노동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게 다입니다. 국무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헝가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대기업의 반노동 행위와 그로 인해 반한감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했을지 의문입니다. 한국타이어 경영진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아서 제가 직접 부다페스트의 한국대사관에서 영사를 만났는데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 지금껏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사관 근무자들이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문맹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국기업을 두둔하기 바쁜 경우도 많고요. 일례로 베트남노동조합총연맹(VGCL)도 현지 한국기업들의 인권유린 실태가 너무 심각해서 하노이에 있는 한국대사관과 정례모임을 갖지만, 그게 한국정부에 제대로 보고되는지 혹은 한국 사회에 충분히 알려지는지 의문입니다. 부다페스트의 한국대사관도 마찬가지로 보이네요.


그 말씀을 들으니 한국정부와 한국대사관에 더욱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타이어 때문에 헝가리에서 반한감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헝가리 의회에서도 다뤄지고 있습니다. 수상도 알고, 대통령도 아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민들은 한국타이어의 오만한 태도 때문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의 한국 교민 가운데 양심적인 분들은 반한감정의 고조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는 헝가리 노동자들은 가난한 시골 지역에서 올라온 이삼십 대의 젊은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에게 한국타이어는 첫 직장인데, 벌써부터 비열한 자본가의 잔인한 모습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고향에서도 반한감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띠보르 바녀이(Tibor Banyai)라는 인적자원 관리자가 있는데, 이 사람이 가난한 지역의 순진한 젊은이들에게 한국타이어에서 일하게 되면 집도 제공하고, 기름도 제공하고, 교통비도 지원하고 등등의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800명 가운데 많아야 200명이 기숙사를 제공받았을 뿐입니다. 참! 티보르 반요이는 전직이 군인이었습니다.

"일본에게 당한대로…이제 여러분 차례입니까?"

-마지막으로 한국타이어 본사의 경영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한국민들에게도 바라는 바가 있다면요.

노동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노동조건 속에서 일터를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측과 정상적인 관계를 바랍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동법을 지키고, 적정한 수준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타이어는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통했는지 모르겠으나, 헝가리에서는 다릅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헝가리 차원의 문제를 넘어 유럽 차원의 문제로 확대시킬 것입니다. 한국타이어가 정상적인 유럽시장 진출을 원한다면,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노사관계를 고집한다면, 유럽시장도 그렇게 한국타이어에 반응할 것입니다.

한국 노동조합에 호소하고 싶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타이어노조의 상급단체가 한국노총(FKTU)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에 호소합니다. 헝가리 라찰마스에 있는 한국타이어공장을 방문해 진상조사를 해주십시오. 한국 정부의 노동부와 같이 오면 더 좋습니다. 이곳에 오셔서 제 말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민 여러분! 헝가리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역사적으로 양국 국민들은 말과 민족에서 비슷한 뿌리를 가졌다고 합니다. 헝가리는 중동부 유럽에서 중요한 나라입니다.

이곳에서 한국타이어 때문에 한국인의 이미지가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 헝가리공장의 한국타이어 관리자들을 보면 '경제적 동물'같습니다. 여러분들이 가난한 나라였던 시절, 돈 있다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일본인들을 보고 '경제적 동물'이라고 비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차례입니까?

한국타이어노조가 정상적이고 민주적이었다면?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는 '한국인은 경제적 동물인가'라는 물음으로 끝이 났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해도, 세금을 떼먹어도, 자기 자식에게 불법적인 특권을 부여해도 대통령 후보 1위를 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또한 자식에게 부당하게 재벌기업을 물려주고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뇌물을 갖다 뿌려도 감옥을 가기는커녕 재계 1위를 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저는 한국인이 '경제적 동물' 아니냐는 그의 물음을 부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ICEM 세계총회의 슬로건은 "지구적 연대(Global Unity), 지구적 평등(Global Equality)"입니다. 지금 세계는 돈만이 최고라 믿는 '경제적 동물들'로 북적대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인간적 품위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켜내느냐 하는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지구적 연대'와 국내외 경제 집단들의 '지구적 평등'만이 우리 스스로는 물론 우리 후손들을 '경제적 동물들의 무한전쟁'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타이어 문제는 범유럽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ICEM 화학산업담당으로 일하는 케말 오즈칸(Kemal Ozkan)은 "VDSZ이 속한 유럽화학노조연맹이 이 문제를 유럽연합에 제소할 것이며, ICEM 역시 국제적인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번 방콕 회의에서 타마스 VDSZ 부위원장이 한국타이어 사례발표를 할 것이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타이어노조가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노조였다면 한국공장에서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15명이나 죽어나갔을까? 한국타이어노조가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노조였다면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타이어공장에서 이런 반사회적인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한국타이어노조의 상급노조인 한국노총은 무엇을 해왔는가? 한국노총이 말하는 '사회개혁적 노조주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어느덧 저는 한국타이어 헝가리공장의 문제는 한국인의 문제이고, 한국 노동조합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은 경제적 동물인가? 참으로 듣기 거북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