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가까스로 파국의 위기를 넘겼다. 9일 KBS 라디오 토론에 세 후보가 모두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14일 '원샷 경선'도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경선 이후를 대비한 듯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해찬 후보에 이어 손학규 후보도 9일 '조건 없는 경선 복귀'를 다짐했다. 세 후보가 경선 복귀와 결과 승복을 약속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지만 경찰로 넘어간 부정선거 논란이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어 살얼음판 경선의 순항을 장담키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정동영 "네거티브 제로…무한 대화하자"
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네거티브 공세 중단을 약속하며 다른 후보들에게 '무한 대화'를 제의했다. "남은 며칠만이라도 새로운 자세를 보인다면 대통합, 국민감동은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정 후보는 "오늘 이 순간부터 '네거티브 제로의 정치'를 했으면 한다"며 "그동안 할 말이 많았지만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서 무한양보의 자세로 임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박명광 선대본부장은 "다른 후보들이 제기한 공세에 해명은 하되 우리가 새로운 공세를 만들어내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후보 진영에 대한 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 측은 경기 군포 선거인단 대리접수 의혹 등을 공개하며 손학규 후보 측을 경찰에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후보는 또 "앞으로 어떤 국가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지 산상대화를 하거나 문을 걸어 잠그고 무한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정 후보는 "함세웅 신부님이 신당 좌초 위기에 걱정을 많이 하시기에 후보 간 대화를 주선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려놨다"며 "재야 원로의 주선 아래 후보들이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후보나 이해찬 후보가 승리하면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문지기라도 맡겠다"며 "내가 승리하면 대통합 정신에 따라 당내 모든 정파와 함께 협력해 가겠다"고도 했다.
정 후보는 "그간 정치개혁에 기울여 온 12년 간의 정치적인 삶이 상처를 받을 대로 상처받았지만 원망하지는 않겠다"며 "대화하자, 협력하자, 네거티브 하지 말자는 이 세가지 원칙을 계속 호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조건 없이 경선 복귀"
손학규 후보도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천길 낭떠러지에 풀 한포기 잡으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14일 경선에 조건 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14일까지 예정된 모든 경선 일정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손 후보는 "만약 (당선이) 안 되더라도 결과에 끝까지 승복함은 물론 대선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 바치겠다"며 "경선에서 패하면 승자가 누구가 되든 신당 후보를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라면 맡고 수행원이 되달라면 전국을 함게 누비며 대선 승리를 이뤄내겠다"며 "정동영, 이해찬 후보 어떤 위치에서건 힘껏 모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후보는 "경선이 불미스러운 일로 얼룩져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며 "신당의 위기이며 민주개혁세력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창당주역으로서 신당이 만신창이가 된 데 대해 더없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을 바꿔 나갈 것이며 설사 대선에 패하더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신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당 개혁의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번 경선에서 나타난 잘못된 점을 고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불법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저 자신에서부터 냉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재정 통일부 장관 명의를 손 후보 측이 도용한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경위나 상황이 어찌됐든 국민 여러분과 장관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손 후보는 정동영 후보 측에 대한 불법부정선거 공세는 이어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모든 부정과 불법 타락 선거, 구태정치를 용인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정동영 후보가 '무한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지금 후보들이 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이제까지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선문답을 주고 받으면 세 후보 모두 비판받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우 대변인은 "지금 그런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옳고 그름의 분간은 분명히 해놓고 가야 한다. 웃고 사진 찍는 이벤트로 위기를 돌파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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