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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농민이 매국노라니..."

[국회앞 농민집회 현장] 정부-언론 불신 고조

한-칠레 FTA비준안 처리가 19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4당이 합의함에 따라 국회앞에는 어김없이 전국 농민들이 상경해 오전부터 비준안 처리 반대 집회를 갖고 있다.

이날 오전 박관용 국회의장과 4당 총무간 회담이 열려 정치권에서 더 이상 FTA비준안 처리를 지연시키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비준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회앞 집회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집회에서 삼삼오오 먼저 올라온 농민들은 비준안 처리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한편, 주위의 이목을 끄는 퍼포먼스를 집회를 봉쇄하는 경찰앞에서 벌였다.

철원에서 올라왔다는 유영천씨(43)는 가족과 함께 지난 9일 집회에서 논란이 일었던 경찰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가족집회’를 가졌다. 유씨는 '폭력을 누가 먼저 행사하는지 보십시오'란 글이 적힌 메모를 가슴에 붙이며, “지난 9일 집회에서 억울하게 폭력경찰에 연행되어 3일간 유치장 신세를 졌다”고 경찰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유씨의 둘째 딸 유선애양은 아직 중2의 앳된 소녀다. 음악선생님이 장래 꿈이란 유양은 “앞에 막아선 경찰아저씨들이 무섭다”며 “경찰아저씨든 농민 아저씨든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조심스레 털어 놓았다.

유 양은 가슴팍에 ‘한-칠레 FTA반대한다’는 플랭카드를 달고 있었다. "FTA하면 외국 농산물이 많이 들어올 테고, 그러면 아빠-엄마가 농사 짓는 데 많이 힘들 것 같다“며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몰려든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와 질문에도 또랑또랑 답하던 유 양은 ”오늘 아무도 다치지 말았으면 한다“고 소망을 말했다.

***“정부불신이 문제를 더욱 키워”**

올해 들어 3번째나 상경했다는 오정옥씨(54)는 경상도 사천에서 포도농사를 짓는다. 오씨는 매번 상경하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차떼기 국회가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수고롭더라도 결사 저지할 마음으로 새벽에 떠났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오씨는 “정부는 나름대로 농업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하루에도 말바꾸기를 밥먹듯이 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냐”며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칠레 FTA비준안 통과가 진통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오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비준안 통과를 밀어 붙이겠다는 소식과, 반대하는 의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최병렬 대표의 소식이 들어오는 가운데 무대에서 연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무디스, "FTA 비준 지연과 국가신인도는 무관"**

오전 10시40분께 '농민가'와 함께 본 집회가 시작되었다.

대회사를 낭독한 정재돈 한국가톨릭농민회 의장은 “비준 지연이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정부의 주장은 허구임이 드러났다”며 최근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신인도의 결정요인은 북핵문제라고 발표한 내용을 언급했다. 연일 정부와 언론에서 비준지연 때문에 국가 신인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분위기다.

정 의장은 이어 “지난 9일 집회에서 경찰이 무차별 진압을 시도해, 43명이 연행되고, 3백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했다. 지난 9일 경찰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실명위기에 처하고 광대뼈가 함몰된 농민이 있어, 과잉진압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농민이 매국노라니..."**

정부와 언론에서 농민을 국익을 훼손하는 매국노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금순 전여농 회장은 “농민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곡괭이 들고 싸워 나라를 구했다”며 “사실도 아닌 국가 신인도 운운하며 농민을 매국노로 매도하는 정부와 보수언론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투쟁은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농업을 지켜낸다는 마음가짐으로 한-칠레 FTA비준을 결사 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2시 현재 국회앞에는 본회의를 시작을 앞두고 농민들이 각 지역구 의원에게 비준안 통과 저지를 다시한 번 부탁하는 문자메세지와 전화를 하며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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