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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센터'들, 지금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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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센터'들, 지금 뭐 하나?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38> 민간단체와 지자체의 시너지 효과를 꿈꾼다

지난 10월 중순, 구미시에서 요즘 세태를 잘 보여준 일이 있었다.
  
  구미시에서 10월 13일~14일 이틀간 '다문화축전'을 열기로 했는데, 그에 대해 구미지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반발한 것이다.
  
  그 이유인 즉, 구미지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5년째 열고 있는 '아시아인의 문화축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라면 양 측은 서로 타협해보려 했으나 실패했고, 양 측은 1주일 간격으로 각자 축제를 강행했다.
  
  그러니까, 구미시에서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때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인권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그들과 함께 여러 가지를 해왔던 지역단체들에게 구미시가 서운하게 혹은 비판적으로 반응하게 했고, 그래서 양 측은 결국 따로 비슷한 내용의 행사를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몇 년간 이주노동자(및 이주자)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부쩍 늘어가고 있다.
  
  노동부, 문화관광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교육인적자원부, 농림부 등 정부부처를 위시하여 이주노동자(및 이주자)들이 웬만큼만 거주하는 지역일 경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여러 지원시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시책이란 것도 유행을 타는 것 같은데, 가장 큰 유행이 ○○센터들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운영은 모두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센터라는 것이 정부부처별로, 지방자치단체별로 각자 운영하다보니, ○○센터가 갑자기 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센터가 늘어나면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 사이에서는 누구는 '어느 지역 센터 받았다, 누구는 받을 예정이라더라', '어느 지역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제쳐버리고 지역의 큰 종교기관에 주었다더라', '어느 지역은 지원단체들을 제쳐버리려고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더라'는 등의 얘기들이 떠돌기도 했다.
  
  그런 얘기들을 듣다보면, '아! 요즘 같은 시절에 ○○센터 하나 받지 못하면 바보구나!'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게 되고, ○○센터만이 아니라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큰 행사 하나 주최하지 못하면 마치 그 동안 이주노동자(및 이주자) 지원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매우 무능력한 활동가인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지경이다.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움직이면 막대한 돈과 자원들이 투여된다. 그 동안 이주노동자 지원을 해오면서 '돈이 있다면 이런 사업도 하고 저런 사업도 하고, 그러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민간단체들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서 생기는 것이 있으면 버려야 하는 것이 있는 법! 그러기에 요즘의 세태를 바라보는 속마음은 복잡하다.
  
  민간단체들의 감수성과 노하우에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이 잘 결합되면서 상승효과를 갖게 될 것은 아주 분명한데,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어서 속마음이 더더욱 복잡해진다.
  
  수십억 원 혹은 십수억 원의 돈을 들여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으면, 상식적이라면 그 지역에 있는 다른 민간단체들은 할 일이 없어져 전업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우습게도 그 지역에 있는 민간 지원단체들이 한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설에 풍부한 인적 자원을 쏟아 부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데도 이주노동자들은 민간단체를 찾아온다. 또는 그곳을 찾아갔다가 다시 민간단체를 찾아가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힘들게 자비를 쏟아부어가면서 일하는 민간단체의 활동가로서는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또는, '뭔가를 해보자'면서 처음에는 민간단체의 활동가가 보유하고 있는 감각과 식견을 인정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듯하다가 종내에는 그를 배제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조차 보이고 있다.
  
  돈을 위시하여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주노동자(및 이주자)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그게 민간단체들의 노하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자원이 서로 상승효과를 가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최소한 그 동안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적으로 노력해오고 좀더 나은 정책을 만들고자 아낌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민간단체 활동가들로 하여금 배신감과 함께 회의를 갖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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