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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감히 누구보고 '수구'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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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감히 누구보고 '수구'라 하나"

조선일보 '민주노총 수구론' 펴 빈축 자초

조선일보 30일자 데스크 칼럼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 문갑식기자(사회부차장대우)가 '민노총이 노조를 탄핵하나'란 기명칼럼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하려는 민주노총을 ‘수구’세력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조선일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수구세력의 대명사인 조선일보가 감히 우리보고 수구 운운하다니..."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의 '민주노총 수구론'**

칼럼의 문제제기는 지난 26일 민주노총 산하단체인 금속산업연맹이 중앙위원회에서 산하노조인 현대중공업노조 제명을 결의한 데서 비롯됐다.

칼럼은 "현중(現重) 노조는 1988년부터 1989년까지 대기업 노조로는 유례가 없는 128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고공(高空) 크레인에서 벌인 속칭 ‘골리앗 농성’(1990년)은 스스로가 탄압받는다고 생각해오던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는 아직도 기념비적인 투쟁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그동안 노동운동에 극단적 거부반응을 보여온 조선일보답지 않게 현중 노조의 과거 투쟁을 높게 평가했다.

칼럼은 이어“그래서 민노총에서 현중 노조는 한때 ‘한국노동운동의 최정예’로 불렸으며 민노총 인사 가운데 그 누구도 현중 노조의 투쟁이 오늘날의 민노총을 잉태한 토양이 됐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런 현중노조가 지난 26일 민노총에서 제명됐다”며 본격적으로 '민주노총 수구론'을 펴기 시작했다.

칼럼은“현중노조제명은 1차적으로 민노총 성장사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라며 "현중 노조제명은 조합원, 조합비 감소 못지않게 민노총이 지켜온 ‘80년대식 노동운동관’에 의문을 던지는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이어 "민노총 금속산업연맹과 현중 노조의 갈등은 올해초 사망한 비정규직 해고자 박일수씨의 사망 직후 비롯됐다. 민노총측은 박씨가 사망하자 즉각 ‘분신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중앙’은 박씨를 열사(烈士)라고 했지만 현중 노조는 '그는 열사가 아니다'라고 했고, 심지어 '박씨가 분신 당시 만취(滿醉) 상태였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중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회사 문제에 왜 외부인이 개입하느냐'는 불만이 높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박일수씨 분신사태를 왜곡해온 현대중공업 노조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일방적으로 되풀이한 것이다.

칼럼은 이어 "아마 민노총은 처음 겪는 이런 사태에 매우 분개했을 것이다. 원래 반발은 양측 모두에 상처를 주지만 실제로는 상급단체가 느끼는 분노가 더 큰 법이다"라고 마치 이번 제명조치가 '감정적 조치'인양 왜곡한 뒤 "그래서인지 현중 노조 제명은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어찌보면 이것은 역으로 현중 노조가 민노총을 제명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민노총은 이 기회에 자신들이 고수해온 수법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진리인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인들이 노사분규가 있을 때마다 '민노총이 개입하면 회사가 쑥밭이 된다'고 울상지을 때 민노총은 '자본가들이 만날 하는 엄살'이라는 투로 받아넘겼지만 이번에는 같은 민노총 조합원들이 ‘노(No)’라고 외쳤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 이런 흐름을 무시하면 수구(守舊)라는 화살이 민노총을 향해 날아갈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번지수 잘못찾은 궤변**

문제 칼럼은 민주노총 출범후 초유의 '산하 노조 제명' 조치의 본질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칼럼은 우선 마치 이번 사태가 민노총의 부당한 개입에 의해 발생한 것인양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박일수씨 분신 이후 현중노조가 보여준 일련의 반노동자적 행보에 대해 금속산업연맹 게시판은 지난 2월 말 현중노조를 제명하라는 글로 거의 도배되다시피했다.

비정규노동자 연대회의(의장 홍영교)도 성명을 통해 “현중노조의 어용적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즉각 민주노총이 현중노조를 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박일수씨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현중사내하청노동조합도 일찌감치 현중노조의 행보에 대해 ‘반노동자적인 어용행태’로 규정짓고, 현중노조를 비판해왔다.

