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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이슨 본 좀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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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이슨 본 좀 찾아줘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씩은 부산을 오르내리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공중에 떠있는 약 1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은 신문이란 신문을 모조리 가져다 읽는 것이다. 논조는 경향이나 한겨례가 맞지만 문화나 건강,생활 섹션은 역시 조선이 잘 만든다. 중앙도 그런 부분에서 읽을 거리가 쏠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신문보기가 고역이다. 워낙 센 사건들이 많은 탓인지 신문 지면에도 독과점 현상이 나타나서 온통 특정사건 한둘로만 채워지기 때문이다. 최근 1~2주 사이엔 단연 신정아,신정아 얘기만 나왔다. 탈레반이니 샘물교회니 하는 얘기는 어느 덧 구석기 시대에 있었던 일로 느껴진다. 그런 일이 정말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이런 틈을 타 일부 몰지각한 교인들은 또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을 가자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을지 모른다. 몹쓸 사람들 같으니라구. 알고 보면 사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이 부산을 다니는, 후배 방송인 R은 신문을 보며 연이어 혀를 차는 내게 이렇게 말하며 킥킥댔다. "그러니까 오빠말유, 탈레반 인질사건이니 신정아 사건이니 그게 다 특정 대선 후보가 만든 음모래 음모." 하이고 참. 그러나 차라리 그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든다. 그러면 우리도 제이슨 본 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을 데려다가 그런 음모론을 박살내면 되니까.
본 얼티메이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그런 예상을 했던 사람 중의 한명은 국내 시장판을 늘 부처님 손바닥 들여다 보듯 잘 읽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20세기 폭스사의 S사장인데, 그는 <본 얼티메이텀> 개봉을 앞두고 이런 예측을 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액션물이라도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에 하는 거 아니면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 박스오피스 1위는 어려운 얘기지." 그런데 워쩌나. 이 <본 얼티메이텀>은 개봉 첫주 보란듯이 1위를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깬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흥행 1위를 차지한데는 앞서 얘기한 우리 사회의 여러 사건사고와 깊은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얘기하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얘기냐고들 하실까. 그러나 사실이 그래 보인다. 설명하면 이렇다. <본 얼티메이텀>의 주인공 제이슨 본이 싸우는 대상은 미국의 적, 과거 007 제임스 본드가 그랬던 것처럼, 공산주의자들 같은 이념의 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요즘의 007처럼 정신이상의 테러리스트들도 아니다. 이번 <본 얼티메이이텀>에서 제이슨 본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동구의 경찰들을 상대로 한판 멋진 액션을 펼친 후 벌벌떨고 있는 '초짜 경찰'에게 총을 겨누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내 적이 아냐." 아 이때 제이슨 본의 곤혹스러우면서도 '고독'스러운 표정이란! 제이슨 본의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부에 있다. 제이슨 본은 한편으론 조직 안의 음모론자를 좇으면서 또 한편으론 내면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의 자신을 뒤좇는다. <본 얼티메이텀>이 비교적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데는 이처럼 바깥보다는 안의 문제를 먼저 찾으려하고 그럼으로써 때와 장소, 무엇보다 상대를 잘 골라가며 '성찰적인 분노'를 떠뜨리고 있다는 내용에서 찾아진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사회가 딱 그 모양새가 아닐까. 북한이니 미국이니 하며 주요 적을 누구로 삼아야 하느냐로 싸웠던 386들의 과거 사회구성체 논란 같은 것도 사실은 모두 다 허망한 일이었을 뿐이다. 그보다는 내 안의 무엇과 먼저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더 중요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탈레반 인질사건이니 신정아 사건이니 혹은 정윤재 사건이니 하는 것도 애초부터 터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 근데 현실속의 제이슨 본은 어디있을까. 누가 제이슨 본 좀 찾아다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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