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잠재적 장애인'이 '선배님'들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잠재적 장애인'이 '선배님'들께

<데스크칼럼> 2002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 붙여

금년 2002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3대 국제 스포츠대회는?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까지는 누구나 쉽게 답할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정답까지 모두 맞추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2002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가 열린다. 42개 회원국에서 2천5백여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대회다.

***“한국엔 왜 장애인이 별로 없나요?”**

한국을 찾은 외국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한국엔 장애인들이 별로 없는가 보다”라는 말이다.

거리에서도 직장에서도 장애인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장애인이 이렇게 적은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없는 것이 아니라 안 보일 뿐이다. 다니기 불편해서 거리에 나오지 못하고, 취업이 안돼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쟁취 투쟁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집단 단식농성, 지하철 선로점거투쟁, 버스 승하차 투쟁, 1인 시위가 이어진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도 있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혜택도 있다. 의무채용비율도 있고 어기면 벌금도 문다. 하지만 정부기관 조차 의무채용비율을 채우는 곳은 사실상 한 곳도 없다. ‘벌금내면 그만’이란 자세다.

장애인을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나라, 그래서 눈에 안 띄면 신경 안 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경기 두 달 전까지 농성을 벌여야 했던 대표선수들**

장애인 국가대표선수들이 대회가 열리기 불과 두 달 전까지 농성을 벌였다.

당시 장애인 육상대표팀 홍덕호 주장은 "형편없는 숙소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체육시설을 구걸하며 훈련하고 있는 것이 장애인 선수들의 현실"이라며 "평소 생계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 선수들은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직장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 말만 국가대표지 숙소도 훈련장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명색이 국제대회 참가인데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는 열악한 실정이다. 오죽했으면 한국에서 열리는 아태경기대회를 코앞에 두고 집단행동에 나섰을까?

장애인 올림픽 공기소총 3연패의 주인공인 김임연 선수는 긴장된 개막식 날 아침에도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김 선수는 “사격경기장이 선수촌에서 차로 1시간 40분이나 걸려 경기장 적응하느라 새벽부터 왔다갔다 하느라 피곤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체육이 재활체육에서 엘리트체육으로 바뀌었는데도 정부 대책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두달여 전 집단행동으로 획기적인 개선책을 약속했지만 아직 실제 고쳐지진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러고도 금메달 따달라고 주문해야 하나?

***‘이미 장애인’이거나 ‘잠재적 장애인’**

장애인과 관련한 가장 큰 착각이 하나 있다. 장애인은 선천적으로 나와 다르다는 차별의식이다. 그래서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이 “장애와 나와는 무관하다”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애인 가운데 90%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질병이나 각종 사고로 갑자기 장애인이 된 것이다. 오늘도 산업현장에선 안전사고가 매일 터진다. 거리의 교통사고는 얼마전까지 세계1위였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이미 장애인’이거나 아니면 ‘잠재적 장애인’이다.

사람들 대부분 결혼하고 자식 낳고 집장만하고 그리고 노후걱정한다. 사회적으로도 그 걱정을 공유해서 주택정책이 있고 국민연금도 만든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임에도 왜 그에 대한 대비책은 만들지 않는가?

“평등을 향한 힘찬 도전”. 이번 2002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의 슬로건이다.

참가한 모든 나라 선수단의 선전을 빈다.

‘잠재적 장애인’들이여. 조금 앞서 장애를 갖게 되었을 뿐인 ‘선배 장애인’ 선수들 응원하러 가자.

평등을 향해 함께 도전하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