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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만들면, '열린 광장'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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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만들면, '열린 광장' 생기나

[열려라, 광화문 광장!⑤·끝] 이전 예정 관공서, 민간 매각 대신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권력이 내려다보는 광화문, '민주의 터'로 거듭나려면

서울 광화문 일대가 변하고 있다. 100여 미터 폭의 도로를 오로지 지하도만으로 연결해 놓아 도로 양쪽을 섬처럼 갈라놓았던 광화문 거리가 횡단보도로 연결되어 보행권과 이동권이 개선되었다.

또한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본래의 위치가 아닌 곳에 시멘트로 만들어졌던 광화문은 제 위치를 찾기 위해 해체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그 동안 광화문 일대의 광장화를 추진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에 대해, 광화문 양쪽의 인도를 확장하고 도로 중앙에 녹지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권력의 공간, 고립된 섬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광화문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광화문은 권력의 공간이자 정치와 경제논리가 과잉돼 시민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공간이었다. 시멘트로 웅장하게 들어선 광화문과 그 길 건너편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는 정부종합청사와 미대사관, 그리고 광화문 길을 따라 줄줄이 들어선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KT 등의 건물들은 세종로 입구 '높디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순신 동상과 함께 광화문 일대가 어떤 공간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횡단보도 설치나 광화문 이전, 세종로 인도 확장과 같은 광화문 일대의 변화는 서울, 나아가 한국 사회의 역사성과 민주성을 회복하기 위한 출발이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것임에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 허가를 받아야 이용할 수 있는 시청앞 잔디광장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횡단보도조차 없었던 고립된 공간이 연결되고 제멋대로 지어진 광화문이 제 위치를 찾는 것만으로, 그리고 왕복 16차선이었던 차도가 줄어든다고 광화문 일대의 역사성과 민주성이 회복되지는 않는다(출발일 뿐이다).

물리적 공간의 변화는 내용의 변화, 관계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대사관 앞에 장갑차와 전경이 죽치고 있는 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은 결코 열린 공간이 될 수 없고, 정부종합청사, 외교통상부, 교육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의 건물들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은 채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 광화문 일대는 시민의 공간이 될 수 없는 법이다.
▲ 서울시는 2006년 월드컵 거리응원 당시 SKT에 150여억 원의 돈을 받고 월드컵 기간 내내 광장을 사용할 권리를 팔기도 했다. 지난해 5월 23일 세네갈 평가전 당시 십자형 울타리와 경호업체 직원들을 두고 출입을 제한한 시청 앞 광장의 모습. ⓒ연합뉴스

월드컵 거리응원의 열기에 힘입어 만들어진 시청 앞 광장을 보라. 잔디광장으로 만들어진 시청 앞 광장은 1년 중 상당 기간 '잔디보호를 위해' 출입이 제한된다.

광장, 즉 '오픈스페이스(open space)'는 자유로운 이용이 핵심임에도 서울시는 마치 광장을 자신들의 소유물인 양 광장을 사용하려면 자신들의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서울시는 2006년 월드컵 거리응원 당시 SKT에 150여억 원의 돈을 받고 월드컵 기간 내내 광장을 사용할 권리를 팔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시청 앞 광장은, 관계와 소통이 발생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장(open space)이라기보다는 잔디밭 혹은 시청 앞마당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광화문, 정치·경제는 넘치고 문화는 메말랐다

따라서 광화문 일대의 변화가 시작되는 지금, 우리는 공간의 관계와 내용, 그리고 운영에 관해서도 생각해야만 한다. 공간적으로는 세종로 주변부까지로 시선을 넓힘과 동시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통시적 관점에서의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광화문 일대가 시민의 공간, 시민의 광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광장문화의 복원과 생성이라는 관점에서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우선 '광화문 문화광장화'를 목표로 공간조성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차도의 단계적 축소를 통한 '완전 광장화'와 주변부 시설의 문화공간화가 그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여러 안을 검토한 끝에 양쪽 인도의 확장과 중앙 녹지대 조성을 계획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는 교통의 흐름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결정일 수는 있으되, 장기적으로는 세종로 일대를 완전 광장화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광화문 일대는 중앙광장으로 역할을 했다. 단계적으로 차도를 줄여나감으로써 광화문 일대를 모두 보행공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주변부 시설에 대한 계획이다. 권력의 공간, 정치·경제가 과잉된 광화문 일대를 시민의 공간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주변부 시설에 대한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광화문 주변부의 정부시설들이 이전하게 될 터인데, 이를 차례로 문화시설로 바꿔내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수도 이전비용을 마련한다고 이를 민간매각하게 된다면, 기껏 조성해놓은 광화문 일대의 변화마저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관, 도서관, 시민문화공간 조성 등의 계획을 미리부터 세울 필요가 있다.

잔디 깔아놓는다고, 시민광장 되는 것은 아니다
▲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짓기전 1900년대 광화문과 육조거리의 모습. 광장이 열린 공간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열린 공간'으로써 민주적인 소통과 교류가 발생할 수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광화문 일대의 공간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적인 소통을 위한 운영과 광장문화의 복원, 생성이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광장과 녹지공간의 조성이 곧바로 시민 공간의 형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광장이 열린 공간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열린 공간'으로써 민주적인 소통과 교류가 발생할 수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이렇게 공동체 구성원 간의 '관계성'이 발현되는 곳으로서 광장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중앙녹지대 및 확대된 인도를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야 한다.

시청 앞 광장처럼 잔디를 깔아놓고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직접 몸으로 겪고 소통하는 '광장'이라기보다는 눈으로만 보는 '조경공간'이 될 뿐이다.

열린 공간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전제 아래 '광장문화'에 기반한 공간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구성원 혹은 이용자들의 자율적인 합의를 넘어서는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나아가 광화문 일대에서 시민들 간의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사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이서울페스티벌'같은 '관변 축제'가 아닌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 카니발 문화교육과 시민축제가 기획되고 운영될 필요가 있다.

동네 꼬마들이 뛰놀던 공터, 아주머니들이 수다 떨던 평상은 어디로 갔는가

소통과 교류, 관계성의 관점에서 볼 때, 사실 광장은 멀리있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적 동네 꼬마들이 뛰놀던 공터, 시장 한 켠 약장수가 약을 팔며 차력을 하던 시장터, 동네 아주머니들이 일상을 나누던 평상이 바로 '광장'이다.

2002년 월드컵의 거리응원과 촛불시위에서 '광장문화'의 단초를 발견했지만 2006년에 그렇지 못했던 것은, 바로 물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통과 교류, 그리고 한국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성 복원의 가능성의 존재유무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화문 일대의 변화가 권력의 공간, 정치·경제가 과잉된 공간이라는 내적 질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단순한 예산 낭비에 그칠 수 있다. 광화문 일대의 공간 변화는 내용과 관계, 운영의 변화로 이어져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 광화문 일대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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