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제38기 노동법학회의 초청으로 '한미FTA 협정문 해석론' 강연을 실시한 송 변호사는 "한미FTA는 명시적으로 북한 주민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며 "한미FTA는 남북경제공동체 건설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협정문 1장 주석2번에는 "한반도 비무장 지대 이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 협정문의 이익을 받을 자격이 없다"(A natural person who is domiciled in the area north of the Military Demarcification Line of the Korean Peninsula shall not be entitled to benefits under this Agreement)고 명시돼 있다.
송 변호사는 "지금까지 외국과 체결한 어느 무역협정에서도 이렇게 남과 북을 명시적으로 분리한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한미FTA
한미FTA의 '역외가공조항'도 개성공단 등의 북한 지역 경협 지구 생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기 힘들게 하고 있다. 한미FTA 부속서 22-B 5항에는 "역외가공지역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판정을 하면, 이 내용은 한미 양국에 권고되며, 양국은 역외가공지역에 관한 이 협정의 개정을 위한 입법적 승인을 구할 책임을 진다"(Decisions reached by the unified consent of the Committee shall be recommended to the Parties, which shall be responsible for seeking legislative approval for any amendments to the Agreements with respect to outward processing zones.)고 돼 있다.(☞관련 기사: "'도장 찍은' FTA도 미국 요구하면 수정해야")
이 조항에 대해 송 변호사는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셈"이라며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는 결국 미국 의회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등과 비교해 임금, 물류비용 등에의 우위를 갖고 있는 개성공단 제품이 한미FTA의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경우 기업들에게 개성공단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북미수교가 이뤄지더라도 '북한 주민 적용대상 배제' 조항이나 '역외가공지역' 조항 등에 의해 남북 경제협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변호사는 '노동법학회' 초청 강연인 만큼, 한미FTA로 인한 국내 노동환경의 변화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미국은 한미FTA를 통해 우리나라에 국제노동기구(ILO)에 준하는 노동환경을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노동 분야에서도 장밋빛 전망은 어렵다"며 "ILO 기준 적용 요구도 철저하게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ILO 기준을 요구하는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조건과 싼 임금에 기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ILO에 준하는 노동조건을 갖추면 한국산 자동차 가격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협할 수준이 되면 언제든지 ILO 기준 적용을 강력하게 요구해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위기에 처해지며, 결국 고용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관련 기사: "한미FTA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판·검사 자리가 경력 쌓으려 지나가는 자리가 아닙니다"
한편 송 변호사는 후배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법조인들이) 도전해야 할 과제가 굉장히 많이 있다"며 "자신이 관심이 있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용기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특히 "'경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판·검사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판.검사는 경력 때문에 스쳐 지나가기에는 너무 소중한 자리"라며 "우리 사회가 법조인에게 요구하는 덕목과 과제를 살펴보고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송 변호사는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시위자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한미FTA가 국내 법질서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사법부가 한미FTA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논의의 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관련 기사: "저도 돈 되던 일을 하는 변호사였습니다" )이어 이번에는 사법연수원생들을 상대로 한미FTA에 대해 강연을 했으며, 앞으로 사법부 내에서 한미FTA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