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매일같이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시위를 주관하고 있는 9백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한 ‘탄핵무효-민주수호 범국민행동’이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룸에서 탄핵정국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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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에는 학계,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여해 탄핵정국의 성격과 의미와 아울러 탄핵이후 시민사회가 해야 할 일에 관해 폭넓은 논의가 진행됐다.
***조희연 교수 “6월항쟁 미완으로 지금까지 수구보수세력 잔존”**
이날 토론 참가자들은 ‘탄핵정국’이 보수독점의 의회권력의 만행에 대해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국민적 저항이라는 점에서 의견일치를 봤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탄핵정국의 성격에 대해 “탄핵정국은 국회 다수세력의 대통력 탄핵안가결과 그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구성되는 정국”이라며 “87년 6월항쟁이 설정한 민주주의의 마지노선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라고 규정했다. 조 교수는 이어 “87년 이후 설정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 시민들은 ‘거리의 정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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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탄핵정국을 야기한 보수독점의 의회권력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원인을 87년 6월항쟁이 '미완'으로 끝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87년 6월항쟁은 군부정권을 물러나게 하고 대통령 직선제까지 쟁취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수구보수세력이 3당통합 등을 통해 그 생명의 끈을 유지했고 그 잔존세력이 탄핵정국의 핵심 주도세력이라는 지적이다.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도 조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탄핵정국으로 촉발된 국민적 저항을 보면서 그 동안 참아왔던 수구보수세력에 대한 분노가 결집-폭발하는 양상"이라며 "시민혁명의 전야를 방불케했다”고 탄핵정국을 평가했다.
***“보수언론이 보수세력의 자살골 초래”**
이처럼 탄핵정국은 보수정치세력의 의회독점과 탄핵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촉발된 것이긴 하지만, 지난 13일 집회에서 15만여명이 참여하는 촛불시위와 같은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된 데에는 또 다른 매개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 교수는 “탄핵사건을 가리켜 일각에서 ‘정치적 보수세력의 자살골’이라고 표현한다”면서 “야당이 자살골을 넣게 되기까지 여론을 왜곡한 보수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론영역의 왜곡으로 인해 ‘왜곡된 여론’이 ‘실제의 여론’처럼 받아들여져 보수정치세력이 탄핵정국에서 오판하게 됐다"며 "보수정치세력이 보수적 언론이 형성해놓은 왜곡된 여론에 기초하여 탄핵을 하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탄핵을 감행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즉 그동안 여론을 주도해온 보수언론이 일찍부터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탄핵의 당위성을 역설해 왔다는 점,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탄핵을 원하는 양 여론을 왜곡해 왔다는 점 등 보수언론의 판단착오가 보수정치세력의 판단착오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조 교수는 “보수언론의 여론 왜곡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저항이 촉발된 데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소통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 집권1년 동안 보수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그에 반하는 반대정보들이 소통하고, 반대의 해석이 유통되는 사이버 통로가 존재했기 때문에 탄핵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단순 분노로 끝나지 않고 국민적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반성**
탄핵안 가결후 2주간의 촛불시위를 비롯한 탄핵무효 운동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 교수는 “촛불시위와 탄핵무효를 향한 국민적 저항이 단순히 노무현 정부 지지운동만으로 협애화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난 1년간 노무현 정부를 둘러싼 두 가지 전선, 즉 수구보수정치세력과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세력간의 대립전선과,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세력과 진보적 개혁세력간의 대립전선이 있었다”며 “탄핵정국도 이 두 가지 전선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탄핵이라는 대대적인 ‘수구’적 공세에 때문에 이 두 전선이 하나의 전선으로 융합될 수는 있지만, 진보적 목소리가 제한되거나 억압될 수는 없다”며 “촛불시위는 오히려 수구보수세력의 공세를 받는 노무현 정부를 지원하면서도 노무현 정부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러한 국민적 저항을 통해서 노무현 정부의 한계성이 성찰되고 공론화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청객에 있던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와 관련 “13일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탄핵무효’를 제외한 어떠한 구호도 외칠 수 없었다"며 "이날 오후 먼저 열렸던 파병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합류한 사람들의 파병반대 피켓은 촛불시위 현장에서 모조리 수거당했다”며 조교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촛불시위 참가자 중에는 다양한 의견과 정치적 입장이 있는 만큼 다른 목소리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정국 그 이후를 준비하자"**
탄핵정국 이후에 시민사회와 민중진영이 해야 할 일에 관한 토론도 이어졌다.
강내희 중앙대교수는 “탄핵정국은 넓게 보면 총선정국의 일부분”이라면서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정치적-문화적으로는 개혁적 면모를 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 세력”이라며 “신자유주의의 공세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다수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하는 등 기층 민중의 삶이 파탄나고 있는 만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도 “대통령 탄핵은 부당하다고 판단하지만, 노무현 정권 1년을 뒤돌아 봤을 때 비판의 지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노동자에 대한 무차별한 손배가압류, 연이은 노동자들의 분신이 있었다. 노 대통령이 이에 대해 ‘단지 대통령이 된 죄 밖에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시민사회와 민중진영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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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참가자들은 촛불시위의 긍정성을 인정하면서도, 탄핵정국이 끝이 아닌 만큼 시민사회는 보다 건강한 비판의 자세를 견지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
이날 토론은 김상곤 한신대교수의 사회로 조희연 성공회대교수, 박진섭 환경연합 정책실장, 강내희 중앙대교수, 강승규 민주노총수석부위원장,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 심삼용 한국YMCA 시민정치운동본부 사무차장, 조용숙 한국여성단체연합사무총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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