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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일본 아사히, 한국영화를 황혼기에 비유

[특집] 아사히 출간 주간지 'AERA', 한류붐 끝났다고 진단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가 발간하는 대중문화 주간지 'AERA'가 최근 호를 통해 한국영화산업을 강도높게 비판, 눈길을 끌고 있다. <황혼의 한국영화>라는, 제목부터 충격을 주는 이 기사는 한국영화산업이 이미 사양세로 접어들었으며 따라서 아시아내 한류붐도 이미 끝난 것처럼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여파에 따라 한일 영화관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AERA' 기사의 전문 가운데 안성기씨, 봉준호 감독 등의 인터뷰를 제외하고 본문만을 번역해 싣는다. - 오동진 영화전문위원
한국은 영화를 무기로 세계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러한 이야기가 현실성 있게 들려온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지금 한국의 영화는 추락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급격하게 하락, 한류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탕! 탕! 탕!'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하리는 아니지만 마그남을 손에 들고 증오하는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공격하는 일은 역시 통쾌하다. 서울의 번화가 명동 12층 건물 맨 꼭대기에 위치한 사격장. 방음 처리된 장소에서 방탄조끼를 입고 적을 겨냥해 쏜다. 베렛타, 마그남 등 다양한 총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요금은 10발에 9만원~15만원. 이러한 사격장이 적어도 서울에 3곳 있다고 한다. 서울에 자주 오는 일본의 당국자들도 여기서 실력을 쌓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수년전 이곳과 닮은 북한 사격장에 간 적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인민해방군경영의 큰 사격장에서 바즈카포를 던지고 포탄으로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북한 김일성이 죽은 것은 13년 전이다. 예전의 일들을 떠올려 보다 몇 명의 유명인 가운데 문득 한 이름을 생각하게 되었다. '강제규'. 한국영화의 큰 획을 그은 <쉬리(1991년)>를 찍은 감독이다.
일본 대중문화 주간지 'AERA' ⓒwww.aera-net.jp
<쉬리>를 계기로 진출 서울에 진입한 북한 특수 부단이 한국에서 개발된 특수무기를 강탈한다. 서울시민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 여성이라는 것을 모른 채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한국국정원 직원. 남북 정상의 암살을 위해 특수무기를 폭발시키고자하는 특수대원과 이러한 움직임을 막기 위한 국정원과의 대결이 클라이막스를 맞이한다. 620만이라는 당시로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관객을 동원시켰다. 이 영화의 등장으로 한국은 헐리웃 영화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며 한국 영화계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재능을 단번에 보여줄 수 있게 되었고 관람객도 늘어났으며 관심도 높아졌다. <쉬리>는 일본에서도 히트해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게 되었다. 한국영화의 일본 진출이 계속 이어졌다. 한국영화는 일부 관객만이 흥미를 갖는 대상이 아니라 일반 영화팬도 빠져들게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언제까지 이어질까하는 것이다. 구조, 조정과 위기가 시작되었는지 모를 공포감이 퍼져나가고 있어 하반기에는 어떻게 될지 예측조차 하기가 어렵다.' 이는 7월 하순경 한국 정부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올 상반기의 영화산업 리포트 중 일부분의 내용이다. 지난 1월~6월의 한국영화 관객동원수는 전체의 41.7%로 2004년 이후 같은 기간 이래 3년 만에 50%를 밑돌았고 2002년 같은 기간 이래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헐리웃 중심의 외국 영화가 반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해외수출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에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해외수출은 2007년 상반기 약 740만 달러로 2006년 상반기의 반으로 축소했다.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 것은 일본에서도 2006년 상반기 약 870만 달러였던 것이 2007년 같은 기간에는 약 220만 달러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 리포트는 '새로운 볼거리가 줄어들어 냉철하게 작품자체에 힘을 실어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한국영화의 '위기'를 처음으로 알린 것은 올해 3월 조선일보 1면 기사에서였다. . 110편 중 90편이 적자 2006년 한국영화의 투자실패 금액은 약 1천억 원을 돌파했다. 이것은 2003년~2005년 수익합계의 2배에 가깝다. 2006년에 공개된 한국영화 약 110편 중 90편이 적자다. 더구나 한편 당 영화제작비는 늘어나기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영화제작사인 '다인필름'의 김형준사장(47)은 적막한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괴물
지금까지 1,000만 명 이상의 관객동원을 달성한 한국영화는 4편이다. 인구 4,800만 명의 나라에서 1,000만 명 관객동원이라는 것은 대부분 사회현상에 가깝다. <괴물>(06년) <왕의남자>(05년) <태극기 휘날리며>(04년) <실미도>(03년)이다. 이중 <실미도>를 제작한 것은 바로 강우석 감독이다. 김형준 사장이 영화 일을 시작한지는 20년, 지난 2월까지 영화제작회사의 업계단체회장을 4년간 역임한 업계의 얼굴이다. 2년 전에는 뉴욕, 보스톤, 싱가폴, 홍콩 등 세계 5개 도시를 돌며 한국영화에의 투자를 권유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다. 회장에서 지난 5년간의 한국영화를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며 "이들 작품에 맞추어도 제작비는 킹콩 한편 값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에 한국영화의 진출은 강해지고 있다. 한국영화는 발전한다. 미래는 밝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이 벌어져서… 2, 3년 전부터 언젠가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대책을 업계에서 세워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라며 김형준 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 너무 많은 개봉 영화 수 관련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총 영화제작비용은 약 4,400억 원. 