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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비수기, 영화팬들의 발걸음은 오히려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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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비수기, 영화팬들의 발걸음은 오히려 바빠진다!

[이슈인시네마] 화제작들 앞다투어 개봉 예정

추석 직후부터 겨울방학 직전인 11월까지는,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이 개봉을 시작하는 5월 전까지와 함께 전형적인 '비수기'에 속한다. 대규모 관객을 노리는 블록버스터들은 보통 학생들의 방학기간이나 명절, 혹은 연인들이 유난히 몰려다니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 등에 개봉하기 때문에, 비수기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들이 그럭저럭한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그나마 1위부터 5위 사이의 영화의 성적들의 편차도 그리 심하지 않다. 그러나 영화광들은 이 시기가 가장 정신없는 시기가 된다. 성수기엔 블록버스터들이 전국의 절대다수의 극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개봉작의 숫자 자체가 적고 극장에 갈 일도 적어지지만, 블록버스터들을 피해 개봉을 미루었던 보다 작은 영화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개봉전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만큼 넓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잡진 않지만, 좀더 특정한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되 그만큼 상업적 타협의 부분에 있어서 좀더 제작진의 의도를 밀어부쳐 완성도가 꽤 높은 영화들, 그러나 꼭 예술영화라 하긴 어려운, '잘 만든 상업영화'군에 속하는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고, 각종 영화제 수상작들과 주목할 만한 작은 영화들이 앞을 다퉈 관객들에게 선을 보인다.
원스
현재 10월 말에서 11월까지 개봉일을 확정한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올 가을은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영화잔치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올해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이었던 <원스>가 소규모 개봉으로 4주만에 벌써 8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2006년작 <호랑이와 눈> 역시 단관 개봉했음에도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도그마' 출신으로 데뷔작 <셀리브리티>로 큰 관심을 모았던 토마스 빈터베르크 감독의 <올 어바웃 러브>는 이번 주에 개봉한다. 뉴욕 상류층에 대한 재치 넘치는 풍자극 <내니 다이어리>와 베토벤의 말년과 '운명 교향곡'의 탄생에 관한 팩션 <카핑 베토벤>, <오만과 편견>의 원작소설가인 제인 오스틴의 자아찾기에 관한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 <비커밍 제인>도 10월 첫 주와 둘째 주에 개봉해 주목할 만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박치기>로 주목을 모았던 이즈츠 가즈유키 감독의 속편, <박치기! Love & Peace> 역시 지난주에 개봉해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태이다. . 완성도 높은 미국식 상업영화, 영화제 수상작 등 앞다투어 개봉 예정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제임스 엘로이의 팬과 브라이언 드 팔마의 팬들을 모두 흥분시킬 <블랙 달리아>가 드디어 11월 1일로 개봉일을 잡았고, 10년 전 왕권다툼 속에서 불안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엘리자베스 공주'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엘리자베스>의 속편이라 할 만한 <골든 에이지> 역시 11월 22일로 국내 개봉일을 확정했다. <엘리자베스>의 셰카르 카푸르 감독과 케이트 블랜칫이 다시 팀웍을 이룬 <골든 에이지>는 소위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강력한 군주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야기를 다룬다. <블랙 달리아>는 애초 데이빗 핀처가 관심을 보였던 99년경부터 영화관계자들과 원작소설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뒤, 브라이언 드 팔마가 메가폰을 이어받아 미국에서 작년에 개봉을 하면서 영화팬들이 국내에서의 개봉을 1년간 기다려온 작품이다. 이밖에도 숀펜, 주드 로, 케이트 윈슬렛, 앤서니 홉킨스 등 연기파 배우들이 뭉친 <올 더 킹즈 맨>(11월 3일), 에드워드 노튼이 이반 레이첼 우드와 함께 주연을 맡은 <다운 인 더 밸리>(11월 1일), 제작자, 감독,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타 조지 클루니 주연의 <마이클 클레이튼>(11월 29일)도 개봉일을 확정하고 홍보작업에 들어갔다. 그 옛날 '키노'를 열심히 봤고, 퀜틴 타란티노와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의 이름에 '영화광'으로서 동지의식을 느꼈던 이름이라면 로저 애버리의 이름에 가슴이 두근댈 만하다. 로저 애버리 감독의 2002년작 <뒤로 가는 연인들>이 뒤늦게 10월 25일 국내에서 개봉하기 때문이다.
