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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와 단합할 때가 아니다"

<고성국의 정치분석ㆍ6> 이명박이 손 내밀 대상은...

이명박 후보가 이겼다.

승인은 역시 '경제를 살릴 능력 있는 후보'라는 포지티브 캠페인이 네거티브 공세를 이겨낸 데 있다고 해야 되겠다. 박희태 선대위원장의 말마따나 과연 경제살리기라는 '시대정신'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선거였다. 물론 그렇다 해서 네거티브 공세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는 말은 아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400여 표 뒤질 만큼 막판 고전한 것을 네거티브 효과 말고 뭘로 설명하겠는가?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제 살리기를 선택한 것이지, 여러 의혹들이 모두 해소되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 되겠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본선 레이스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무엇을 위한 정권교체인가

이명박 후보의 후보 수락 연설문은 '정권 교체를 위해 단합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당의 공식후보로서 행한 첫 번째 연설이 국가 경영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단합을 호소한 것이었다는데 그가 처한 정치적 현실의 어려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 20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한 캠프 관계자들이 이명박 박근혜 가면을 쓰고 화합의 장미꽃을 참석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당의 단합은 경선이 시작된 후로 당 안팎에서 줄곧 제기되어 온 문제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경선 불복으로 인한 대선 패배의 경험과 도를 넘는 네거티브 공방 양상으로 인해 경선 못지않게 경선 후 당의 정비 문제가 중요한 현안 문제로 취급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나라당의 사정이었다.

이러한 정황은 "내가 이기면 박근혜 후보에게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겠다"는 경선 전날의 발언과 "정권교체의 길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달라"는 후보 수락 연설문의 발언에서 절박하게 읽힌다. 어디 이명박 후보뿐이랴. 한나라당 안팎은 물론 보수 언론들까지 이명박 박근혜 경쟁을 부추겨 온 지금까지의 보도 행태와는 180도 다른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경선 불복해서 성공한 사람 없다'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를 대단한 역사적 교훈이나 발굴한양 기사화 할 정도이니 과연 우리 언론들 발 빠른 건 알아주어야 하겠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후보로서 첫 번째 공식 메시지인 후보 수락 연설인 만큼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고 보면 연설의 요지, 즉 "정권 교체를 위해 단합하자"는 주장이 과연 무엇을 위한 정권 교체이고 어떻게 단합하자는 것인가 하는 점이 좀 더 분명하게 설명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 동안 한나라당이 습관적으로 써온 '잃어버린 10년'을 끝내고 "10년 동안 기다려 온 정권 교체를 이번만은 성공시키자"는 어법대로라면 정권교체는 좌파 정권에 넘겨준 정권을 되찾아오는 일이 될 터이다. 조선일보 류근일 논설위원의 표현에 의하면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합작 노선'에 대해 대치전선을 치고 '1948년 건국 정신을 회복'하는 정권 교체이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일부 극우 수구세력들에게 이러한 '시대적 과제'는 너무도 당연한 지상과제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요청받은 이명박 후보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숱한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려달라'고 자신을 선택해준 유권자들에게 후보는 과연 뜬금없고 느닷없는 과거의 낡은 이념대립구도로 대답할 것인가, 아니면 극우수구세력의 '요청'을 뿌리치고 자신이 원래 설정했던,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경제살리기'라는 미래의 약속으로 대답할 것인가. 당연한 것 같은 정권교체론에도 이와 같은 간단치 않은 선택의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누구와 단합할 것인가

어떻게 단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 또한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명박은 후보가 되는 순간 박근혜 지지율의 70%가량을 흡수해 단숨에 지지도를 60% 가까이 끌어 올렸다. 뿐만 아니라 여권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4배 가까운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대단한 기세라 아니할 수 없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이러한 압도적 지지는 61.6% 지지라는 한나라당 초유의 정당지지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다.

그러나 선거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범여권이라 해서 박근혜가 마지막까지 보였던 투혼을 보이지 말란 법 없고 '선거인단 역전'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더구나 본선에는 역전극을 다시 뒤집을 여론조사도 없지 않은가. 후보로 결정되자마자 '기다렸던 약한 후보'라는 반응이 범여권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을 정치공세라고 마냥 무시할 수 있을까? 박근혜 캠프가 마지막까지 몰아붙였던 '완주할 수 없는 이명박'이라는 공세가 과연 이판사판식 정치 공세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이 같은 엄중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명박 후보가 절박하게 손을 내밀어야 할 대상은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해 준, '경제 살리기'를 목 타게 기다리는 대다수 국민이어야 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그를 온갖 네거티브로부터 지켜준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장에서 단합을 향한 그의 손은 국민이 아니라 당원들에게로 향했다. 박근혜 후보와 박근혜 캠프로 향했다. 이러한 단합을 국민들은 과연 '자신들과의 단합'이라고 받아들일까?

그의 말대로 우리 정치는 지금 뺄셈과 덧셈의 기로에 서있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도, 범여권 주자들도 싫든 좋든 덧셈의 레이스를 뛰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1차적 요구라는 점이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너무도 분명히 밝혀졌으므로.

그러므로 "정권교체를 위해 단합하자"는 구호를 미래를 향한 덧셈 정치로 구체화해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12월 19일은 그의 말과는 달리 정권교체의 '그 날'이 아니라 불임정당 한나라당의 종언의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명박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단합하자"면서 당 안의 박근혜를 보고 있는 동안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조용히 문을 닫은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덧셈 정치를 위해 민주신당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과연 당 안을 보고 있을까. 당 밖을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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