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도 동등한 수험권이 보장된 뒤에야 시험을 치르겠습니다."
지난해 11월5일 수능시험을 보러갔던, 대구 중구 대봉동에 거주하는 1급 뇌성마비장애인 허광훈(37)씨의 말이다. 허리 통증을 느끼게 하는 불편한 책상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화장실 때문에 그는 지난 2년 동안 힘겹게 준비해온 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건물을 비롯한 각종 건축물에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에 의거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오는 7월7일부터 최소한 목포시에서는 허광훈씨와 같은 피해자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목포시, 장애인 편의시설 시민이 사전점검**
지난 6일 전남 목포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건물 준공 전에 사전점검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따라서 조례가 발효되는 7월7일부터 목포시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한 건축물은 준공허가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번에 제정된 '목포시 건축물의 허가등에 있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사항 사전점검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는 "'편의증진법'이 규정하는 편의시설 및 설비를 설치할 의무가 있는 건축물의 허가, 시공 및 사용승인 전에 적절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여 편의시설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편의시설을 이용하도록 하여 사회활동참여와 복지를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례는 또"시장은 장애인 단체와 시민단체, 대한건축사협회, 학계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 10인을 편의시설 점검요원으로 위촉"하도록 해 사전점검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목포시청 사회복지계장 최용준씨는 점검요원 구성에 관련해 "건축법에서 점검요원으로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어 이번 조례가 해석에 따라 상위 법률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조항에서)'점검요원이 수정 및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로 해 유권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아 실질적으로 사전점검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발의로 조례제정 이끌어 내**
이번 조례는 지난 99년 8월31일 제정되어 2000년에 발효된 '조례청구제도'를 통해 시민의 힘으로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 조례제정을 주도한 목포 경실련의 김종익 사무국장은 "2000년 목포 경실련이 창설된 이래 사회복지분과에서 3년에 걸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모니터하고, 그 결과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 각종 청원을 제기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며 "청원이 무산되자 2003년 초부터 조례제정 운동에 돌입해, 4천7백8명의 서명을 이끌어 내어 이번 조례가 통과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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