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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상 화백이 그린 '보통' 부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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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상 화백이 그린 '보통' 부산 사람들

[화제의 책] 손문상 화첩 산문집 <브라보 내 인생>

매일같이 터지는 사건과 이슈에 대해 신랄한 풍자와 비판을 담은 만평을 그려내고 있는 손문상 화백. 그의 촌철살인은 이미 시사만화계에서 국내 최고의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손 화백의 작품세계가 더 인정받는 것은 정치인 등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풍자 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 화백이 <부산일보>에 연재하던 '화첩 인터뷰'를 모은 화첩산문집인 <브라보 내 인생>(산지니 펴냄)이 17일 발간됐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대선후보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 등 시사 이슈의 주인공들이 아니다. 그가 부산 생활을 하면서 만난 해녀, 선장, 조선소 직원, 새내기 대학생, 농민, 술집 주인, 화물노동자, 농성 중인 비정규직, 대구탕집 주인에서부터 갓 돌이 된 아이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 ⓒ프레시안

손 화백은 '여는 글'을 통해 "진실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했으나 일말의 뉴스(?)거리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무슨 감동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다"며 "화첩과 카메라, 엠피쓰리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그들과 해후한 뒤, 나 역시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손 화백은 이어 "섣부른 고백일지 몰라도 용기 내 말하자면 이 책에 쓰여진 이야기보다, 오히려 비범치 않아서 비범한 그들의 인생과 삶의 헌신은 언제나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 화첩산문집에서는 이미 널리 인정받은 그의 그림 솜씨뿐만 아니라, 그의 글 솜씨까지도 엿볼 수 있다. 손 화백은 사람들을 만나 초상을 그리는 동안 대화를 나누며 인터뷰를 했고, 그림과 함께 인터뷰 내용을 400자 안팎으로 짧게 압축해 실었는데 그 인상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헤밍웨이는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 뒤 "길게 써서 미안하네, 시간이 없어서…"라고 용서를 구했다고 하는데, 손 화백이 인터뷰를 압축하는 과정에 그림 못지 않게 글에도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을지 짐작케 해 준다.

권말에 '손문상 이야기'라는 손문상 '평'을 쓴 소설가 김곰치 씨는 "'영도해녀 강해춘' 편을 보았다. 깜짝 놀랐다. 강해춘 할머니를 그린 그림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가 쓴 글…. 할머니가 시울시울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듯한 그 글은, 인터뷰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면서 그 간결한 요약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말 잘 된 한 편의 시가 돼 있었다"고 감탄했다.

김 씨는 "만평의 생명은 '재미'라고 하자, 시사, 특히 정치적 사안을 소재로 거물 정치인을 비꼬고, 찌르고, 때로 추어주기도 하는, 많은 경우 케러커처적인 터치로 인물을 희화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하자. 세계미술사전 같은게 있어 만평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대개의 독자들에게 만평은 그렇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어떻게 보면 매일매일 정치의 악다구니판에 '그림쟁이'가 끼어드는 형국"이라며 "손문상의 만평은 재미 측면에서도 일급이지만, 간혹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감동의 세계를 담은 발군의 그림들이 등장하는데, 나는 그런 그림들을 보며 '이 감동의 비결은 뭘까?'하다가 다른 무엇도 아니고 '이건 재능의 힘이잖아!'하고 그의 순수한 재능의 힘에 뜨끔뜨금 놀라는 것이다"라고 정의 내렸다.

"새만금 갯벌에 마지막 물막이가 진행되던 날 갯벌에 무심히 서 있는 도요새 한 마리를 그린 것이나, 예수로 짐작되는 사나이가 총을 맞은 작은 아이를 안고 이스라엘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는 그림 같은 경우, 우리가 익히 아는 만평이 아니라, 이건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그림 자체의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화첩인터뷰 작품 중 '영도해녀 강해춘' 편을 최고작으로 꼽았지만 여기에서는 다른 작품을 소개한다. '청소 아줌마'이다. 이 화첩산문집에는 총 39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청소 아줌마

힘들어도 운동이라 생각하고 하는 기라예
새벽에 나오니 힘들긴 힘들지…
집에서 살림하고 아 키우다 한 10년 했으니 오래 했네예
애들은 엄마 맨날 아프다 함서 뭐 하러 나가냐 하지예
놀면 뭐 하나 싶고 우리 아저씨가 아파서 신경도 씨고…
내가 벌어 가 애들한테 피해는 안줘야 안되겠나 그래 합니다.
왁스칠하고 대청소 하믄 냄새도 나고 힘들지
그래도 이래 해가 반짝반짝 하믄 좋지예
아직은 내가 젊어서 하는 기고 나이 먹어가 기운 딸리믄
이 일도 몬 한다 아닙니꺼?

오늘 한 사람이나 십 년 한 사람이나 월급은 똑같아예
월급 쫌 올랐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데 맘대로 됩니꺼?
그라믄 여기 희경이네 선영이네 해서
단풍놀이라도 한 번 가볼 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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