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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 없는 건 미래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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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 없는 건 미래에도 없다"

한미 FTA 반대 문화예술행동 사이버 전시전 <14>

"참 이상하다. 작년 내내 사회를 흔들었던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국정감사도 시작됐다. 그런데도 누구도 한미 FTA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손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이 국회 비준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군의 문화예술인들이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알리는 행동에 나섰다.

'한미 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는 '한미 FTA 졸속체결을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와 함께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풍자와 해학전 <개에게 묻다>' 전시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1월 11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2007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민족미술인협회, 우리만화연대, 민족서예인협회, 작가회의 등 15개 단체 소속 5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시서예, 만평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지금 국회에 도착한 한미 FTA 체결문은 수많은 시민의 눈물과 분노를 짓밟고 온 것"이라며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한미 FTA 체결 비준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행된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국회에 대한 기만, 국민에 대한 폭력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상식적인 한미 FTA의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며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적 상상력과 공동체를 통해 한미 FTA라는 죽음의 시간을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시 제목 <개에게 묻다>는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이를 추진한 주체들은 역사 속에서 짐승과 다름없는 존재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인 동시에 국회의원과 공문원들이 집을 지키는 '개'와 같은 본분을 다하길 바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을 지면을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 이 사이버 전시는 매일 2편씩 이어진다. <편집자>

▲ ⓒ프레시안

지금 이곳에
- 백무산

지금 이곳에 오지 않는 건
미래에도 오지 않는다

지금 이곳에서 싹이 트지 않는 건
내일이 와도 꽃이 될 수 없다

지금 이곳에 없는 해방은
미래가 와도 오지 않는다

지금 이곳에 오지 못할 평등이라면
미래가 와도 결코 오지 않는다

원하는 것이 해방이라면
지금 우리들 가운데 와 있어야 한다

원하는 것이 평등이라면
지금 이곳 우리들 손길에 와 닿아야 한다

저들의 가치가 욕망과 독점의 가치라면
우리의 가치가 나눔과 평등의 가치라면

삶을 나누고 투쟁을 나누고 가치를 나누고
그리고 노동을 나누어야 한다

노동의 독점에 저항해야 한다
내가 가진 노동을 나누어야 한다

나눔을 잃어버린 싸움은 미래가 없는 싸움이다
나눔을 잃어버리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이미
우리들 가운데 성큼 다가와 있어야 한다

지금 이곳에 없는 것은
미래에도 없다

장막을 거둔다고 새 땅이 열리는 것 아니다
영토를 차지한다고 새 세상이 열리는 것 아니다

지금 이곳에 우리들 가운데 오지 못할 것이라면
미래에도 결코 오지 않는다
작가소개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89년에 제1회 '이산문학상'과 1997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길은 광야의 것이다>, <인간의 시간>, <길밖의 길>, <초심> 등을 펴냈다.


▲ ⓒ프레시안

아버지의 논

- 박운식

얘야 여시골 논다랑이 묵히지 마라
니 어미하고 긴긴 해 허기를 참아가며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괭이질해서 만든 논이다

바람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아픈 세월 논다랑이 집 삼아 살아왔다
서로 붙들고 울기도 많이 했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묵히지 마라
둘째 다랑이 찬물받이 벼는 어떠냐
다섯째 다랑이 중간쯤 큰 돌 박혔다
부디 보습날 조심하거라

자주자주 논밭에 가보아라
주인의 발소리 듣고 곡식들이 자라느니라
거동조차 못하시어 누워 계셔도
눈 감으면 환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논
작가소개

1946년 충북 영동 생. 시집으로 <연가>, <모두 모두 즐거워서 술도 먹고 떡도 먹고>와 얼마 전 펴낸 <아버지의 논>이 있다. 현재 영동 황간에서 무공해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노석(魯石) 임창웅

1966년생,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계 필업
북경 수도사범대학 서법연구소 석사
성균관대학교 유학계 동양미술전업 박사수료
대전광역시 대덕문화원 사무국장

◈ 이번 전시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한미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는 출품작 판매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 제작 경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공대위 측은 "전시의 뜻에 동의하는 작가들이 참가비 없이 기꺼이 참가했다"며 "출품작 판매금은 제작에 소요된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는데 쓰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구입 구입 문의는 문화예술공대위 전시팀장 한유진(1jin@hanmail.net /010-7661-0005)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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