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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합' 대 '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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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합' 대 '야합'

[기자의 눈] 11월의 흥정은 아름답지 않다

11월의 선거판은 역시 역동적이다. 지난 1년 내내 난투극을 벌이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느닷없이 '당대당 통합'을 선언했다. '한지붕 두가족' 한나라당도 이명박-박근혜의 '권력 분점'을 대놓고 협상하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11월에 찾아온 야합의 계절풍이다.
  
  결국 '공천권 거래'
  
  현실화된 '보수의 분열'을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진영과의 타협으로 돌파키로 했다. 이게 '이박제창(以朴制昌: 박근혜를 이용해 이회창을 제압한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지율 1위의 대선 후보 입에서 내년 총선의 '공천'이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모양이 볼썽사납다. 배려와 타협을 통한 권력분점의 미학보다는 장사꾼의 흥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다.
  
  게다가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는 정권창출 이후에도 정치적 파트너로서, 소중한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겠다"고 몸을 낮췄으나 선거 때 급한 마음에 남발한 공수표가 선거 뒤에 부도를 내는 일이 정치권에선 다반사이니 곧이곧대로 믿을 건 못된다.
  
  그래도 박 전 대표는 꽤나 흔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가 정도는 아니다"는 한마디로 그간의 줄타기를 끝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의 구애를 받아들인 것으로 그동안 자신이 보였던 뻣뻣한 태도가 곧 당권과 공천권을 요구한 몽니에 다름 아니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 됐다.
  
  경쟁적으로 '장고'니 '칩거'니 하며 구국의 결단이라도 하는 듯이 주고받는 두 사람의 계약서 작성 과정을 봐주는 것도 고역이지만, 이렇게 나온 모종의 합의가 뒤탈이 없을지도 의문이다. 당의 양대 권력이 내년 총선을 자기 사람으로 '묻지마 공천'하거나, 그게 순조롭지 않으면 이면합의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도로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호남'과 '총선 지분'을 맞교환한, 그야말로 야합을 통해 '도로 민주당'으로 되돌아갔다.
  
  우선 불과 며칠 전까지 '국정실패 세력'과 '반개혁적인 지역주의 세력'으로 서로를 몰아붙이며 으르렁대던 두 세력이 물밑 협상 일주일만에 일사천리로 재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배짱이 놀랍다. 몇 달 전까지 민주당과의 통합을 '지역주의로의 회귀'라고 반발했던 자칭 개혁 의원들의 목소리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이로써 출범 석달만에 간판을 내리게 된 대통합민주신당의 단명이 또 한 번 정당정치를 희화화시켰음은 물론이고, 소위 '가치'를 그토록 강조하던 정동영 후보가 가치관이 너무나도 다른 이인제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도 맥락 없다. 이들 역시 '국정 파트너'를 약속했다.
  
  하지만 금산분리 문제,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찬반 등 재벌개혁과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의제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 두 사람이 두 차례 TV토론을 요식적으로 거치고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면 가치의 합일을 볼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에 따라 감동은커녕 그럴싸한 명분도 없이 '호남 지지층의 복원'이라는 정치 공학에 의존한 단일화를 통해 지지율을 올려보려는 계산이 얼마나 성공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급조된 통합은 결국 파국으로 이른다는 걸 과거의 단일화를 가장한 야합의 전례가 여실히 증명한다. 97년 DJP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그랬다. 11월의 흥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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