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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는 사람들> 제작사, 출연배우 안전 위해 해외이주 등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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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는 사람들> 제작사, 출연배우 안전 위해 해외이주 등 조치

[할리우드통신] 성폭행 장면으로 아프간 종족분쟁 악화 우려 고조

아프가니스탄 소년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베스트셀러 소설을 소재로 한 예술성, 사회성 강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영화 속 내용 때문에 소년들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이미 오래전 촬영을 끝내고 영화의 개봉만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사는 과연 아프간 소년과 가족의 안전을 어느 선까지,그리고 언제까지 책임져야할까. 영화가 사람들의 생활기반을 뒤흔들어 놓는다면, 그것은 예술을 빙자한 일종의 착취일까 아닐까. <네버랜드를 찾아서>로 호평받은 영국감독 마크 포스터의 신작 <연날리는 사람들(The Kite Runners)>이 위와 같은 곤혹스런 상황에 휘말려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날리는 사람들
<연날리는 사람들>은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출간된 아프간 출신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극화한 작품.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해, 포스터 감독은 주인공 소년 2명을 비롯해 주요배역을 아프간 현지에서 직접 캐스팅했고 할리우드 영화(파라마운트 밴티지 제작,배급)로는 이례적으로 대부분의 대사를 아프간 파슈툰족 언어인 다리어로 처리했다. 촬영은 아프간 북부와 비교적 가까운 중국 북서부 모처에서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30여년에 걸친 두 아프간 소년의 엇갈린 삶을 가슴 아프게 다루고 있다. 1978년 소련 침공전 아프간 카불에 사는 12살난 소년 아미르(제케리아 에브라히미)와 하산(아마드 칸 마미드자다)은 신분과 민족은 달라도 둘도없이 친한 친구사이다. 아미르는 아프간 다수부족인 파슈툰족으로, 부유한 홀아버지 밑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면 하산은 핍박받는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이며, 그의 아버지는 아미르 집안의 충실한 종이다.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과 삶은 어느날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하산이 파슈툰족 깡패들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아미르가 두려운 나머지 친구를 구하러 나서지 못하고 외면해버렸기 때문이다. 마침,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는 혼란이 벌어지자 아미르는 죄책감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피신하게 된다.
연날리는 사람들
시간은 10여년이 흘러,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야기의 무대가 바뀐다. 아미르는 공부를 마치고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는 아프간 난민 출신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도 하지만, 어린시절 겪었던 그날의 공포와 죄책감 때문에 남모르게 고통을 겪고 있다. 또다시 10여년이 흘러, 시대배경은 미국의 아프간 공습 전인 2000년으로 바뀐다. 아미르는 이제 촉망받는 작가로 성공했다. 시시각각 악화되는 미국과 아프간 관계를 초조하게 주시하고 있던 그에게 어느날 아프간 친척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현지의 사정에 대해 전해듣던 중, 아미르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자신의 옛 친구 하산이 이미 사망했으며, 그의 어린 아들이 고아원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아미르는 30여년전 자신이 외면했던, 그리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용기를 내 고국으로 돌아간다. 혼란에 빠져있는 아프간에서 아미르는 탈레반 통치의 공포를 목격하게 되고, 그 옛날 12살 때 느꼈던 공포감이 다시 한번 생생하게 되살아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개봉되기도 전에 내년 아카데미상의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는 <연날리는 사람들>의 제작진이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은, 바로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삶에 결정적인 모멘텀 역할을 하는 성폭행 장면 때문이다. 촬영당시에도 하산 역할을 맡았던 아프간 소년배우와 부모가 촬영에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터 감독은 배우와 부모의 의견을 받아들여, 성폭행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가능한 우회적인 방식으로 다뤘다고 한다. 이 장면이 영화전개에 반드시 필요했던만큼 완전 삭제하는 것은 당초부터 불가능했고, 따라서 아미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영화 속에서 분명하게 암시된다. 문제는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아프간 상황이 최근들어 급격하게 악화되자 배우와 그 가족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실제 하자라족 출신인 아미르의 가족은 만약 영화가 아프간 사회에 알려지게 될 경우 같은 하자라족으로부터 부족을 모욕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프간에는 영화관이 거의 없지만, 불법 DVD는 많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연날리는 사람들>이 아프간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연날리는 사람들
파라마운트 밴티지는 이처럼 출연진이 공포를 호소하자, 중앙정보부(CIA)출신 대테러 전문가를 직접 아프간 현지에 파견해 상황을 조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문가는 지난 1월 인도 영화 <카불 익스프레스>가 아프간에 유입됐을 때, 아프간 사회를 욕하는 내용을 일부 담고있다는 이유로 인도 제작진과 배우들이 살해위협을 당하는 등 떠들썩한 파문을 일으켰던 사실도 알아냈다. 아프간내 한 비정부기구전문가는 <연날리는 사람들>이 아프간에 소개될 경우 출연진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그에게 강력하게 조언하기까지 했다. 파라마운트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최근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두 주연배우가 12월 중순쯤 학기를 마치는 즉시 가족과 함께 아프간을 떠나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정착할 수있도록 한 것. 두 배우가 새 나라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공부를 계속할 수있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에게 집, 생활비, 경호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영화개봉일도 11월 2일에서 12월 14일로 미뤘졌다. 이 때 개봉하면 내년 아카데미상 후보추천 기한을 넘기게 돼, 영화사와 제작진 입장에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출연진의 안전이 최우선인만큼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이 파라마운트측의 설명이다. 아프간 소년배우 2명이 출연료로 받은 개런티는 각각 1만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 이주해서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각각 50만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 전체 제작비는 1800만달러였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로이터통신 등은 영화사측의 이같은 결정을 할리우드 영화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로 지적하면서, <연날리는 사람들>이 영화제작의 책임성 문제 등 영화계에 복잡한 숙제들을 남기게 됐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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