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주민 3천명이 말하는 '북한기아' 참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주민 3천명이 말하는 '북한기아' 참상

['좋은벗들' 북한 식량난-인권보고서]

"먹을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그밖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소리이다."

사단법인 '좋은벗들'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탈북자 구호활동을 펼치면서 병행한 면담자료를 근거로 작성해 23일 발표한 보고서 <북한식량난과 북한인권>가 도달한 최종 결론이다. 이 보고서는 북한 식량난의 실상을 구체적 실증을 통해 밝혀내고, 식량난이 어떻게 인권침해에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고 있다.

대북 지원에 대해 사회-정치권에서 쌀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최초로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이 보고서는 6자회담 이틀 앞둔 상황에서 발표되어 더욱 주목된다.

'좋은벗들'은 95년 국제사회에 북한이 공개적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음을 알린 이래 북한 식량난의 실상을 파악하고, 구체적 구호활동을 벌인 '우리민족서로돕기불교운동본부'를 전신으로 하는 인도주의적 구호단체이다. '좋은벗들'은 96년이후 북한의 식량난을 알리기 위해 사진과 비디오 자료 등을 배포하는 홍보활동과 각종 강연 활동을 해 왔다. 지난 국민적 호응 속에 진행된 '밥 한 공기 나누기운동', '한끼 굶기 운동', '사랑의 옷보내기운동' 등을 주관하기도 했다.

더 심층적이고 정확한 실상파악을 위해 '좋은벗들'은 97년부터 2001년까지 4차례에 걸쳐 조사활동을 벌인다. 조사활동은 중국 동북 3성과 같이 탈북자들과 식량난민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이들과의 면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면담-증언 자료 3천5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 '좋은벗들', 4년간 북한 인권-식량난 실태조사**

북한의 식량난은 95년 북한 정부가 홍수 피해로 인한 식량난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식량 원조를 요청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에 북한은 식량원조를 요청하면서도 구체적인 식량난의 정도와 상황 공개를 꺼려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오해와 논란을 증폭시켰다.

냉전적 시각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한국사회에서는 단순히 "북한이 식량난을 과장해서 원조를 많이 얻어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진보진영에서도 "식량난을 언급하는 자체가 반북적 편견에서 비롯되었다" 식량난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보고서는 따라서"정확한 상황인식 부재로 적절한 대량원조의 시기를 놓쳐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막대한 인명피해를 줄이지 못했다"고 질책하고 있다.

북한 국경지대인 동북 3성 등지로 파견돼 조사활동을 벌인 '좋은벗들' 활동가들은 "식량난의 실상은 북한 정부가 과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하고 은폐함으로 인해 더 많은 인명 피해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식량난 가중-생존위협, 기본적 권리 박탈**

보고서에 따르면,1994년부터 정기적 배급이 중단돼 식량난이 가중되고 아사자가 발생했다. 식량난은 자연스럽게 출생률 감소와 사망자 급증을 가져왔다.

'좋은벗들' 1차조사(1997년9월30일-1998년10월29일)에 따르면 1997년 출생자비율은 0.75%로 1996년 1.01%보다 크게 낮아졌으며, 1997년 사망자 비율은 18.14%로 1996년 6.55%에 비해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10명 중 거의 2명이 사망했다는 충격적 수치다.

또 조사결과에 따르면, 식량난에 의한 사망은 주로 체력이 약하고 자립이 힘든 아동과 노인세대에 집중했다.

조사대상자 가족 전체 사망자수 2천9백91명 중 10대까지의 사망자 수가 7백70명으로 전체 사망자수의 25.7%를 차지했고, 60세 이상은 2천9백91명 중 1천4백44명으로 48.2%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전체 사망자수 중에서 유아와 노인의 사망률이 73.9%로, 식량난으로 인해 어린이와 노인들의 생명이 크게 위협받았다"고 결론짓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식량난 가중은 직접적인 아사를 낳기도 했지만, 영양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나 발육부진, 결손가족 증대로 인한 정신적 고통 등을 추가로 가져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본적 요소들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제도의 제약 1 - 거주이동의 자유 제약**

보고서는 "북한사회가 1990년대 중반 대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로 급속히 불거진 식량난이 2003년 현재까지 만성적 빈곤으로 이어져 있다"며 "만성적 빈곤은 식량난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사회제도의 경직성 탓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은 식량난 이전에도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하고 있었으나, 식량난으로 무엇이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이동이 필수적인 상황 아래서도 관료적으로 종전의 증명서 제도 등을 고수했다. 또 열악한 교통수단으로 인해 이동이 더욱 어려워,북한 주민은 2중3중의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었다.

