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찾아 온 가을날씨가 청명하다. 날이 좋으면 당연히 극장가에 사람들 발길이 줄어드는 법이다. 흔히들 가을 비수기라 부르는 것은 이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그래서 그런지 지난 주말 국내외 영화들은 고만고만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딱히 두드러지게 박스오피스를 치고 나간 작품이 없다. 그나마 <행복>이 인기라면 인기다. <행복>은 개봉 2주째를 맞아 100만 관객을 넘겼다. 조금 더 관객을 모을 만한 영화지만, 이른바 대박 운세는 따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행복>외에 2위부터 6위까지는 외화가 순위를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순위를 죽 내려다 보고 있으면 국내 극장가가 외화들로 '즐비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내니 다이어리>같은 영화는 보통 때같으면 맥을 못출 영화지만 웬일인지 전국 40만이 넘으며 수도권 집계기준으로 2위를 차지했다. 스칼렛 요한슨의 티켓파워가 그만큼 세다는 것일까. 전국 기준 집계였다면 2위를 했을 <러시아워3>는 수도권을 기준으로 하는 바람에 3위에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한마디로 <내니 다이어리>와 <러시아워3>가 엎치락 뒷치락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비커밍 제인><카핑 베토벤>같은 문예영화가 순위에 오르는 것을 보면 가을은 가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커밍 제인>은 제인 오스틴의 삶과 사랑을 그린 만큼 이 여성작가에 대한 골수팬들을 동원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며 <카핑 베토벤>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국 1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걸 보면 아무리 어쩌느니 저쩌느니 해도 우리 관객들이 '좋은' 영화, '감성이 있는' 영화를 찾아 다니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박스오피스는 이번 주말을 통과하면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일단 <궁녀>가 다크호스다. <바르게 살자><어깨 너머의 연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비수기지만 다시 한번 한국영화가 힘을 좀 얻었으면 하고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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