현중 상부노조인 금속산업연맹이 물리적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1만9천여명의 조합원에 연간 4억8천만원의 연맹비를 납부하는 현중노조 제명을 결의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성토에 영향받은 바 크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제명결정이 "민주노총 성장사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라는 조선일보 주장과는 정반대로, 도리어 이번 결단이 그동안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을 해왔다는 비판을 극복하고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까지 대변할 수 있는 '극적인 노동운동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선일보의 "수구(守舊)라는 화살이 민노총을 향해 날아갈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는 애당초 번지수를 잘못찾은 궤변인 것이다.

***민주노총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

문제칼럼을 접한 민주노총의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일고의 답변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 뒤 "조선일보가 민주노총을 보고 수구세력이라고 하니 실소가 나올뿐"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민주노총은 그동안 조선일보를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난 수구신문으로 규정, 어떠한 취재협조도 하지 않았던 만큼, 조선일보가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칼럼을 썼다고 해서 특별히 반응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예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반응이다.

싸움을 걸 때 가장 황당한 것은 상대방이 싸울 가치조차 없다고 '묵살'하는 것이다. 지금 조선일보가 그런 반응을 자초한 셈이다.

다음은 문제가 된 조선일보 칼럼 전문이다.

***[조선데스크] 민노총이 노조를 '탄핵'하나**

민주노총의 14년사(史)는 팽창 일변도였다. 전신(前身)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가 1990년 20여만명의 조합원으로 출범한 지 3년 만인 1993년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 때 그 규모가 42만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60만명을 훌쩍 넘었다.

민노총 인사들은 입만 열면 역대 정권과 기업이 노동자의 ‘피’를 마시며 덩치를 불려왔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 역시 따지고 보면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이런 민노총의 짧은 압축 성장사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차지한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현중(現重) 노조는 1988년부터 1989년까지 대기업 노조로는 유례가 없는 128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고공(高空) 크레인에서 벌인 속칭 ‘골리앗 농성’(1990년)은 스스로가 탄압받는다고 생각해오던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는 아직도 기념비적인 투쟁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민노총에서 현중 노조는 한때 ‘한국 노동운동의 최정예’로 불렸으며 민노총 인사 가운데 그 누구도 현중 노조의 투쟁이 오늘날의 민노총을 잉태한 토양이 됐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현중 노조가 지난 26일 민노총에서 제명됐다.

현중 노조 제명은 1차적으로 민노총 성장사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1만9000여명의 조합원이 일시에 감소하고 그들이 매달 내는 4000여만원의 조합비 감소로 그 상급 단체인 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은 재정난을 맞을 수도 있다. 현중 노조 제명은 조합원, 조합비 감소 못지않게 민노총이 지켜온 ‘80년대식 노동운동관(觀)’에 의문을 던지는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민노총 금속산업연맹과 현중 노조의 갈등은 올해 초 사망한 비정규직 해고자 박일수씨의 사망 직후 비롯됐다. 민노총측은 박씨가 사망하자 즉각 ‘분신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민노총이 주요 현안이 벌어질 때마다 동원하는 ‘정공법’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노조 간부 배달호씨 사망 이후 유사한 사건에서 민노총은 당연한 듯 같은 코스를 밟아왔다. 그때마다 해당 기업 노조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런저런 대책위를 ‘중앙’처럼 여기며 그들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중앙’은 박씨를 열사(烈士)라고 했지만 현중 노조는“그는 열사가 아니다”라고 했고, 심지어 “박씨가 분신 당시 만취(滿醉) 상태였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중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회사 문제에 왜 외부인이 개입하느냐”는 불만이 높았다고 한다.

아마 민노총은 처음 겪는 이런 사태에 매우 분개했을 것이다. 원래 반발은 양측 모두에 상처를 주지만 실제로는 상급단체가 느끼는 분노가 더 큰 법이다. 그래서인지 현중 노조 제명은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어찌보면 이것은 역으로 현중 노조가 민노총을 제명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민노총은 이 기회에 자신들이 고수해온 수법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진리인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인들이 노사분규가 있을 때마다 “민노총이 개입하면 회사가 쑥밭이 된다”고 울상지을 때 민노총은 “자본가들이 만날 하는 엄살”이라는 투로 받아넘겼지만 이번에는 같은 민노총 조합원들이 ‘노(No)’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무시하면 수구(守舊)라는 화살이 민노총을 향해 날아갈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문갑식·사회부 차장대우 gsmo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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