보고서는 "식량배급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들은 조금은 사정이 나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친척에게 도움을 청하러 이동해야 했지만, 국가가 증명서 제도를 고수하고 낙후한 교통수단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식량난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또"통행 증명서 수량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받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고, 이에 따라 통행증명서 없이 이동하는 주민에게는 과도한 벌금이나 집결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하기도 했다"고 전하고 있다. 보고서는 "통행 증명서 발급과정에서 뇌물이나 청탁 등이 만연해지면서, 국가가 총체적 부정부패 상황에 이르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사회제도의 제약2 - 장마당 생계활동 제한**

극심한 식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계획경제상태가 거의 마비된 것과 대조적으로 암거래나 밀수, 각종 장마당의 활성화 등 비계획경제 분야는 급속히 성장했다.

보고서는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당국의 묵인으로 거래품목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무의미하게 되었고, 소위 암시장인 장마당이 번창했다"고 밝히고 있다.

장마당은 원래 농민시장을 일컫는 말로서 농민시장이 합법적인 공간이라면 장마당은 허가되지 않은 품목까지 거래가 되는 불법적 암시장을 가리킨다. 북한에서는 장마당을 거치지 않고 구할 수 있는 식량과 물품은 거의 없다.

장마당이 비록 당국의 묵인아래 번창하기는 했지만 불법적인 시장인 만큼 안전원의 단속이 여전히 엄존,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안전원들은 모든 장사꾼들을 단속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상인들을 선정-단속했고, 이 과정에서 뇌물 여부에 따라 폭언-폭행-벌금 등을 부과해 북한 주민의 삶을 황폐화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제도의 제약3 - 개인영농권리 제한**

보고서는 농업정책의 폐해를 식량난의 원인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농장은 공동노동으로 공동분배를 한다는 긍정적 취지와 달리 노동에 소극적인 무임승차자 발생과 비현실적인 생산량 목표, 높은 간부 비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해, 생산량이 급감하는 사태가 초래됐다.

북한 주민들은 협동농장이 먹거리를 보전해주지 못하자, 불법적이지만 뙈기밭 등 산지를 개간하여 일군 농토로 가족의 생을 연명하게 되었다. 보고서는 "뙈기밭은 대부분 경사도가 심한 산악에서 힘들게 개간되었을 뿐 아니라 개인 영농을 법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토지의 소유권 분쟁이 나도 국가의 중재가 불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뙈기밭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농작물을 외부의 약탈자로부터 지키는 과정에서 여러차례 생명의 위협을 당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최소한의 식량 확보를 위해 북한 주민들이 뙈기밭 등을 마련하는 것조차 인정해주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식량난은 더욱 가중된 셈이다.

***"먹을 자유는 가장 핵심적 인권적 요소"**

인권 문제라고 하면 흔히 군부독재, 무력탄압, 사상검열, 양심수 등 주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정치적 사안에 한정한다. 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겪고 있는 기아와 빈곤의 문제는 인권 차원의 논의에서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왔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하루 1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혹은 대기근으로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에 죽어 가는 사람들의 문제는 '인도주의'의 범주에 포함될 뿐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인권'으로 상정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고 있다.

보고서는 "먹을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거은 그밖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소리"라며 "개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빈곤과 기아의 문제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권문제 즉 '기아해결은 가장 기초적인 인권문제'"로 빈곤과 기아문제를 재조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의 식량난을 통해 북한의 인권이 상당부분 침해되고 있고, 북한 당국은 남한 사회와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식량난이 장기화될수록 주민들의 인권수준은 그만큼 열악해진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제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이동, 장사, 개인영농 시도 등은 이미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졌으므로 국가는 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주민의 입장을 반영, 경제개혁을 신속히 이루어야 한다."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경제봉쇄-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북한 경제 회생에 필수적이다. 불가침 협정 체결 및 북핵포기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다. 화해협력은 북한경제를 발전시키고, 개혁개방은 북한 사회를 보다 민주적이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만들어 갈 것이다. 한편 국제사회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고, 아사자가 속출할 경우 조건없는 식량-의료품 등을 대량지원해야 한다. 반면 식량난이 만성화되어 긴급구호에서 빈곤타파의 성격으로 전환되면 인도적 지원은 인권 개선과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