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성의 2001년 e삼성 관련 해명도 짜맞추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성의 2001년 e삼성 관련 해명도 짜맞추기"

[단독]당시 대응 문건 입수...김용철 변호사 "구조본 작성 문건 맞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에 이어 이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불법 로비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과거 삼성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혹들에 대해 삼성 측이 해명했던 내용들이 과연 사실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삼성 측의 해명이 지금 거짓으로 판명난다면, 지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삼성 측이 내놓은 해명에 대해서도 높은 신뢰도를 부여하기 어렵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삼성이 제시한 해명은 얼마나 믿을만한 것일까. <프레시안>이 입수한 문건을 바탕으로 과거 삼성이 스스로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내놓은 해명의 진실성 여부를 검증해 봤다.

삼성은 지난 2000년,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가 설립한 e삼성에 대한 부당 내부 거래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공정위는 이런 의혹에 대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1년 공정위 조사 무마용 문건 보도…삼성 "구조본 문건 아니다"

하지만 일 년 뒤인 2001년 11월, YTN은 e삼성에 관한 삼성 내부 문건 일부를 입수해 "삼성이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는 e삼성을 설립하면서 계열사 인력을 파견해 업무를 추진하다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자 관계사의 지원과 관련이 있는 서류를 폐기하거나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삼성 구조본이 공정위 관계자로부터 조사를 받는 직원들에게 미리 작성한 각본대로 대답하도록 교육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삼성이 공정위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을 짰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문건의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리고 삼성은 "구조본에서는 이런 문건을 만든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용철 변호사 "공정위 대응 문건, 구조본 재무팀 내 'e삼성팀'이 작성"
▲ 삼성이 2000년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작성한 문건. ⓒ프레시안

<프레시안>은 최근 삼성이 2000년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작성한 문건 전문을 입수했다. YTN이 2001년 "삼성이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관련 당사자들끼리 미리 말을 맞췄다"라며 일부 인용해 보도했던 문건이다.

2001년 YTN이 문건에 대해 보도했을 때, 삼성 측이 해명했던 내용은 과연 사실이었을까.

결론부터 꺼내면, 당시 삼성의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6년 간 삼성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프레시안>은 2001년 당시 삼성 구조본에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에게 문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이 해명한 것과 달리, 구조본 내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맞다"라고 대답했다.

당시 삼성 측은 "구조본 문건은 아니고, e삼성 내부 문건일 수는 있다"고 해명했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삼성 측에서 e삼성 내부 문건이라고 이야기했는데, e삼성팀이 구조본 재무팀 안에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김 변호사의 말대로라면, 구조본 문건이 아니라 e삼성 문건이라는 삼성의 해명은 속임수에 불과한 셈이다.

김 변호사는 "2000~2001년에 e삼성팀이 구조본 안에 꾸려져서 매우 열심히 했다. 그런데 잘 안되니까 구조본에서 정리했다"라며 "이재용 씨가 사업을 벌이기만 하면 돈은 전혀 못 벌었다. 계열사가 대신 돈을 벌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e삼성팀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잘해보려고 했던 친구들이고, 출세욕도 강했는데 쫓겨나서 불만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삼성 구조본 직원이 e삼성 관련 문건을 언론에 유출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YTN이 2001년 당시 입수한 문건 일부를 보여주며 확인을 요청했을 때,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 구조본 재무팀을 이끌던 김인주 사장이 속을 많이 썩였다"라며 문건 유출자를 찾기 위해 삼성 구조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대답했다.

"삼성은 문건대로 움직였다"…삼성 내부 문건이라는 증거

김 변호사의 증언 외에도 2001년 당시 삼성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는 많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e삼성 관련 문건을 분석한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연구팀장은 문건 내용을 바탕으로 2001년 당시 삼성 측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 팀장은 "만약 삼성이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면, 문건 속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지난 6년 사이에 실행됐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만약 문건대로 실행됐다면, 삼성이 만든 문건이라는 점이 증명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문건대로 움직인 흔적은 많다. 이를테면 문건 속의 '올앳 관련 사항' 등의 항목에 담긴 내용과 공정거래위원회 2001년 1월 31일 전원위원회 의결 내용에 기재된 박홍규, 강치구 등 삼성카드 SD T/F팀의 행위 내용은 일치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원위원회 의결 내용은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이 문건이 삼성 내부에서 작성됐음을 입증한다. 삼성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진술 내용에 맞춰 이재용 씨 국내 체류 여부 확인"…구조본 문건이라는 증거

