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 단체 소속 외국인"이라는 표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 단체 소속 외국인"이라는 표현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41> "그들도 우리처럼 독립된 인격체"

어떤 방송사에서 전화가 왔다.
  
  "거기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있나요?"
  "(이 지역에 외국인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인가?)"
  "외국인 담당자와 통화하고 싶은데요."
  "(우리 단체 스태프 모두가 담당자인데)"
  "외국인들은 누가 관리하나요?"
  "(관리? 무슨 관리?)"
  
  그와 주고받은 내용 중의 일부다. 외국인노동자를 취재하고 싶으니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취지로 내게 연락한 것이었는데, 대화가 서로 아귀가 맞질 않았다. 그 스태프는 여러 차례 표현을 바꿔가면서 외국인 담당자 혹은 관리자를 찾았는데, 외국인노동자 상담단체에는 적합하지 않은 요청이었다. 특정 프로그램 혹은 특정 사업 담당자를 찾는다면 말이 되는데, 그런 의미도 아니었다.
  
  아마 그 스태프는 외국인노동자 상담단체라 하면 외국인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기거하는-말하자면 '수용시설' 정도- 곳으로 여겼던 것 같다. 얘기를 주고받는 중에 몇 번이나 '우리는 사람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오는 상담단체다' 라는 말을 했지만 얘기를 끝낼 때까지 그와 나는 서로 맞지 않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에게서만이 아니라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 때로는 단체들에서도 같은 혹은 유사한 표현을 가끔 듣는다. 가장 자주 듣는 표현이 '그 단체 소속 외국인 중에...'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까 모 정부부처의 홈페이지에는 "○○○체험프로그램 - ○○선교회 소속 외국인근로자 가족 참가"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게 뭐가 문제냐"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표현을 들을 때마다 그 표현이 주는 뉘앙스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첫 번째는 마치 우리 단체가 이주노동자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두 번째는 우리 단체 '소속'이니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단체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들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에 이주노동자 상담단체들 중에는 '회원카드' 혹은 '회원증'이란 것을 만들어주는 곳들이 있었다. 회원증은 단체의 개성에 따라 달라서 어떤 회원증은 본인 사진까지 붙여주기도 했는데, 대개는 국가명-여권번호-이름-비상연락처 정도를 기재하였다.
  
  이 회원증은, 이주노동자의 80%가 불법체류자이던 시절에 이주노동자들이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거나 죽거나 했을 때 신원불명자로 분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준 것이다.
  
  그 회원증을 가지고 다니던 이주노동자들은 회원증을 신분증처럼 사용하곤 했었다. 그런다고 뭐 혜택이 있다거나 불법체류자 단속을 면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사설 증명서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그 회원증은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나타내주는 유일한 증명서'로서 기능하였었다.
  
  아마 이런 회원증을 목격한 한국인들이라면 어쩌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이주노동자들을 회원으로 가입신청을 받고, 대개의 회원단체들이 회원관리하듯이 외국인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한국단체일 뿐이다. 가능하면 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집단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은 한국단체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고 좀더 신중하게 표현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