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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 나라 전체가 상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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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 나라 전체가 상여겠네"

한미 FTA 반대 문화예술행동 사이버 전시전 <2>

"참 이상하다. 작년 내내 사회를 흔들었던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국정감사도 시작됐다. 그런데도 누구도 한미 FTA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손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이 국회 비준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군의 문화예술인들이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알리는 행동에 나선다.

'한미 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와 '한미 FTA 졸속체결을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풍자와 해학전 <개에게 묻다>' 전시회를 연다.

민족미술인협회, 우리만화연대, 민족서예인협회, 작가회의 등 15개 단체 소속 6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시서예, 만평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18일 국회에서 전시회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전시 제목은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이를 추진한 주체들은 역사 속에서 짐승과 다름없는 존재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 국회에 도착한 한미 FTA 체결문은 수많은 시민의 눈물과 분노를 짓밟고 온 것"이라며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한미 FTA 체결 비준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행된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국회에 대한 기만, 국민에 대한 폭력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상식적인 한미 FTA의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며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적 상상력과 공동체를 통해 한미 FTA라는 죽음의 시간을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을 지면을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 이 사이버 전시는 매일 2편씩 이어진다. <편집자>

▲ ⓒ프레시안

넝쿨 장미

- 김해자

너를 기다리다 동글동글 뭉쳐놓은
주먹밥 같은 하얀 넝쿨 장미 본다
의료보험증 들고 상처 동여맨
종주먹 같은 붉은 넝쿨 장미 본다
미싱사 십오 년에 의료보험도 안 되는
마찌꼬바 지하공장 드륵드륵 미싱소리 듣다
누런 가시 바짝 세우고 철조망 기어오르는 너를 본다
회충약 털어넣은 것처럼 자꾸 어지러워,
갑작스레 쏟아지는 햇빛에 찡그리며
웃는 너를 본다

이 땅에 여자로 산다는 것
저리 하얀 눈물 방울방울 꽃 피우는 것이야
이 땅에 가난한 여자로 산다는 것
저리 붉은 상처 종주먹으로 꽃 틔우는 것이야
제 한몸 못 가누어 담벼락에 기대는 거 아냐
땅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야
봐, 올라서잖아 아무도 모르게
담벼락 넘어 하얀 송이 피워올리잖아
봐, 저렇게 넘어서잖아 한눈 파는 사이
철조망 넘어 붉은 송이 밀어올리잖아
작가노트

대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국민을 위한 공약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데 나는 왜 우습게도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이 생각날까. 안팎에서 전쟁중인 나라, 안에서는 구두 뒤축이 상대보다 높은가 낮은가 하는 것으로 싸워 입장이 다른 왕자는 한 발은 낮은 굽 다른 한 발은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절뚝거리며 걷는 촌극을 연출하고 있는데,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다는데 계란을 뽀족한 데서부터 깨먹을 것인가 넓은 데서부터 깨먹을 것인가로 에너지를 낭비하고들 있으니, 함포고복, 백성들이 근심없이 배 불리 먹고 배 두드리고 사는 세상은 대선공약에나 나올 법한 겉치레이런가.

FTA, 더 많이 갖고 이기고 빵을 키우는 길이 대세라면 진리라면 행복이라면 혹시 달덩이만해진 빵을 앞에 두고도 이미 먹을 것을 소화시킬 수 없을 만치 굶어서 눈을 감는 백성들의 참혹함은 어찌할 것인가.

작가소개

1961년 목포 출생.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활동 시작. 제8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無花果는 없다>를 펴냈다.


▲ ⓒ프레시안

상여 멘 날
- 비나리 송씨의 귀농일기

- 안상학

살아갈수록 느느니 고무신 한 켤레에 수건 한 장. 귀농한지 석삼년동안 누 집 손주 백일이네, 어느 집 아이 돌잔치네, 백일떡 돌떡 한 번 못 먹었으니 여기가 사람 사는 동네인가, 사람 죽는 동네인가. 오늘, 칼바람 부는 뒷산 그나마 볕바른 곳 이웃 어른 모시고 돌아가네. 어화, 땀내 절은 수건 한 장 목에 걸고, 백고무신 한 켤레 뒷주머니에 꽂고 집으로 돌아가네. 고양이가 살고 있는 빈집 앞을 비껴서, 어화 넘차, 에돌아 가네.
작가노트

한미FTA 체결문이 국회마저 통과하면, 어화! 이젠 이 나라 전체가 상여겠네. 이 나라 전체가 상갓집이겠네. 물론 가진 이들 중 일부는 더한 잔치가 없겠지만, 어화! 그것이 행복이랴, 민주랴.

작가소개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등이 있다. 현재 작가회의 사무부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노석(魯石) 임창웅

1966년생,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계 필업
북경 수도사범대학 서법연구소 석사
성균관대학교 유학계 동양미술전업 박사수료
대전광역시 대덕문화원 사무국장

◈ 이번 전시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한미FTA 저지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는 출품작 판매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 제작 경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공대위 측은 "전시의 뜻에 동의하는 작가들이 참가비 없이 기꺼이 참가했다"며 "출품작 판매금은 제작에 소요된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는데 쓰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구입 구입 문의는 문화예술공대위 전시팀장 한유진(010-7661-0005)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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