그렇다면 "삼성 내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맞을 수도 있지만, 구조본이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은 사실일까. 이에 대해 최한수 팀장은 "그렇다면 삼성 계열사 가운데 한 곳에서 작성했다는 뜻인데, 내용을 보면 결코 계열사가 작성한 것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문건을 살펴보면 에버랜드, SDS, 유니텔, 삼성중공업, 삼성경제연구소 등 여러 삼성 계열사가 등장한다. 성격이 서로 다른 이들 계열사에 대해 지침을 줄 수 있는 곳은 구조본 뿐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문건 속 'eSamsung 관련 사항'이라는 대목을 보면, 사업추진 개요 란에 "전자자금부장이던 김성훈이 평소 인터넷 사업을 추진할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 전에 같이 근무했던 구조본 신응환 이사를 찾아가 논의한 끝에 JY를 소개받고, 사업을 추진. 참여자를 수배한 끝에 이재용, 에버랜드, 이실장 등 개인의 참여를 받아 4.1일 법인을 설립함"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이어진 표에는 "일자 : 3.15, 추진내용 : 신응환 소개로 JY와 만나 사업 협의, 사업을 추진해보라는 얘기를 들음 , 관련사(자) : 신응환, JY, 조치사항 : 비서팀 (JY 국내체류 확인)"이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JY'는 이재용 씨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말을 맞추는 과정에서 김성훈 씨가 3월 15일 이재용 씨를 만나 사업을 협의했다고 진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비서팀이 당시 이재용 씨가 국내에 있었는지를 확인하도록 조치하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에서 이재용 씨의 일정까지 확인하여 조치할 수 있는 곳은 구조본 뿐이라는 게 최 팀장의 설명이다.

이재용의 실패를 제일기획이 책임졌다. 피해는 결국 삼성 주주들이…

이런 정황을 보면, 2001년 YTN 보도가 나온 직후 삼성 측의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왜 이처럼 억지스러운 해명을 했을까. 서류 조작 등을 통해 공정위 조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를 벗기 위한 게 일차적인 이유다. 하지만 삼성으로선, 이 문건의 존재 자체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2000년 당시, 벤처 열풍 속에서 이재용 씨가 야심차게 설립한 e삼성은 불과 일년을 못 넘기고 주저앉았다. 내세울만한 경영 실적이 없는 이재용 씨에게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추진됐지만,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은 셈.

참여연대 자료에 따르면, 이재용 씨가 경영에서 손을 뗀 e삼성 주식을 매입한 제일기획은 152억 6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 경영에 실패한 것은 이재용 씨지만, 피해를 입은 것은 삼성 계열사인 셈이다. 이런 피해는 결국 삼성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진다. (☞ 관련 기사 : "핵심은, 구조본이다")

e삼성 설립이 계열사 자발적 결정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문건을 왜 만드나

그런데 이 문건은 이처럼 실패로 끝난 e삼성의 설립 과정이 계열사의 자발적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관련 당사자들이 진술하도록 말을 맞추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이 문건에는 '올앳' 설립이 삼성카드 SD T/F 팀장이던 박홍규 씨의 주도로 삼성 카드에서 분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기재돼 있다.

또 "네이버, 하우리, 에버랜드와 합작사 설립, 투자 이유는 고객 카드 및 ANYPASS 기능 추가 관계로 카드에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요청한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그리고 박홍규 씨가 이런 내용을 '숙지'하라는 대목이 '예상 문제점 및 대책'란에 있다. 요컨대 외부에서 e삼성이 투자한 올앳 설립 과정에 대해 질문했을 때, 미리 숙지하여 대답할 내용이 담긴 것이다.

문건에서 관련자들이 숙지하도록 한 내용처럼 과연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는데, 삼성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해서 e삼성에 투자했을까. 그렇다면 여러 계열사에 대해 세부적인 지침을 전달하는 문건을 만들 필요 자체가 없었다.

이 문건을 구조본이 만들지 않았다는 삼성 측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지금, e삼성 설립과 청산 과정에서 구조본이 담당한 역할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 구조본은 어떻게 움직였는가? 그리고 구조본의 이런 움직임은 삼성 주주들의 피해를 정당화할 만한 것이었나?

연이은 비리 공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삼성이 회피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