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5일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김 변호사가 그동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의 기자회견 및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장한 내용들에 대해 일일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이 해명자료는 총 25페이지이며 17개 항목에 이른다.
삼성은 이 자료의 모두에 "그동안 삼성은 김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최대한의 관용과 인내심을 갖고 대응을 자제해 왔다"며, 그러나 "삼성의 발전과 장래를 염려하는 사제단의 뜻을 헤아린다 하더라도, 근거없는 허위 폭로가 잇따르고 억측과 오해가 확산돼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 및 해외 현장의 글로벌 사업 수행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어 "무대응으로 자제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검찰, 사법부 등 국가 기관의 명예와 신뢰에도 누를 끼치게 될 것으로 판단해 불가피하게 해명에 나서게 됐다"며 적극 대응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법조계 인사 만났다면 사적 관계에서 한 일, 로비 지시 없었다"
우선 '임직원 차명계좌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삼성은 "김 변호사가 구조본 재무팀에 근무할 당시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김 변호사의 사전 양해를 얻어 개설해 사용한 것"이라며 "김 변호사 퇴직 이후에도 김 변호사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을 제공받아 자신이 대신 납부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계좌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김 변호사가 동료의 부탁으로 개설해준 계좌이며 세금도 동료에게서 받아 김 변호사 자신이 직접 낸 것으로, 계좌의 입출금 내역 조사 등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
계열사의 분식결산 주장에 대해서도 "감가상각비, 대손상각비의 경우 재무회계상으로는 기업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된 비용일지라도 세법에 허용된 범위를 초과해 처리됐을 경우 세무회계상으로는 초과된 부분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결산기에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 초과된 비용을 회기를 바꿔 처리했을 뿐 분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 전문가인 김 변호사가 실무상의 검토.조정 업무를 회사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오인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삼성은 "외부 회계법인의 정밀한 감사를 받아 산출된 재무상황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법원 '떡값 로비'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에서는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돌린 적도 없으며, 김 변호사에게 그같은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고 못 박았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법조계 등의 인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김 변호사가 사적 관계에서 한 일이지 회사에서 로비를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회장 지시사항' 문건은 단순 참고 사항"
문제의 '회장 지시사항' 문건 논란에 대해서는 문건 자체는 인정하지만 "'로비 지침서'라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은 최근 수년간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고 자택과 해외 등지에서 그룹의 장기 발전방향을 구상하거나, 주요 거래선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이에 수행 직원이 회장의 말을 메모해 두었다가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지시는 즉시 전달하고, 단순히 참고할 사항은 모아 두었다가 몇 달에 한 번씩 정리해서 당시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이 참고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와인이나 호텔 할인권에 대한 언급도 '주었을 경우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라'는 취지였다"며 "이행되지 않고 검토 단계에서 폐기된 것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사건 조작 및 축소 로비' 논란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에버랜드 재판장에게 30억 원을 갖다 주라는 지시를 거절해서 회사를 그만 두게 된 것"이라는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스스로 '2003년 말부터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나는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2004년 3월말에 시작된 에버랜드 1심 재판의 재판장에게 30억 원을 주라고 은밀하게 지시받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회사 고위층은 국세청 신참직원의 집에서 화분갈이를 해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는 김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는 "이학수 부회장이 임원 몇몇과 식사 자리에서 한 얘기를 현재 일처럼 과장, 왜곡되게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한 식사자리에서 "30년도 넘은 일인데 모직 대구공장 사원 때 세무서 담당이 서류 제출하면 다시 해 와라. 고쳐서 가져가면 또 해와라 하면서 못살게 군 적이 있었다. 하도 답답해서 하소연이나 하려고 집으로 찾아갔더니 화분갈이를 하고 있길래 거들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다 인간적으로 친해져 업무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삼성의 SM5 1호 신차도 국세청장 몫이었다"는 주장에는 "98년 2월 이건희 회장이 구입해 사용하다 현재는 삼성교통박물관에 있다"고 반박했으며, 김 변호사가 "이학수 부회장 주재로 열리는 구조조정위원회의 멤버로 참석했다"는 <노컷뉴스>의 보도에 대해서는 "김 변호사는 당시 법무팀장으로 구조조정회의에 참석할 수가 없었고, 구조조정위원회는 이 부회장이 아니라 윤종용 부회장이 주재했다"고 반박했다.
