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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성공하려면...

[일과 희망·21]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을 보며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기업', 두 마리 토끼를 쫓다

'사회적기업'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뜻하는(사회적기업 육성법) 사회적기업은 일반기업이 이윤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 비해 이윤창출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6년 12월 8일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07년 7월 1일부터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더욱 그렇다. 9월 3일, 이 법령을 수행하는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제1차 사회적기업의 신청접수를 마감한 결과, 전국 112곳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했다고 하니 이에 대한 관심을 알 만하다.

혹자는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차이를 '경영학 우선이냐, 사회복지학 우선이냐'의 차이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이윤창출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경영과 복지, 둘 중에 어느 것을 우선하거나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외국 사례를 보면 대개 국민소득 2만 달러로 진입하는 시점에 사회적 서비스 고용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006년 12월 현재 13.6%에 그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사회적 서비스의 확충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에 가장 목말라 있는 것은 일자리가 절박한 여성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여성 연구자나 여성 활동가들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사회적 서비스와 안정적 일자리가 필요한 여성

사회적기업은 시장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하였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해 일정한 정부 예산을 사업 초기단계에 투입하여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의 공급을 늘이고, 고용을 창출하면서도 영리를 추구하는 복합적인 기업 특성을 살려야 한다.

그런데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배경이나 필요성을 보면 다른 어떤 집단보다 여성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점점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의 필요한데 빈곤의 여성화·여성의 빈곤화로 빈곤의 문제의 중심에 여성이 존재한다.

둘째, 전통적 산업의 쇠퇴와 고용능력 감소로 신규 고용이 창출되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전략적 정책지원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의 정책사례, 글로벌 기업의 경영전략, 우리사회의 소비 및 생활기준 변화 등을 살펴보면 여성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서비스 산업의 중요 고객이자 주요 종사자이다. 여성은 글로벌 시대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소비자로 거듭나고 있지만 노동자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균형추로서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가 절실한 것도 여성이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증가로 맞벌이가 보편화됨에 따라 가정과 직장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은 돌봄 서비스 수행이 어렵게 됐다. 사실 가족의 기능과 구조 자체가 돌봄 서비스를 가족 단위에서 감당하기 벅찬 한계상황에 도달하였다. 가족 단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재생산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 가정과 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재생산의 위기상황에서 구매 능력이 있는 일부 사람들은 보육, 보험, 간병 등의 상품화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 맞이 플랜이나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등을 통해 총체적 재생산 위기와 취약계층의 사회적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 서비스가 가족을 기본단위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상품의 형태나 무료의 공공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부담이 완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의 경제적·신체적 약자들에게 가족단위에서 적절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장기간 속수무책으로 방치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단위의 돌봄 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하는 사회적 서비스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아름답고 튼튼한 집이 되려면…
▲ 국회예산처의 일자리 지원사업 평가(2006.12)를 보면 2006년 예산을 기준으로 노동부가 지원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임금은 1인당 월평균 77만원(1인당 월평균 지원금 42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제 막 출발점에 서 있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사회적 서비스가 확충되고, 여성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품질, 가격, 경쟁, 자립의 측면에서 짚어봐야 할 문제는 어떤 것일까?

우선 사회적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살펴보자. 이 서비스는 가족 내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충분한 수준에서 제공되어야만 고객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사업 수행주체나 대상 모두 교통편의성이나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밀집해 있고, 돌봄 서비스를 수행하기에 공간구조가 협소하거나 시설이 열악하고, 필요한 서비스의 양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동질의 서비스를 일반기업이 시민에게 제공할 때보다 수고로움이 가중된다.

사회적 서비스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기 때문에, 혹은 서비스 전달 상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에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감수해야 한다면 사회적기업 활동의 일차 고객인 취약계층의 불만이 늘어나고, 일반 시민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사회적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고, 서비스 수행자의 임금을 올리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좋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때문에 덜 벌어서 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기업은 정부로부터 최저수준의 임금을 지원받으면서 고객에게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노동자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업은 경쟁력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 문제다. 돌봄 서비스의 일부는 이미 시장영역에 편입되어 유료서비스로 거래되어 왔고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체제가 형성되어 있다. 서비스의 질은 어머니가 가족 구성원을 만족시킨 것처럼 맞춤형으로 충분하게 제공되어야 하지만 무급 가사노동에 버금가게 낮은 수준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국회예산처의 일자리 지원사업 평가(2006.12)를 보면 2006년 예산을 기준으로 노동부가 지원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임금은 1인당 월평균 77만원(1인당 월평균 지원금 42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지원부담을 완화를 위해 앞으로도 돌봄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는데 앞장서지 않을 것이다. 앞서 품질문제에서 언급하였듯이 취약계층이 사회적 서비스의 일차적 수행자이고 수혜자이기 때문에 서비스 수행에 따른 수고로움이 가중되므로 적절한 가격산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사회적 서비스는 수요자의 개인의 필요정도나 범위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가 수시로 조정되어야 하므로 서비스의 표준화 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사회적 서비스 자체가 감성이나 정서와 관련된 돌봄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 수행자나 소비자의 주관성이 개입되므로 객관적으로 서비스의 가격을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서비스의 가격 문제는 평가절하된 가사노동, 광범하고 지속적으로 구조화된 여성 일자리의 저임금화, 돌봄 노동이 저가 서비스로 고착될 우려 등의 여성노동 난제를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셋째, 경쟁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사회적기업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거나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어차피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경쟁을 피할 것이 아니라 수용하면서 기존의 경쟁 룰을 바꾸어야 나가야 할 것이다. 당장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동종 유사사업을 하는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이 제한된 시장을 두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수 있으며, 사회적기업이 늘어나면 사회적기업간의 경쟁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시장이나 정부의 조정능력 밖에서 특정한 사회적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지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만약 일반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정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사회적기업끼리, 혹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유사한 사업과 사회적기업이 정부지원 확보를 위해 경쟁한다면 정부는 어떤 논리로 누구에게 더 힘을 실어줄 것인가?

기업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회적기업의 등장은 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중심적 경쟁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정부의 지원사업에 적용하는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곤란한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기업, 사회적기업, 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면서 새로운 경쟁의 룰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넷재, 사회적기업은 자립을 지향하겠지만 의도 혹은 의지와는 달리 자립이 어려울 수 있다. 가령 지방의회가 부활될 즈음에 지방의원은 무급봉사자로 시작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유급 전문직으로 전환되었다. 지방정부의 재정상태가 아무리 어려워도 의원 수를 줄이거나 급여를 낮추기 힘든 상황이다. '꽃신' 이 되어버린 지방의원의 유급 전문직화처럼 사회적기업 역시 꽃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 하는 것도 큰 문제다.

물론 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의 생존원리인 비용 대비 수익 초과분 창출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수입원(정부지원, 연계 기업의 지원, 자원봉사자의 활용, 개인 기부 등)을 통해 자립을 도모할 것이다.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려면 사회적기업을 필요로 하고 지지하는 시민 사회적 토양이 숙성되어야 한다. 현실 여건을 보면 터를 제대로 다지지 못하였는데 법과 제도라는 집이 들어서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튼튼한 새집을 짓고 싶고, 지어야 하는 것 역시 사회적기업이 풀어야 할 도전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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