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의 당사자 김경준 씨가 16일 오후 6시30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민란', '특검' 등을 언급하며 육탄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는 한나라당은 급기야 "이명박 후보가 기소되더라도 후보사퇴는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이 이성을 잃었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나라, 후보사퇴 가능성 '일축'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뭐 그리 대단한 귀국이라고, 범인을 송환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의 귀국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규정하며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 후보의 표정관리와 달리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가 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느냐. 이명박 후보가 결백했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BBK 정국'으로 인한 동요 방지에 진력했다.
안 원내대표는 "우리는 김경준이 하필 이 대선을 한 달 앞둔 이 시점에 6년 만에 귀국해서 처벌을 받겠다고 나선 이유가 이명박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그런 밀약이나 정치공작에 의한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그러나 그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민과 함께 이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도 "원내대표가 말한 강력한 법적대응에는 가족이나 변호인 등 주변에서 이번에 김경준과 같이 움직이면서 얘기하는 그런 부분도 포함될 것이다"고 거들었다. 김 씨 본인과 함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김 씨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자물쇠를 채우겠다'는 얘기다.
심 부대표는 "국면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얘기들을 '카더라'라는 형식을 빌어서 잘못 얘기하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대한 전면압박도 병행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우리는 대한민국 검찰을 믿는다"면서 "검찰이 수사결과발표까지 수사내용을 유출하는 '의도하지 않은 정치공작'의 희생물이 되지 않길 아울러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검찰이 그동안 일부 정치 검사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법조계 안팎에 형성되어 있는 불신을 말끔히 씻기 위해서도 김경준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엄정하게 가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기소'와 '후보사퇴'라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이기도 한 홍준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후보가 기소되더라도 후보 사퇴는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홍 의원은 "당헌 당규도 그렇게 돼 있지 않다"며 "공직 후보가 기소되더라도 윤리위원회를 열어 과연 징계를 해야 될지를 심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소만으로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하는데,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그렇게 당헌에 돼 있지 않고, 확정판결이 났을 때의 이야기"라면서 "유력한 대선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서 소환한다는 것 자체도 있을 수 없다"고 이 후보의 소환조사 가능성도 일축했다.
신당 "죽을 각오로 수사하라"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은 한 목소리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김경준 귀국을 앞두고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면서 "한나라당은 민란을 선동하더니 검찰을 대놓고 협박하고 있다. 마치 3류 조폭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김경준 씨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지나치게 차단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현미 선대위 대변인은 "법 앞에 떳떳하지 못한 대통령은 나라를 이끌 수 없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즉각 검찰에 출두하라"고 촉구했다.
창조한국당 장유식 대변인은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김경준 씨의 발언을 빗대 "검찰은 김경준-이명박 커넥션에 대해 죽을 각오로 수사해야 한다"면서 "그것만이 최근 삼성 비자금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검찰의 살 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철저한 수사만이 검찰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길"이라며 "검찰이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면 민주노동당은 당력을 집중해 검찰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변인은 "김경준 씨의 귀국으로 '한방'을 기대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란' 운운하면서 비리의혹을 '헛방'으로 만들려는 한나라당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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