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빠'의 정치ㆍ'싸가지' 정치를 넘어…정당정치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빠'의 정치ㆍ'싸가지' 정치를 넘어…정당정치로

[토론회]"진보경제학과 튼실한 정당이 유일한 해법"

범여권 진영에서는 이번 대선에서도 51대 49의 '박빙의 승부'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이번 대선은 3당 합당 이후 치러진 1992년 대선에서처럼 큰 표차로 보수세력이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시 신한국당의 김영삼 후보는 약 200만 표 차이로 승리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자유주의 개혁세력인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3년 만에 대선을 앞두고 개혁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균형이 급격히 깨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

정상호 한양대 교수는 12일 참여사회연구소(소장 이병천 강원대 교수)가 주최한 '2007년 대선과 한국정치의 새로운 선택' 토론회 발제문에서 실현가능한 진보경제학의 상실과 기반이 튼튼한 정책정당 구축의 실패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대안이 민주개혁세력의 구심이었다
▲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소식에 환호하는 노사모 회원들. ⓒ연합뉴스

정 교수는 "'이명박 현상'은 자유주의 정부의 집권 10년 동안 '사회경제적 대안의 조직화'에 실패했던 민주개혁세력의 무능력이 가져온 정치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정부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과 노무현 정부의 '성장과 분배의 균형발전론'이 실질적 성과를 낳지 못한 데 따른 대중들의 정당한 평가"라는 것.

정 교수는 "잊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사회경제적 대안이 한국의 민주개혁세력들의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라면서 해방 이후의 토지개혁, 김대중의 대중경제론, 박현채의 민족경제론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자생적 사회경제모델의 부재는 선거 국면 이후에도 해소되기 어렵다는데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명박과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정당의 차이

정 교수는 또 "이 후보와 다른 후보의 지지도 차이의 근본 원인은 개인 리더십이나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정당의 차이"라면서 "진보진영은 정치의 단위로 조직과 이익이 아니라 개별화된 시민을, 활동의 근거지로 정당보다는 시민단체를 설정하고 있다"고 진보진영의 탈정당·반(反)이익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민주개혁진영이 진성당원제, 지구당 폐지, 전자민주주의 정당 등 고립 분산된 개별 시민을 대상으로 고공정치를 구사하고 있을 때 한나라당은 이익·조직·지역·정책·인사 등 당의 외연과 내포를 충실히 다져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뉴라이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가장 잘 조직화된 직능위원회를 갖고 있으며, 246개 지자체 중 171개를 차지하는 등 생활정치의 기반인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또 이 후보의 경부대운하 건설이나 교육정책 등은 당의 이념 및 정체성을 잘 반영한 것으로 지지자들의 이해를 잘 대변하고 있다는 것.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후보 경선을 치루는 것조차도 버거울 정도로 정당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10%도 안 되는 낮은 당 지지율은 민주개혁성향 유권자들의 냉담한 평가를 보여준다.
'이명박 현상'은 '중도세력 극단주의'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의 자유주의 진영이 극심한 정도의 위기에 자주 봉착한 것은 자유주의 가치와 운영원리를 철저히 내면화하지 못한 것", 즉 '자유주의 내면화의 적자'(deficit)가 핵심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이은 집권으로 한국의 개혁적 리버럴 진영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화해나가는 등 많은 역사적 기여를 해왔지만 집권을 하기 위한 과정이나 집권 후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과정은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보수적 헤게모니를 일정 정도 수용하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한국의 헤게모니를 가진 보수의 이념은 아직 건전한 자본주의적 틀을 갖추지 못한 천민자본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가진다"며 "이런 이념에 견인된다는 것은 한국의 자유주의를 낙후된 성격으로 한계지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자유주의 정부는 가장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확인된 민의를 정당을 통해 결집하고 정부 아젠다를 통해 실현한다는 관점조차도 철저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며 "지지자들이 선거를 통해 무엇을 위임했는가를 놓고 각 정치세력이 치열한 해석투쟁을 벌이는 갈등적 합의의 과정 대신 한국은 대통령과 집권 정당의 자의적 아젠다가 난무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이런 자의적 해석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가운데 나타난 현재의 이명박 지지 현상은 이념적 성향이 가장 약한 계층으로 간주됐던 중간계층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 정치 선택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중도세력 극단주의'(center extremism)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중도세력 극단주의는 미국 사회 내에서 자유주의가 퇴조하던 1970년대 초 나타났던 현상으로, 안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와 개혁 후보들간의 균형 파괴는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자유주의의 적자의 누적과 이로 인한 민심과의 괴리, 한동안 지속되는 중도극단주의 현상 등은 한국 자유주의가 급격히 새로운 가치와 세력으로 재편되는 레짐(regime) 체인지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정한 대안세력이 되려면...

정상호 교수는 민주개혁세력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성장론'을 정책 기반으로 하는 이명박 후보에 맞서 진정한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진보개혁세력이 아직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치경제적 인식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새로운 사회경제모델의 제시를 통해 생태, 평화,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또 이른바 노빠(노무현 열혈 지지자), 유빠(유시민) 등 '빠'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 중심의 선거과정은 미국식 선거전문가정당의 보편적 현상일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빠'의 정치가 정당정치의 발전으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며 '빠'의 정치를 넘어 선진정당정치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다 더 큰 문제는 '빠'의 정치가 대중과 정치지도자 간의 정보와 인식의 흐름을 단절시켜 소통의 정치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노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보여준 '독선'과 '독단'이 '빠'의 정치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여야 모두 강한 개성과 화법을 가진 정치인들이 뜨는 '싸가지' 정치도 극복해야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무색무취한 리더십도 문제이지만 언어와 행동의 자아도취식 리더십은 더 큰 문제"라면서 "이는 온라인 시대에 심각한 소통의 장애현상과 소모적 논쟁을 일삼는 천박한 정치문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의 해산은 현직 대통령 임기 중 집권당 해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고 여기에는 정체성과 리더십의 상실이 가장 큰 몫을 했다"며 정체성에 입각한 정치의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실질적 진전은 개혁적 정당과 시민단체의 연대가 느슨한 형태나마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며 "이같은 연대는 명망가의 개별 영입보다는 상호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공식적 연대이어야 하고, 밀실야합이 아닌 공식적이고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수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