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낙제점은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화합은 이미 물 건너 났고, 개혁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분위기다. '설화'로 인한 구설수도 끊이지 않았다.
물 건너간 화합…朴쪽에선 '영남신당' 가능성도
경선 이후 박 전 대표 측 인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경선 직후 '당 접수 논란'이 터져나왔고 "박 전 대표 측이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이 뒤를 따랐다. 이후 전개된 당 조직 개편 과정에서 중앙당과 지역조직을 막론하고 크고 작은 각종 '자리'를 이 후보 측 인사가 독점한 데 대한 박 전 대표 측의 불만이 여간한 게 아니다.
지구당위원장 선거 과정에서도 지역 밑바닥까지 '박근혜 쏠림현상'이 강한 대구 지역은 이 후보의 중재로 박 전 대표 측 박종근 의원을 합의 추대하는 모양새를 갖추기도 했지만, 서울시장 위원장에는 끝내 친이(親李)인사인 초선의 공성진 의원을 밀어 넣었다. 부산, 충남, 충북을 비롯해 결국 단일화에 실패해 경선을 치르게 된 지역에서도 상호비방전이 난무하는 등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누차 화합을 강조해 온 이명박 후보에게 과연 화합의 의지가 있느냐는 의심어린 눈초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선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일 박 전 대표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구체적 화합의 조치'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한 친박(親朴)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는 당시 30여 분 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 자신의 CEO 시절의 실적 등을 언급했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본인들이 만난 이상 구체적으로 당 내의 '자리'를 하나하나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승자 쪽에서 '이러저러하게 배려를 할 테니 정권교체에 협력해 달라'는 정도의 이야기는 했었어야 했던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가 회동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추가로 된 얘기는 없다", "구체적인 얘기는 안 했다"라고만 답한 대목은 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이 후보 측 이방호 사무총장이 대선 기여도를 내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박 전 대표 측은 "우리가 머슴이냐"고 반발했다.
이로 인해 대선이후 정국의 상황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가 전격 탈당해 '영남신당'을 창당해 독자세력화 하는 시나리오까지 친박 의원을 중심으로 공공연히 나돈다. 실제로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했던 원내·외 인사들도 따로 여의도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사라진 '개혁' 깃발…'말실수' 여전
애초 과제로 던졌던 '개혁'이라는 구호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경선 과정에선 상대적으로 덜한 이념적 선명성으로 중도층 포섭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박 전 대표의 낙마와 함께 그 '상대적 프리미엄'도 함께 상쇄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도, 교육도 경쟁해야 한다", "세계에서도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불법적이고 극렬한 노동운동은 없다", "사회의 기초질서를 확립하고 법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이른바 '전통보수'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기업에 대한 증여세, 상속세 완화 방침도 시사했다.
앞서 대전을 방문해선 취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지방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눈을 낮추면 일자리는 많다"는 '해법 아닌 해법'을 제시해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 한가운데 재개발·재건축하고 용적률을 조금 높여주면 신도시 몇 개를 만드는 것보다 낫다"는 '용적률 발언'에 대해선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정제되지 않은 '말'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다"는 이른바 '마사지걸'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논란이 일자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서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해명이 따라 붙었지만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됐다.
한 공중파 방송사와 추진하던 생방송 토론회를 사전질문 조율 여부를 문제 삼으며 일방적으로 거부한 대목에선 당장 "국민 앞에 설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사퇴하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남은 석 달…'정면돌파'냐, '이대로'냐
결과적으로 '약점'과 '악재'가 '성과'를 압도한 한 달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심각해지고 있는 당 내의 분열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당 개혁과 외연확대라는 과제는 이 후보에겐 여전한 짐이다. 여기에 국정감사를 전후로 거세게 제기될 여권발(發) 후보검증 논란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50%를 넘나든다. '신정아 파문'에 묻혀 이 후보의 웬만한 실수나 구설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지지율과는 별도로, 그 내용은 경선 전에 비해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당 내의 '이대로'정서, 대세론을 안주시키는 토양이기 때문이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석 달. 안심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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