■ 이학수 부회장 김 변호사에게 6차례 '만나자' 문자메시지
삼성의 회유 시도 논란에 대해 삼성은 "이학수 부회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김 변호사의 처가 과거의 동료들을 험하게 매도하고 악감정을 갖고 있었기에 이 부회장이 '나하고는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라며 로펌을 차려주겠다는 제의를 한 일이 결코 없다고 반박하는 동시에 이 부회장이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 10.20(土) 08:50 이학수 실장입니다 어제밤 댁 방문했습니다. 이 전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 10.20(土) 11:09 김 변호사 통화바랍니다 12시경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만나서 대화 원합니다 이학수 - 10.20(土) 12:17 그동안 김 변호사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서로 오해도 있고 일이 많이 꼬인 것 같습니다. 내가 적극 도울테니 나를 믿고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합시다 - 10.20(土) 22:56 김 변호사 우리 서로 좋았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나는 김 변호사와 이렇게 될만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 - 10.21(日) 16:31 김 변호사가 적어도 내한테는 답을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실망스럽습니다 김 변호사가 마음만 먹기만 하면 나와 만나서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10.23(火) 11:39 김 변호사 만나기가 거북하면 통화라도 해봅시다 |
■ "김용철 변호사 'S급 인재' 아니었다"
삼성이 내놓은 자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김용철 변호사 행동의 동기와 배경' 부분. 삼성은 "(김 변호사가) 법조인이라는 자격과 삼성의 핵심 임원이었음을 근거로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타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재무팀과 법무팀 임원으로 7년간 일한 것은 맞지만 자금관리 업무를 처리한 바는 없다"며 "또 김 변호사는 삼성의 S급 인재로 재무팀에서 운영팀장을 역임했다고 주장하나, 당시 운영팀장이라는 직제 자체가 없었고, S급 인재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나 마케팅 전문가 등에 해당되는 것이지 김 변호사와 같은 스텝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어 김 변호사가 폭로에 나선 배경과 동기에 대해 '삼성이 법무법인 서정에 압력을 넣어 김 변호사를 퇴출시켰음', '양심의 발로 및 삼성의 변화에 대한 갈망', '자신의 처가 삼성 모 인사에게 농락당했음' 등 세 가지 원인으로 압축시킨 뒤,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법부법인 서정과 관련해서는 "김 변호사가 개인적 비리, 내부 변호사와의 마찰과 갈등, 부적절한 처신과 변호사 직업윤리 위반 등의 문제가 있어 파트너 회의에서 2개월 휴직을 결정했다"며 "휴직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돼 퇴출이 결정됐고, 퇴직 이후에도 서정의 법인카드로 48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해 간 사실이 드러나 서정 측이 김 변호사를 상대로 법적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의 퇴출 소식을 듣고 현 삼성 법무실장이 서정의 선배 변호사에게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양심의 발로'에 대해서도 거액의 보수를 받고 10여 년 동안 침묵해 오다가 갑자기 양심이 움직였겠느냐는 반응이다. 삼성은 "김 변호사는 97년 입사 이후 스톡옵션 차익, 급여 등으로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든 거액을 받았고, 퇴직 후 3년간 고문 변호사로서 정기적으로 고문료를 받을 때까지도 아무 말이 없었다"며 "고문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이처럼 근거없는 주장을 하는 것을 과연 양심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김 변호사를 공격했다.
다음은 삼성그룹에서 발표한 참고자료 전문이다.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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