색, 계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 최대 화제가 되었던 이안 감독의 <색, 계> 역시 11월 8일 개봉할 뿐만 아니라 이안 감독과 두 배우(양조위, 탕웨이)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기도 하다. <센스, 센서빌리티>를 찍으면서 '내 영화가 쓸데없이 로맨틱해진다'며 우연히 촬영장이던 호수에 들어온 백조 떼들을 내쫓았고, 그 자신이 '지고지순한 사랑영화'라고 밝혔음에도 키스 장면 하나 없었던 <헐크>의 이안 감독이 미국에서 NC-17 등급을 받을 정도로 표현 수위가 높은 에로틱 스릴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부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영화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에 빛나는 <투야의 결혼>과 장률 감독의 <경계> 역시 11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왕 취엔안 감독 - 위난 주연 콤비의 아름다운 연출과 연기가 돋보이는 <투야의 결혼>과, <망종>으로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장률 감독의 신작 <경계>는 둘 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으로, <투야의 결혼>은 11월 1일, <경계>는 11월 8일 개봉한다. . 다수의 애니메이션들과 심상치 않은 한국 인디영화들, 개봉 준비 마친 상태 애니메이션들의 대거 개봉 역시 영화팬, 애니메이션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가이낙스의 창립작으로, 그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렸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가 제작 20년만에 드디어 이번 주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소개가 되었던 3D 애니메이션 <벡실> 역시 11월 8일로 개봉일을 잡았고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한국 방문 역시 결정된 상태.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들이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 만한 소식도 있다. <마녀배달부 키키>와 <귀를 기울이면> 역시 11월 22일로 개봉이 잡혔기 때문이다. <천년여우>, <퍼펙트 블루> 등을 만든 곤 사토시 감독의 <파프리카> 역시 11월 3일 개봉된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한국영화들 역시 개봉작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 물론 이명세 감독의 신작 , 허영만의 원작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식객> 등도 주목의 대상이긴 하지만, 대규모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 영화들과 달리, 관객의 적극적인 애정의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영화들은 따로 있다.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한, 양해훈 감독의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11월 8일 개관할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 스페이스'의 개관작으로 개봉이 결정된 상태이다. '골방 꽃소년의 복수 누아르'라는 헤드라인을 붙이고 홍보중인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다소 현학적인 제목과 달리 한국판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관객평론가상을 수상한 작품.
은하해방전선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스타라 할 만한 윤성호 감독의 장편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 역시 인디 스페이스에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다음 개봉작으로 확정된 상태다. <후회하지 않아>로 '독립영화 역시 성공작을 낼 수 있다'는 사례를 증명한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가 제작한 <은하해방전선>은 독립영화를 만드는 청년의 좌충우돌 영화제작기에 관한 영화. 두 작품 모두 배우 임지규가 주연을 맡아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두 영화가 모두 불안하고 아픈 20대 청춘들을 다루고 있는 반면,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아홉 살 된 꼬마의 뒤를 쫓는다. 꾸준히 충무로 바깥에서 영화를 만들어온 전수일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 역시 11월 15일로 개봉일을 확정하고 관객들을 만날 예정. 이 영화를 배급하는 스폰지에서는 전수일 감독의 전작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마련하고 있다. 타블로, 김남진 등의 '아이돌 스타'들이 등장하는 독립영화라 하면 얼핏 연결이 잘 안 되지만, 조창호, 박수영, 김성호 세 감독이 만든 단편들을 붙인 옴니버스 영화 <판타스틱 자살소동> 역시 11월 8일 개봉일을 정하고 본격적인 홍보작업에 나섰다. 부산영화제에서 <은하해방전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 개봉은 반가우나... 좋은 영화들이 앞다투어 개봉하는 것은 영화팬으로서 더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개봉일을 체크해가며 이 극장과 저 극장을 바쁘게 오갈 영화팬들이 마냥 행복한 비명만을 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봉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들이 과연 얼마나 안정적으로 상영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성공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10여 개의 스크린으로 개봉해 벌써 8만을 넘기고 10만을 바라보고 있는 <원스>는 2주 전에 스크린 수가 3개로까지 떨어졌다가 기적적으로 스크린을 다시 늘린 케이스에 속한다. <스파이더 맨3>, <캐리비안의 해적 3: 세상의 끝에서> 등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이 연이어 극장을 점령했던 기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화려한 휴가>와 <디워>가 극장가를 양분하고 있던 지난 여름에 <기담>과 <리턴>은 오히려 관객들이 나서서 서명운동을 벌여야 했을 정도로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이 되고 말았다. CGV의 인디상영관들, 압구정과 현 중앙시네마의 3개관, 그리고 주안 등에서 운영되는 스폰지하우스나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 스페이스, 그밖에 좋은 영화들을 꾸준히 상영하는 미로 스페이스, 하이퍼텍 나다, 씨네큐브, CQN 명동, 필름포럼(이상 서울) 등의 존재는 고맙기 짝이 없고 최근 명보극장과 중앙시네마(5개관 중 직영하는 1개관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운영할 예정) 등이 새로이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방향을 틀기는 했지만, 이 극장들의 스크린만으로는 현재 개봉되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비주류'의 다양한 영화들을 소화해내기가 역부족이다. 지방으로 가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아트플러스에 가입해있는 극장들 중 서울 외 지역에 있는 극장들은 CGV 라인 중 인디상영관(각각 인천과 서면), 광주극장(광주), 국도극장(부산), 동성아트홀(대구), 프리머스의 일부관(둔산, 전주) 정도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위에 언급한 영화들이 개봉하는 지역은 매우 한정돼 있으며, "좋은 영화들, 서울에서만 개봉한다"는 불만은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다양한 영화,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한 영화팬의 '노력'은 오늘도 눈물겹도록 유난스러운 바지런함과 유난스러움 속에서나 지켜지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개봉작 개봉일자 10/25 뒤로 가는 연인들 11/1 블랙 달리아, 다운 인 더 밸리, 투야의 결혼 11/3 올 더 킹즈 맨, 파프리카 11/8 색, 계, 경계, 벡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판타스틱 자살소동 11/15 검은 땅의 소녀와 11/22 골든 에이지, 마녀배달부 키키, 귀를 기울이면 11/29 마이클 클레이튼, 은하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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