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거 없어도 우리는 죽지 않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거 없어도 우리는 죽지 않는다"

한미 FTA 반대 문화예술행동 사이버 전시전 <8>


"참 이상하다. 작년 내내 사회를 흔들었던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국정감사도 시작됐다. 그런데도 누구도 한미 FTA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손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이 국회 비준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군의 문화예술인들이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알리는 행동에 나섰다.

'한미 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는 '한미 FTA 졸속체결을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와 함께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풍자와 해학전 <개에게 묻다>' 전시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1월 11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2007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민족미술인협회, 우리만화연대, 민족서예인협회, 작가회의 등 15개 단체 소속 5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시서예, 만평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지금 국회에 도착한 한미 FTA 체결문은 수많은 시민의 눈물과 분노를 짓밟고 온 것"이라며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한미 FTA 체결 비준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행된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국회에 대한 기만, 국민에 대한 폭력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상식적인 한미 FTA의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며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적 상상력과 공동체를 통해 한미 FTA라는 죽음의 시간을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시 제목 <개에게 묻다>는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이를 추진한 주체들은 역사 속에서 짐승과 다름없는 존재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인 동시에 국회의원과 공문원들이 집을 지키는 '개'와 같은 본분을 다하길 바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을 지면을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 이 사이버 전시는 매일 2편씩 이어진다. <편집자>

▲ ⓒ프레시안

헐한, 슬픔의 밥 한 그릇

- 이중기

그 분은 아직 거기 동상으로 서 계신다
노동자 아홉을 키워내고 늙은 자궁 초가삼간
옛 집, 적막강산에
헐한 슬픔의 밥 한 그릇 있다
나랏말씀이 다 거기에서 나왔다
생의 적도를 건너온 사람은 붉은 울음을 울 줄 아는 법,
천년을 개다리소반에 가부좌 틀고 앉은
궁궁을을 우리나라 밥 한 그릇 전전긍긍이다
내 슬픔의 첫물이었던
일자무식 밥 한 그릇,
세상 모든 사람들의 극진한 인사말이었던
그 분, 슬픈 여물
해 지고 슬픈 탁발의 밥 때가 오리라
붉은 만월이 호곡하는 저 나락논에
화엄절벽의 시절이 솟으리라
끝물 슬픔 거두며 마침내 왈칵, 울리라
작가소개

195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1992년 시집 <식민지 농민>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숨어서 피는 꽃>, <밥상 위의 안부>, <다시 격문을 쓴다> 등이 있다. 영천에서 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산다.

작가노트

우리는 보릿고개를 넘어 평탄한 길을 얼마나 걸어 왔는가. 태평성대를 누리는 세월 마침내 쌀은 천박한 '물건'이 되고 말았다. '식량의 무기화' 경고는 낡은 민족주의가 되어 박물관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유장한 삶의 물결이 있었던 농촌은 이미 죽어버린 끔찍한 풍경이다.


▲ ⓒ프레시안

화톳불

- 유용주

나무의 향기는 나무의 피 냄새다 나무는 왜 죽어서도 불이 되려 할까 어째서 나무는 여름부터 봄까지 불을 피우려 하는 것일까 무엇이 한사코 재가 되면서도 불을 피우게 하는 것일까 불을 만들기 위해 나무는 더욱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물을 감싸고 돈다 나무는 물의 자식, 불의 어머니── 물로 만들어진 불의 함성을 들으면서, 재로 허물어질 사람들을 생각한다 재로 속에 감추어진 한줌 불을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가슴속 옹이로 남은 상처를 해체 이후의 옹벽처럼 눈부시게 다스리는 사람들, 몸에서 나는 가장 숭고한 향기인 땀과 피를 온 세상에 피워 올리는 낮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무는 죽으면서도 따뜻한 피의 향기를 남긴다
작가소개

1991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그리고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장편소설 <마린을 찾아서>를 펴냈다. 1997년 제15회 '신동엽 창작기금'을 받았다.

작가노트

늦가을 들녁은 차고 맑다.
벌써 텅 빈 논도 있다.
들깨를 베어서 햇볕 잘드는 곳으로 가지런히 눕히고,
몽둥이로 깻단을 턴다.남아잇는 벼는 너무 밝은 황금색이어서
사람들 얼굴도 노랗게 물들었다.
저 논배미가 없어지지 않는 한 밥 굶지 않으리라.
FTA 없어도 우리는 죽지 않는다.
조금, 가난하게 살자.
순명(順命)을 다한 암소처럼 살자.



고람(古藍) 이기승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과 졸업
대전대학교 대학원 서예학과 석사 수료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서예부문 최우수상, 특선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
2001, 2003세계서예 전북 비엔날레 특별전 출품
묵지회 회원전(1999-2006)
한국민족서예인협회 회원


◈ 이번 전시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한미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는 출품작 판매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 제작 경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공대위 측은 "전시의 뜻에 동의하는 작가들이 참가비 없이 기꺼이 참가했다"며 "출품작 판매금은 제작에 소요된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는데 쓰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구입 구입 문의는 문화예술공대위 전시팀장 한유진(1jin@hanmail.net /010-7661-0005)으로 하면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