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잉글랜드 축구 '국치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잉글랜드 축구 '국치일'

크로아 깨도 유로 2008 본선무대 '가물가물'

"(아프리카 지역의) 모로코, 자이레, 잠비아나 호주 또는 한국과 같이 축구의 전통과 실력이 없거나 적은 국가가 74년 서독 월드컵에 나가야 하고, 축구의 창시자들은 밖에서 월드컵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아니러니 하다".

1974년 서독 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잉글랜드가 탈락위기에 몰렸을 때 보도된 <더 타임스>의 1973년 10월 19일자 기사 중 일부분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FIFA(국제축구연맹)에 가입하지 않아 월드컵 초창기에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를 제외하면 1974년 서독 월드컵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지 못한 대회로 영국축구사에 불명예스럽게 남겨져 있다.

이 같은 잉글랜드 축구의 '치욕의 역사'는 흥미롭게도 <더 타임스>가 1973년 잉글랜드 축구의 운명과 대척점에 놓았던 한국과 호주 축구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히딩크 감독에 의해 반복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잉글랜드, 유로2008 예선에서 러시아에 1-2패

잉글랜드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츠니키 경기장에서 펼쳐진 유로 2008(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 E조 예선에서 러시아에 2-1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오는 11월 22일 웸블리 구장에서 펼쳐지는 크로아티아와 홈경기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러시아가 비교적 약체인 안도라와 이스라엘과의 원정경기에서 전승할 경우, 유로 2008 본선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잉글랜드 축구의 '국치일'은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셈.
▲ 유로2008 E조 잉글랜드와 러시아의 경기에서 웨인 루니가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리아노프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뉴시스=로이터

잉글랜드를 웃고 울게 했던 선수는 웨인 루니. 루니는 전반 29분 멋진 첫 골을 성공시켰지만 후반 24분 러시아에 페널티 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러시아는 여세를 몰아 4분 뒤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비록 경기 뒤 잉글랜드의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은 "루니의 파울은 페널티 박스 밖에 행한 것"이라며 오심 문제를 제기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18일자 <더 타임스>의 표현대로 루니의 파울은 루니가 잘못 판단한 행동이었다는 쪽이 대세.

더욱이 영국 언론은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후반전 러시아의 전략에 잉글랜드 코칭스태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후반전에 돌입하기 전 잉글랜드 왼쪽 수비수 레스코트를 '구멍'으로 여기고, 오른쪽 측면 공격을 러시아의 주공격 루트로 삼아 잉글랜드 포백 수비 조직의 집중력을 깼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전술변화 능력이 팀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맥클라렌은 히딩크의 수읽기에 당한 셈이다.

2차대전 이전 잉글랜드 축구계는 국가대항전에서 패배해도 이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월드컵 대회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잉글랜드는 미국에게 0-1로 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최근 영국 스포츠사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대부분의 잉글랜드인들은 이 경기 결과를 다룬 신문의 스코어를 보고 스코어 표기가 뒤바뀐 것으로 생각했을 정도. 당시 언론보도도 미국에 졌다는 사실 외에 이 경기와 관련해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질책이 드물었다.

하지만 전후 동력을 서서히 잃어가던 '대영제국'의 위상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 앞에서 더욱 무기력해지면서 잉글랜드 스포츠, 특히 잉글랜드 축구에서는 '승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축구경기를 둘러싼 언론보도도 진한 '국수주의적' 색채를 보이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의 뒷걸음질 치고 있는 국가적 위상을 축구장에서의 성적으로 보충하려는 국민심리를 반영하게 됐다는 의미다. 1974년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뒤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테드 크로커 사무총장은 "축구는 우리가 국제 무대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아쉬움을 표현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국제 대회 부진

잉글랜드 축구의 고질병은 자국 프로축구는 늘 진화해 왔지만 대표팀 축구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꽤많은 영국 사람들은 "잉글랜드 축구를 세 단어로 표현하면 뭔지 아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정답은 '분발하라'는 뜻의 '겟 스턱 인(get stuck in)'. 잉글랜드 축구는 새로운 실험정신에 입각한 변화보다 우리는 개개인의 실력이 충분하니까 열심히만 하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에 기대왔다는 뜻이다.

잉글랜드의 감독 맥클라렌은 유로 2008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감독 자리를 보전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유로 2008 예선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잉글랜드 축구팬들에게 경기장에서 맹비난을 받아야 했던 맥클라렌이 오는 11월 크로아티아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는 말도 '겟 스턱 인'외에 별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