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울산의 두 얼굴', 노동후보와 재벌총수의 동반강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울산의 두 얼굴', 노동후보와 재벌총수의 동반강세

[4.15총선-울산은 지금] 북구 조승수-동구 정몽준 강세

민주노동당의 정당지지율이 일약 3위로 부상함에 따라 정계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선일보가 9일 원내진출을 기정사실화하며 <민주노동당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사설을 쓸 정도다.

이런 가운데 경남 창원과 더불어 울산은 지역구 최초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민주노동당의 '진보벨트'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관심의 중심에 현대자동차가 소재한 울산광역시 북구의 조승수 후보와, 현재중공업이 소재한 동구의 김창현 후보가 있다. 북구와 동구는 공히 노동자 도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노동자이거나 이들의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다른 지역보다 민주노동당에게 유리한 구조다.

현장취재결과 실제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타 지역에 비해 상당한 지지도를 얻고 있는 것을 확인됐다. 하지만 북구의 조승수 후보가 일찌감치 타 후보를 따돌리고 선두로 나선 데 반해, 동구의 경우는 김창현 후보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5선에 도전하는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후보의 세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노동의 힘과 자본의 힘이 공존하는 '울산의 두 얼굴'이다.

***울산 동구, 4선 정몽준 후보 수성 가능성 매우 높아**

울산 동구의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는 이번에 승리하면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부부 동반 원내진출'이라는 기록을 만들 것이 확실히된다. 배우자 이영순씨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에서 일약 3위에 올라 원내 입성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김창현 후보는 4선 현역의원이자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김창현 후보는 최초로 실시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 초대 민선 동구 구청장에 당선되는 등 지역에서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선거’의 특수성과 경쟁주자인 정몽준 후보가 16년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구축한 지지층과, 정후보가 실질적 사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관리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세가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어 고전을 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 캠프 관계자는 “목욕탕, 시장, 식당 어디를 가도 정몽준 후보의 우세가 확인된다”면서 “17대 총선 역시 어느 때보다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몽준 후보는 선거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한다거나 선심성 공약을 내놓지 않고, 16대 활동을 겸허히 평가 받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정몽준 후보 캠프, “탄탄한 지역구 관리가 가장 큰 힘”**

실제 거리에서 만난 동구 지역 주민들도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동구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전하시장에서 만난 50대 한 가정주부는 “정몽준 후보가 16년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동구를 시내 부럽지 않게 발전시켰다”며 “이번 선거라고 해서 별다를 것 없이 정몽준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주부는 “지난 대선때 정몽준 씨가 선거일 하루 앞두고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한 것을 보고 실망을 많이 했다”면서도 “정몽준 후보를 견제할 만한 인물이 이번 총선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며 정몽준 후보 지지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지역구 유권자들이 정몽준 후보에게 강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심지 사람들에게서 ‘공장촌’이라는 다소 불편한 소리를 듣던 동구를 최근 10년간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발전하는데, 정몽준 후보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울산대학병원, 복지회관, 훌륭한 교육여건 등은 울산 광역시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동구의 자랑거리이다. 이런 점이 유권자의 지지를 견인하는데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창현 후보 캠프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이 아쉽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 대세 분위기는 단지 표면적인 측면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강하다. 김창현 후보 캠프는 “여기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이상한 현상이 있다”며 “지역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현 후보 캠프 진장호 상황실장은 “김창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일상에서 지지후보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실장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배경과 관련,“동구 주민 80%는 현대중공업과 관련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의 사주가 후보로 나왔는데,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표명하기 어렵다”며 “지지후보를 두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하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같은 주장은 동구 지역구민이 아닌 인근 지역구 유권자들의 전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북구가 주소지인 택시운전사 이광선씨(55)는 “동구에 살면서 정몽준 후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며 “동구 사람들은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쉬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구 주민들은 만약 정몽준 후보가 낙선을 하게 되면 동구 경기가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정몽준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기보다는 낙선시 돌아올 불이익을 고려해 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정몽준 후보 대세론이 튼실한 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창현 후보 캠프는 바로 이 부분을 남은 선거기간동안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진 상황실장은 “지난 동구청장 선거 때는 현중 정규직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 촌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높았지만, 총선을 앞두고는 현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몰려있는 주택가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몽준 후보 대세론에 눌려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는 다수 유권자들의 힘이 선거일 날 표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몽준 후보의 대세론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창현 후보가 선거일을 6일 앞두고 어떻게 전세를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몽준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선되어야 한다”는 한 동구주민의 말은 동구 지역주민들이 이번 총선에 임하는 일반적 정서이다.

***북구, 조승수 후보 당선가능성 어느때보다 높아**

반면에 울산 북구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후보가 일찌감치 선두를 나섰고, 그 뒤를 현역의원인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와 열린우리당 이수동 후보가 뒤쫒는 양상이다. 조 후보 캠프 관계자는 “조승수 후보 지지율이 몇 달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총선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울산 문화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후보는 지지도에 있어 35.9%로,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20%), 열린우리당 이수동 후보(18.7%)를 크게 앞서고 있다. 당선가능성에 있어서도 조승수 후보(42.7%), 윤두환 후보(14.8%), 이수동 후보(13.2%) 순으로 윤-이 후보를 크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가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되는 현대자동차 노조 등 노동단체들이 적극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2일 ‘정치실천단’을 결성, 조후보 당선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

조 후보 캠프 하부영 정책국장은 “북구에는 민주노동당 진성당원이 2천5백여명에 이른다”며 “이들을 기반으로 하는 조승수 후보의 지지층은 매우 단단하다”고 말했다. 진성당원을 가지고 있지 못한 정당들의 경우 정국의 변화에 따라 지지도가 크게 변동하는 것과는 달리 실질적 진성당원 체제를 구축한 민주노동당의 숨은 힘이 발휘되는 셈이다.

한편 조 후보의 지지는 비단 민주노동당 당원이나, 노조 중심의 정치 실천단에 국한되지 않은 모습이다.

분식집에서 만난 40대 아주머니는 “예전에 노동운동을 한다고 하면 괜히 무섭고 거리감이 느껴지고 했는데, 북구에 오래 살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로 별로 거부감없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보수색이 짙다고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영남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할 수 있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다른 정당보다 정책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으면서도, 전국 지지도가 기존 정당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진보정당'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임을 고려할 때 울산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약진은 의미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선거를 엿새 앞둔 현재, 울산에서 최초로 진보정당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나올지 각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