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께 이 전 총재의 입장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명박 후보 측이 '이회창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듯한 뉘앙스가 다분하다. 이날 저녁 2곳의 방송사가 발표 예정인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 시 지지율은 20%대로 나타난 반면 그 여파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최병렬 수첩' 확인해야 할 것"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2년 대선 때 당과 (이회창) 총재 사이에 있었던 대선 자금에 대한 일련의 내용을 최병렬 전 대표가 듣거나 제공받았다"면서 "이를 최 전 대표가 정말 깨알같이 적은 수첩을 본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총장은 "(대선자금의) 잔금과 관련된 여러 사항이 상당히 있고, 이회창 전 총재도 연관될 수 있는 수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선 잔금 처리와 관련된 의혹들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면서 "이는 이회창 전 총재가 확인해 줄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 수첩이 공개되면 이회창 전 총재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설사 타격을 받더라도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면서 "숨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수첩의 내용이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전혀 상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 총장은 "이 전 총재는 지난 대선 이후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마땅하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은 제가 모두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고백한다'고 했었다"면서 "그러나 두 번이나 실패해서 10년 동안 좌파정권 하에서 우리를 힘들게 했던 (이 전 총재는) 대선후보 출마 여부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이 총장은 "주위 사람들의 권유든, 본인 스스로 판단을 했든 만에 하나 대선에 출마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하루 빨리 깨끗하게 밝히고 정치를 하려면 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이 전 총재가) 국민에게 지은 죄,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당원에게 지은 죄에 대해 언제 사면을 받았는지, 언제 국민들에게 사면을 받았는지 대답하라"고 몰아쳤다.
2002년 당시 최병렬 전 대표는 이회창 선대위의 공동의장이었고 서청원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이었다. 이들은 올해 경선에선 박근혜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아 맹활약했다. 이에 따라 이회창 출마설을 배경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이방호 총장의 '이회창 협박'에 호응해 줄지는 미지수다.
"차떼기 책임자가 무슨 생각으로…"
이방호 총장은 이어 최근 <프레시안>의 보도로 무산된 최돈웅 전 의원의 복당 시도를 언급하면서 "정말 국민들의 분노가 이런 상황에서 '차떼기 정당'의 책임자가 무슨 생각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소용돌이의 가운데 설 수 있는지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감"이라고도 했다.
그는 "차떼기 정당이라는 누명을 아직도 가슴 아프게 쓰고 있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많은 돈을 모았고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안 풀리는 부분이 많다"고도 했다.
이 총장은 "선거를 48일 앞두고 모든 당원들이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마음으로 국민을 향해야 할 엄숙하고 엄격한 순간에 이 전 총재의 애매모호한 태도와 행동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당원과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55%의 국민들의 가슴에 우울한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오래 전부터 대선출마 준비해 왔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여부와 관련해선 이 총장은 "아직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이다. 당장 결심보다는 사태의 추이를 볼 것"이라면서도 "이미 이 전 총재는 오래 전부터 대선출마를 준비해 왔다"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장은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단일화라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는 이야기냐"면서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총재와) 같이 나와도 (이명박 후보가) 이기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총재가 실제 출마에 나설 경우에도 단일화는 없다는 이야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