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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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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한미 FTA 반대 문화예술행동 사이버 전시전 <5>

"참 이상하다. 작년 내내 사회를 흔들었던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국정감사도 시작됐다. 그런데도 누구도 한미 FTA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손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이 국회 비준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군의 문화예술인들이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알리는 행동에 나선다.

'한미 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와 '한미 FTA 졸속체결을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풍자와 해학전 <개에게 묻다>' 전시회를 연다.

민족미술인협회, 우리만화연대, 민족서예인협회, 작가회의 등 15개 단체 소속 5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시서예, 만평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시 제목은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이를 추진한 주체들은 역사 속에서 짐승과 다름없는 존재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 국회에 도착한 한미 FTA 체결문은 수많은 시민의 눈물과 분노를 짓밟고 온 것"이라며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한미 FTA 체결 비준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행된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국회에 대한 기만, 국민에 대한 폭력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상식적인 한미 FTA의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며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적 상상력과 공동체를 통해 한미 FTA라는 죽음의 시간을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을 지면을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 이 사이버 전시는 매일 2편씩 이어진다. <편집자>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송경동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꽃을,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한 잔의 진한 커피
한 잔의 맑은 녹차와 어우러지는
양장본 속 아름다운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늘 거리에 서야만 한다
너희가 쓰다버린 850만 비정규직 쓰레기인간들에 대해
노래해야 하고, 일손을 빼앗긴 350만 농민의 시퍼런 절망에 대해
노래해야 한다. 미군기지에 밀려 다시 세 번째 생의 이주를 앞두고 있는
팽성 대추리 노인들의 얼굴 위에
너희들이 늘씬 퍼부어주던 포탄 선물을 받으며
피투성이로 울부짖던 이라크 아이들의 얼굴을 겹치며
다시 나는 거리에 서서 분노와 증오로
피 어린 시를 써야만 한다

그렇게 너희는 가만히 있는 나에게서
나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간다
아름다운 시를 빼앗아 가고
내가 좋아하는 내 영화를 빼앗아가고
내 친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이젠 그도 모라자
내가 쓰는 전기를, 통신을, 언론을, 가스를, 물을, 약품을
송두리째 모두 너희의 것으로 내어놓으라 한다
100원에 쓰던 것을 1000원에 사라하고
1000원으로 살 수 있던 생태적 삶을
10000원짜리 경제적 삶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라 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이젠 모두
너희의 허락을 맡고 써라 한다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세계화라 한다

빌어먹을 이런 개똥같은 게 세계화라면
나는 내 온몸에 불을 싸질르고라도
전세계의 반민중적 세계화를 반대한다
이것이 21세기 선진 세계시민사회라면
난 정중히 그 세계시민사회에
아니오 라고 말할 것이다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거리에서 보낸 오늘 하루
나의 젊은 날도 헛되지만은 않으리
한낮의 꿈만은 아니리
아, 변혁을 노래하고 싶은 밤
아, 해방을 사랑하고 싶은 한 밤

작가 소개

1967년 전남 벌교 생.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꿀잠>을 펴냈다. <삶이 보이는 창> 편집위원,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등으로 일하고 있다.



민지의 꽃

-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았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애의 말 한 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작가노트

개펄에서 어린 게가 이의를 제기하던
집게손을 힘없이 늘어뜨리는 순간
이제 더 내다 팔 아무 것도 없이
시장의 논리에 맡겨진 이 나라도
대통령도 할 일이 없어졌다

- 시 「2007년 6월의 마지막 날」의 일부

작가소개

1945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찾아서>를 펴냈다. 제1회 '김수영 문학상'과 '시와 시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귀원(歸園) 송인도

청주대학교 법학과 졸업
대전대학교 서예과 졸업,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묵지회, 해동연서회, 한국전각학회, 한국서예학회, 한국서예치료학회 회원
대덕구종합사회복지관 서예강사
한국민족서예인협회 대전충남지회장


◈ 이번 전시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한미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는 출품작 판매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 제작 경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공대위 측은 "전시의 뜻에 동의하는 작가들이 참가비 없이 기꺼이 참가했다"며 "출품작 판매금은 제작에 소요된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는데 쓰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구입 구입 문의는 문화예술공대위 전시팀장 한유진(1jin@hanmail.net /010-7661-0005)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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