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국가원로로서 체통을 지키고 정치개입 발언을 그만둘 때가 됐다"고 비난하고 나서 주목된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 일부 지도자들은 평화노선에 어긋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평화노선을 어겼다고 하는데 이는 김 전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이라면서 김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조순형 "DJ가 왜 관여하는지 모르겠다"
조 의원이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 일부 지도자'가 자신을 지칭한 것이기 때문. 조 의원은 "대선주자이자 책임있는 국회의원이 남북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놓고 김 전 대통령이 이를 문제삼아 정치행보를 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평화노선이나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적극 지지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지적하는 것이 정치인의 본분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평화노선 또는 남북화해 협력정책을 실천하는 과정에는 여러 방안이 있고 얼마든지 입장이 갈릴 수 있다"며 "이런 견해차를 놓고 김 전 대통령이 평화노선에 어긋났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의원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시기와 형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면서도 전부터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조 의원의 이날 발언은 '할 말은 한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일단 독자경선을 실시하겠다는 민주당의 정당성을 김 전 대통령이 문제삼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의원은 이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 후보가 못되거나 불이익, 손해가 있더라도 할 말은 하고, 중요 현안에 대해 소신껏 발언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또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민주신당이 대화를 잘해 단일 정당으로 선거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민주신당이 각자 경선에 들어간 마당에 DJ의 말 한 마디로 통합이 되는가"라면서 "통합의 당사자도 아니데 왜 관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신당, 생존 위해 DJ를 곤경에 빠뜨려"
이같은 논란은 <한겨레>의 25일 보도로 불거졌다. <한겨레>는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동교동 자택을 찾은 정세균 의원 등 열린우리당 전직 지도부에게 "민주당의 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남북관계에서는 화해협력과 평화정책이었는데, 민주당이 햇볕정책을 부인했고 2차 정상회담도 반대했다"면서 "민주당이 50년 전통에서 스스로 벗어났다"고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은 "민주당 전체가 정통성을 잃었다는 말씀이나 표현은 없었다"며 "북한 핵실험 때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한 일부 지도자에 대해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주ㆍ평화세력의 '정통성' 문제를 놓고 민주신당과 민주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범여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둘러싼 '훈수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민주신당이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해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는 정당"이라며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대북송금 특검을 했고 북핵실험 직후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열린우리당은 그런 노 대통령을 따르고 지원한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신당은 동교동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면서 DJ의 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교묘하게 왜곡 전파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DJ를 현실정치의 깊은 곳으로 끌어들이고 DJ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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