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0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부시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면담 성사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1일 "이번 주말쯤 구체적인 면담 일정과 방식, 장소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부시 대통령과 회담 일정 등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달라진 상황은 없다고 전해듣고 있다"고 말했다.
"'4강외교', 준비된 대통령 면모 보여주기 위한 것"
박 대변인은 "이 후보의 14~17일 방미 일정은 부시 대통령과 면담이 안 되더라도 경제외교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 큰 변화는 없다"면서 "이 후보의 미국 방문은 부시 대통령만을 만나기 위해 기획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놓고 대통합민주신당 등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박 대변인은 "이 후보는 오랜 기업가 생활을 통해 이미 4강에 굉장히 친숙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이후에 공식적으로 추진되기 전에 이미 친숙한 관계를 형성해 놓음으로써 앞으로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친미 사대주의 외교'라는 비판에 대해 '경제외교'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변인은 비공식 라인을 통해 면담이 성사된 것을 놓고 외교부, 주한미대사관 등이 유감을 표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래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소지는 있다"며 "외교부를 통해 그런 의사를 전달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또 이 후보의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전하면서, 특히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서는 "정상간 만남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푸틴 대통령과 면담도 추진 중임을 밝혔다.
이 후보,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이용?…사대주의 비판도
부시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두달 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야당 후보와 면담을 갖는다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당장 보수 언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등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또 오는 2일 '2007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 후보와의 면담 일정이 전해져, 남북관계가 급속한 화해무드로 가는 것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견제 메시지'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부시 대통령이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 좀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 후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첫 야당 대선 주자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는 점에선 부시 대통령과 면담이 이 후보에게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남북정상회담 직후 달라진 정세 속에서 친미ㆍ친공화당 이미지를 굳히게 될 경우 득이될 지는 의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등에서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 후보의 방미외교를 비판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30일 논평을 통해 "이 후보는 아직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는 미국의 인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낡은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난 87년에도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정당 총재를 레이건 대통령이 만나줬고, 미국의 세자 책봉식이냐는 논란이 있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발표해 "미국이 여전히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대 한반도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가 워싱턴에서 마주앉아 할 수 있는 일이란 한 치의 이견도 없는 서로에 대해 박수치는 일 뿐"이라며 "미국에 인정받는 것이 여전히 선거 국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면 이는 국민의식을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이 공식 외교라인을 거친 것이 아니라 강영우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등 사적인 라인을 통해 추진됐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미대사관에선 이 후보 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유력 후보로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4강 외교'를 계획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과 면담 성사로 이 후보 측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한국 정치지도자 입장에선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한 미국과 관계 설정을 통해 자신의 외교력을 처음으로 시험받게 된 이 후보가 어떤 성과를 낼지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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