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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을 준비하는 이주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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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을 준비하는 이주 노동자들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33> "그들의 앞날에 희망이 깃들기를…"

29세의 몽골 아가씨 아리오나는 요즘 귀국 준비로 분주하다. 한국어도 잘하고 우리 단체의 일도 헌신적으로 해주었었는데 몽골을 떠난지 9년만에 귀국하는 것이다. 9년만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니 본인도 기대가 많이 되는지 꽤 차분한 성격인 아리오나가 가끔 들떠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리오나는 귀국을 결심하기 전까지 꽤 많은 시간을 고민했었다. 친지들로부터 전해 듣는 몽골의 현지사정은 좋지 않았다.
  
  예전에는 한국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소위 '코리안 드림'을 이룬 몽골인들이 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도 짓고 아파트도 사고 사업도 하고 그랬다는데, 요즘은 물가가 많이 올라서 한국을 갔다 와도 먹고 사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어서 귀국한 많은 사람들이 무위도식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고, 그러니 어떡하든 한국으로 재입국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뭣하러 귀국하려냐고 아리오나에게 친절하게 조언해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몽골의 사정이 좋지 않다고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 수는 없는 것이니 차라리 적극적으로 귀국 후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으로 아리오나는 결정했다.
  
  아리오나는 귀국 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우리와 함께 상의하였고, 몽골에서 NGO를 설립하여 몽골 사회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한국에서 우리 단체를 통해서 NGO들의 활동을 보고들은 아리오나는 몽골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을 통해서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리오나가 관심가지고 있는 영역은 몇 가지 분야였다.
  
  가장 많이 관심가지고 있는 영역은 환경운동이고, 한국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몽골인들과 몽골의 중국이주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리오나는 이런 일들을 한국에 체류했을 때 친분을 맺고 귀국한 몽골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 중 아리오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귀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지는 않다.
  
  일자리가 없는 본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그리고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힘겹게 벌어서 송금한 돈이 가족들의 생활비나 학비로 쓰여져 정작 자신을 위한 돈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다가 그나마 모은 돈을 모두 날리는 불운을 겪어 다시 외국으로의 이주노동을 고려하게 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와 자신의 삶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시도를 해보고자하는 생각은 쉽게 마음먹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하지만 없지는 않다.
  
  한국에서 취업하였던 네팔인들 중에는 귀국하여 지역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만들고, 한국에서 귀국한 네팔인들을 지역별로 조직하여 한국으로 오려는 네팔인들을 위한 한국어교육이나, 한국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와 함께 오지마을에 병원과 학교운영을 지원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또 한국에서 번 돈의 일부를 착실히 저축하여 귀국후 생계대책을 세운 필리핀인들도 있다. 이들은 필리핀 해변가에 리조트를 짓고 있다는데 토지구입비와 공사비로 소요될 돈들을 출자금 형식으로 마련하였다고 한다.
  
  이런 시도들은 아직 시작단계이다. 네팔인들의 사례도 그렇고 필리핀인들의 사례도 그렇다. 아리오나는 준비단계에 불과하다. 그렇긴 하지만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좀더 나은 인생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한 선택이 꽃을 피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리오나와 우리 단체는 앞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협력을 하면서 한국과 몽골 양국의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활동들을 해나갈 예정이다. 아리오나가 귀국하면, 가장 먼저 우리 단체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을 위하여 몽골어 책 구입을 부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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