적자 1,000억이라는 숫자와 비교해 볼 때 총투자액의 약 4분의 3뿐이 회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작년과 재작년, 제작회사, 연예인 기획사 등 많은 영화 관련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한국영화는 돈이 된다며 거품이 일었다. 매출을 늘려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빨리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모두 생각했다" 기존의 제작편수는 70~80편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2006년, 108편이나 만들어 진 것은 이 때문이었다. 2006년 별도로 만들어진 40편은 상영기회 조차 없어 올해로 미루어졌다. 개봉 영화가 너무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 2006년 일부는 개봉도 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관객 수가 많지 않으면 개봉 다음날이라도 작품을 퇴출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CJ엔터테이먼트 등 거대한 투자배급회사가 많지만 이들은 모두 본업이 다른 업종인 기업의 자회사가 대부분으로 2006년에 큰 손실을 냈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영화투자를 모집하는 벤처캐피탈도 돈을 모으지 않는다. 독자적인 제작회사가 자사의 돈으로 영화를 제작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류붐에 힘입어 일본 바이어들이 높은 돈을 주고 사들인 한국 영화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2005년 한국영화의 대일 수출액은 6,000만 달러이상이었던 것이 2006년은 1,2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올해는 더욱 조용해 졌다. 일본측이 가격 인하를 요구해도 한국측은 가격인하에 대응하지 않고 다른 일본 바이어들에게 또다시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이는 비즈니스의 신뢰관계가 파괴되는 대목이다." 관객의 관람성향에도 문제가 있다. "관객의 중심층인 10~20대는 엉덩이가 저리면 도중에 자리를 떠버린다. 제트코스터 및 서커스와 같은 영화밖에 보지 않는다.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면 예전에는 자주 보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전의 일본 관객은 엉덩이가 절여와도 참고 계속보며 마지막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그런 것이 영화의 매력이겠지." 일본의 관객이 정말로 그랬을까 하는 점은 둘째 치고 이에 따른 한국영화에의 절망감은 깊어만 지는 것 같다. 적자를 내게 된 원인으로는 급성장과 함께 인건비의 상승을 최대 이유로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말한다. 자료에 의하면 배우, 감독, 스탭 개런티부터 광고에 이르기까지 한 편당 평균 제작비는 2001년 25.5억 원, 2002년 37.2억 원, 2003ㆍ2004년 41.6억 원, 2005년 39.9억 원, 2006년 40.2억 원이었다. "이러한 제작비로는 1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지 않으면 흑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150만 명인 동원은 간단하지 않다. 30~40대는 한국 영화에 애정이 있지만 10~20대가 좋아하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다" 오랜기간 한국영화계를 리더해 오고 있는 '시네마서비스'의 김인수사장(46)은 이렇게 말했다. . 제작비 20~30% 커트 1993년 지금은 한국영화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강우석 감독의 개인 프로덕션으로 창립된 시네마서비스는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한국영화만을 특화해 투자, 제작, 배급사업을 하고 있다. 커다란 투자기업과는 달리 현장중시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회사는 김사장을 시작으로 촬영현장 출신자들로 대거 이루어져 있다. 최대주주는 회장인 강우석 감독이며 제2주주는 CJ엔터테이먼트이다.
밀양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영화제작사협회는 올해 처음 제작비 20~30% 감축을 목표로 배우, 스탭, 감독 등의 각 단체와 협상에 들어갔다. 스탭조직과의 협상은 체결돼 7월 1일부터 영화 한편에 고정 월급제에서 시간제로 바뀌었다. 최대의 문제는 유명 배우의 개런티로 시네마서비스가 내세우는 것은 출연료를 내리는 대신에 작품의 이익이 생기면 배우도 그 일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 <밀양>은 이 회사가 제작한 것으로 최고의 개런티로 알려져 있는 그녀도 이러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영화는 터널 안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에너지가 있는 나라. 영화계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 이번에는 조금 심각했지만 2, 3년 후에는 터널을 벗어날 것이다"라고 김인수 사장은 말했다. . DVD도 싸게 팔기 위기에 처할 때마다 업계가 유지해 온 것이 '스크린쿼터'제도이다. 그러나 축소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협상으로 한국정부는 현행의 146일을 반으로 한 73일로 하는 것에 동의해 지난해 7월1일부터 실시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73일이라면 사실상 스크린쿼터 제도는 없어진 것과 같다"라고 영화 평론가 오동진씨는 지적했다. 자국의 문화를 보호한다는 입장에서 헐리웃 영화와의 벽이 되어주던 독자적인 제도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게 된 것은 길에서 팔고 있는 3장에 1만원인 DVD였다. 이러한 곳에서 한국 영화가 당당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은 다른 번화가에서도 쉽게 불 수 있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제 해적판 DVD도 사지 않는다. 한국은 IT대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점을 이용해) 젊은이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마음대로 다운받아 버린다. 때문에 한국 영화는 국내 DVD 수익이 적다. 극장매출만이 거의 유일한 수입인 셈이다. 이러한 점이 일본과 미국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라고 오동진씨는 말했다. 역시 한국 영화의 앞날은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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