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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은 한 차례 불꽃놀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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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은 한 차례 불꽃놀이였나?"

[민주화 20년, 한국사회 어디로?⑥] <문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이제 민주주의는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도 치르고 정권교체도 일어나고 국회도 돌아가니까 이제 한국 민주주의는 안전궤도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20년 만에 민주주의를 일구어낸 나라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민주주의 문화의 성숙 없는 민주사회는 불가능하다"며 현재 한국 사회를 향해 따가운 비판을 던졌다.

도정일 교수는 17일 <프레시안>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공동으로 주최한 '민주화 20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 연속 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 강연 전문 보기)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전지대'에 있다? 천만의 말씀

도정일 교수는 "한국에 제도로서의 정치민주주의가 도입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문화적 열망이나 지향성이 선행요건, 혹은 전제조건으로 미리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4.19 학생봉기에서 6.10 항쟁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를 향한 근 30년의 사회적 투쟁이 발생한 것은 정치발전 아닌 '정치의 실패' 때문이며 그 실패에 대한 국민적 불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6.10 항쟁 20주년에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 사회가 지난 20년간 민주주의 지탱과 발전, 안착과 착근을 위한 기본조건들을 얼마나 성숙시켜 왔느냐는 것"이라며 "그 기본조건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민주주의 문화'"라고 밝혔다.

이어 도 교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문화의 성숙 없이는 언제든지 퇴행과 반전, 타락과 붕괴의 위험 속으로 내몰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가 충분히 발전해서 더는 퇴행이나 반전의 위험이 없는 '안전지대'에 들어와 있나"라고 되물었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지 않다"라는 게 도 교수의 답변이다.

정부, 언론, 교육, 진보진영 모두 책임 있다

도정일 교수는 이처럼 민주주의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원인으로 △정부의 정책 부재 △언론과 매체의 타락 △교육의 역할 방기 △긍정적 가치를 제시하고 옹호하지 못한 진보 진영을 꼽았다.

도 교수는 "불행히도, 내가 보기엔 문민정부의 어느 정권도 민주주의 '문화의 성숙'이야말로 기본 과제라는 인식을 하고 정책을 개발 시행한 적이 없다"며 "정부 못지않게 대표적 공영역인 언론에서도 지배적 언론조직들은 지난 15년간 이룬 검열폐지와 표현의 자유 신장을 '자유의 타락'에 가깝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도 교수는 "지금의 20대들 가운데 6.10 항쟁을 안다는 사람은 응답자의 40%가 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는 우리의 중요한 사회적 기억들이 교육을 통해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선의, 돌봄, 신뢰 같은 공생과 공존의 가치는 민주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데도 지난 20년 이른바 진보진영이나 시민단체들이 이런 '긍정적 가치의 제시와 옹호'에 소홀하지 않았나"라며 "감시와 비판도 필요하지만 망가진 공동체를 일구고 지역사회 사람들을 활기차게 하는 일, 풀뿌리 민생을 돕는 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향한 열망은 한 차례 불꽃놀이로 끝난 것인가?"

도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으로 때문에 나타난 사회적 현상은 바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포의 문화'와 '선망의 문화'라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공포가 대두된 건 1997년 금융위기 당시 '노숙자' 현상에서부터지만,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의 일반화, 항시적인 실직의 위험, 사회적 열패자로 전락할 가능성의 상존하고 있고 이런 불안과 두려움은 지금도 상당수 한국인을 공포의 문화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 교수는 "한편 매체들은 눈만 뜨면 '억대 연봉'의 사람들을 만인의 '모델'로 추어올리면서 그들처럼 되지 않으면 바보, 무능력자, 열패자라는 듯이 일방적인 '성공의 서사'를 퍼뜨린다"며 "소비의 신화는 이제 한국이 풍요사회다, 풍요사회에서는 누구나 맘껏 소비할 수 있고 그래야 인간 품위가 올라간다는 식의 신화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이처럼 황폐한 문화 속에서 한국인의 지배적인 정신상태(mentality)는 '개발주의'가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주의 좋아하네, 잘 살고 봐야지'라는 것이 지금 대다수 한국인을 지배하는 생각이고 정신상태"라며 "현대 한국인들 가운데 '개발주의자' 아닌 사람은 소수의 소수에 불과할 듯싶다"라고 밝혔다.

도 교수는 끝으로 "사회가 풍비박산을 면하려면 구성원들이 공유할 공통의 문화적 가치들을 부단히 찾고 확인해야 한다"라며 "경제발전이나 경제적 가치도 좋은 삶을 위한 수단적 가치일 뿐 사회발전의 궁극 목표는 인간발전이며, 이 목표를 안내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화적 가치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량은 열망과 다르다. 민주주의는 그것을 하겠다는 열망과 지킬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를 모두 필요로 한다. 6.10 항쟁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폭발했던 사건이다. 그러나 그 폭발 다음은 어찌 됐나? 폭발은 한 차례의 불꽃놀이로 끝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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