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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정희식 '동원정치' 부활 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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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정희식 '동원정치' 부활 꾀하나

<고성국의 정치분석ㆍ16>퇴행적 이명박식 '현장정치'

여전한 대세론 속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요즘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BBK의 김경준이 금명간 귀국한다는가 하면 난데없이 이회창 무소속 출마설이 돌출되기도 한다. 이런 중에도 박근혜 측 사람들은 여전히 관망자세인데 정동영 후보는 어느덧 '마의 20%대'를 넘어 서고 있다.

"동네마다 철저하게 챙기라"

최근의 이런 저런 "이상 기류" 속에서 이명박 후보가 선대위에 내린 특명이다. 득표전을 독려하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선대위가 동 단위까지 유권자 수와 과거 득표율, 올해 득표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챙기라는 것이다. 현재 130만 명 수준인 당원수도 500만 명으로 늘리고 이중 50만 명은 교육을 통해 '이명박 마을 전도사'로 파견키로 했다고도 한다.

선대위의 슬림화, '탈여의도 정치'와 현장 중심의 선거전 등 후보 확정 후 언뜻 새롭다싶은 각종 언명들이 결국 500만 당원 모집과 동 단위까지 챙기는 조직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던가 싶어 쓴 웃음을 감출 길 없는 중에도 후보의 초조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한편 안쓰럽다.

당원 수 500만 명으로 늘리라는 특명
▲ 이 후보의 '현장정치'의 이면에는 동원체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첫 번째로 열린 한나라당 국민성공대장정 대회. ⓒ뉴시스

역시 정치는 현실인가. 선거인단 동원에 무더기 대리 접수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좌초 위기에 몰렸을 때 자못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선거는 조직과 동원 아니냐고 했던 정동영 후보를 오히려 솔직하다 해야 하나. 각설하고.

현대 다원 사회의 정치적 특징 중 하나가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국민의 생활상 문제에 대해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평가가 극히 부정적이라는 사실은 계속 하락해 온 역대 선거의 투표율과 지지정당 없는 무당파층이 통상 40~50% 가까이 된다는 사실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런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할 때 500만 당원 모집은 참으로 대담한 기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500만 당원 모집을 무모하다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지금의 추세, 그러니까 50%대의 후보 지지율이 지속되고 있고 이를 50%를 넘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받쳐주는 상황에서라면 500만 당원 모집은 어떻게든 이명박과 지지자들의 일체감만 만들어낸다면 가능한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선관위 추산에 의하면 올해 투표인수가 대략 3700만 명인데 2002년 대선 투표율 70.8%를 기준으로 실투표인 수를 추정하면 약 2500만 명이 된다. 그러므로 이번 이명박 선대위의 500만 당원 확보가 현실화된다면 투표인 5명 중 1명이 한나라당 당원이 되는 셈이니 이 정도면 가히 '5가작통제'도 가능한 수치라 할 수 있겠다.

이쯤에서 최근 사회과학계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대중독재론'을 끌어들인다면 지나친 견강부회가 될까? 대중독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당의 외피를 쓴 변형된 '후원자-고객관계'(patron-clientrism)적 포퓰리즘이 나타날 위험성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대중 정당이 당원 모집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자 권리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130만 명의 당원이 불과 1달여 만에 500만 명으로 느는 것을 어떻게 정상적인 정치로 볼 수 있겠는가.

박정희식 동원정치가 이명박 통해 부활?

50만 명의 '이명박 마을 전도사' 파견으로 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만약 이런 발상이 정말로 실행된다면 이거야 말로 그간 범보수세력과 한나라당이 걸핏하면 참여정부와 386세대에 대해 공세를 퍼붓던 '홍위병'식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한 민주화 이행기를 거치면서 박물관으로 보내진 동원정치체제가 21세기 벽두에 더욱 강화된 형태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의해 다시 나타나고 있는 이 전도된 현상을 과연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역사는 되풀이 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라고 했던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박정희가 그토록 집착했던 동원체제가 그의 딸을 이긴 이명박에게서 더욱 강화된 형태로 나타나려 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야말로 역사적 희극이 아닐런지.

민주주의 체제가 논의 과정과 결정과정의 개방성을 생명으로 한다면 동원 체제는 권력의 집중과 체제의 경직성을 특징으로 한다. 민주주의 체제가 외형상 다소 어수선해 보여도 결정 과정에 참여한 구성원 각자 각자 책임성과 자발성에 의해 작동된다면 동원 체제는 소수에 의한 결정과 다수에 대한 소수의 동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때 동원의 수단이 통상적으로 위협이나 사적인 이익 연줄망 포섭임은 역사가 말해주는 바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원 체제는 일사불란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 체제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정치외적 비용을 수반한다. 우리가 70~80년대 익히 보아왔던 정경 유착과 지역 패권주의에 올라탄 제왕적 리더십은 그것의 표피에 불과한 것이다.

이명박 선대위의 방사형 조직 운영에 대해 논하면서 실적 위주의 폐쇄적 조직 운영이 결과적으로 권력의 집중과 당 조직의 경직적 운영이라는 동원 체제적 문제점들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500만 당원, 50만 전도사'에 이르러서는 이명박식 현장 정치의 이면에 더욱 짙게 어른거리는 동원체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느낀다. 한층 스산해지는 2007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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