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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특전동지회와 멧돼지와 누리꾼

군인단체 보수성·특권의식 등에 대한 반감 드러나

"첫 눈이 내리면 공수부대를 동원해 멧돼지를 잡게 할 것"이라는 유시민 의원의 '대선 공약'에 대해 특전동지회가 명예훼손이라며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발끈한데 이어 유 의원이 "진지한 공약"이라고 다시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 유시민 "긴급명령권 발동해서라도 멧돼지 줄여야")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이고 많은 누리꾼들이 "멧돼지는 공병이 제일 잘 잡는다", "해병대가 잡아라", "아니다 해병대는 귀신밖에 못 잡는다", "특전사는 사람만 잡을 줄 아나" 같은 댓글처럼 논쟁 자체를 '해프닝' 수준으로 보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에서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움이 엿보이기도 한다. 특히 예비역 군인단체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색깔을 나타내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나, 대민지원 업무를 무시하는 듯한 특전동지회의 태도는 누리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5.18이 거짓이라고?

특전동지회가 '멧돼지 발언 비난 성명'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나 그 내용을 봤을 때 특전동지회의 성명이 단순히 '멧돼지 사냥'의 문제가 아님이 드러난다.

특전 동지회는 유 의원에 대한 비난 성명서에는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거짓으로 국민과 군 간에 적대감을 조성한 것 같이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과 특전사를 이간질 및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밝혀라"라는 부분이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누리꾼들이 특전동지회를 비난했다. "특전사는 멧돼지를 부대가 아니라 사람을 잡는 부대"라는 댓글이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됐고, '시민 vs 특전사'라는 댓글 제목도, "단지 '유시민'을 의미하는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한 누리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 군인이, 광주에서는 국민들을 죽이고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멧돼지를 잡아야 한다는 말에 발끈 할 수 있느냐"고 따졌고, 아이디 'jjcabbe'는 "5.18때 특전사 만행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생뚱맞게 <화려한 휴가>가 왜 나오냐?"며 특전동지회를 비난했다.

■ 멧돼지가 아니라 유시민이 싫은 거겠지

또 특히 보수적 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재향군인회, 해병대전우회 등 우리나라 예비역 군인 단체들이 조직의 힘을 업고 정치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모습에 대한 누리꾼들의 우려 섞인 반응도 읽을 수 있다.

아이디 'ellan73'은 "유시민이 아니라 이명박이 공약을 했으면, '정말 신선한 공약이다. 농민의 어려움을 잘 아는 대통령후보다. 경제만 아는 게 아니라 서민을 위할 줄 안다.' 그렇게 말했을 것 아니냐?"고 댓글을 남겼다.

이는 예비역 군인단체의 정치활동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자신을 공수291기라고 밝힌 아이디 'dlrfkd'는 "개인적으로 특전사 전역자 모임이 재향군인회나 성우회 등과 같은 다른 군 보수단체와 같이 보수적 성격을 띠는 것을 반대한다"며 "과거 한 때 부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그 시절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으로 이해하며, 특전사가 군 최고의 정예부대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18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에 대해 "거짓으로 국민과 군 간에 적대감을 조성했다"는 특전동지회의 성명 내용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군은 언제나 정치적 중립을 지킬 때 그 본연의 사명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 특권의식처럼 보이는 것은 다 싫다

양적으로 가장 많은 댓글은 '대민지원도 군이 해야 할 임무 중 하나'라는 지적이었다. "바쁜 농번기나 수해가 나면 육군들은 거의 대민지원을 나가는데 특전사도 대민지원 차원에서 멧돼지 사냥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멧돼지 사냥은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에 수해복구나 논일 지원과 같은 대민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라며 "멧돼지 사냥을 위해서는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전투력 낭비"라는 '전문 사냥꾼 멧돼지 사냥 허용론'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 잘 쏘아 맞추는 민족이어서 멧돼지 사냥 허용하는 순간 멧돼지들은 씨가 마르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또 다른 누리꾼은 "멧돼지 개체수 보호와 사냥 안전 통제를 위해 민간인보다는 군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민지원론'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특권의식에 대한 반감'이었다. 특전동지회의 성명이 상당수의 누리꾼들에게는 '군인이어서'가 아니라 '특전사여서 멧돼지 사냥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특전사가 특수한 임무를 하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특전사가 농민들을 위해 멧돼지를 사냥하는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특권의식"이라고 꼬집었다.

■ 유시민의 '생활 공약' 관심 끌기 성공했나?

이번 논란에서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생활형 공약'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가 어떤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도 있다.

유 의원은 자신의 멧돼지 소탕 발언에 대해 해명하며 "멧돼지로 인해 실제 사망하거나 다친 분이 있고 농작물 피해도 어마어마하고 봉분을 파헤쳐서 후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등 실제적 위협을 느끼든 심리적 공포를 느끼든 농사지으며 사는 어르신들이 일상적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이 '이색 공약', '튀는 공약'이라고 소개한 데 대해서도 "슬프다. 진지한 공약"이라고 항변했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특전동지회가 옳으냐, 유시민이 옳으냐'를 떠나서, 유 의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공약을 내세웠고, 평범한 일반 국민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 'mi3chlrh'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멧돼지의 천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개체감소는 되기 힘들다"며 "30만 마리 중 5만 마리정도를 잡아야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palrerma'는 "시골 산촌에서 멧돼지는 심각한 문제"라며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호응했다. 이밖에 반달가슴곰 복원 등의 생태계 복원 문제를 거론하는 누리꾼 등 다양한 반응과 논의를 이끌어냈다는 측면에서 '흥행'에는 나쁘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 유시민은 진짜 진지했나?

하지만 어떤 누리꾼은 "멧돼지로부터 농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유시민의 말도 맞지만, 이런 중요한 문제를 '첫 눈오는 날 공수 부대' 운운하며 단순화 시키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고 좀 경솔했던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살펴 보건데 이번 멧돼지 논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유시민 의원의 '말'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 양상 △보수적 예비역 군인단체의 정치활동에 대한 우려 △특정 단체의 특권 의식에 대한 반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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