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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리고 미술가를 사랑했던 이 시대 '종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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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리고 미술가를 사랑했던 이 시대 '종자기'

미술평론가 이규일 씨 소장품전 열려

20여 년의 미술전문기자 생활에 이어 퇴직금과 집값을 털어 미술전문지를 창간한 사람. 그건 누가 봐도 명예나 돈을 위한 행보가 아니었다. '미술이 좋아 평생 한 길을 걸어온 사람'. 미술평론가 이규일 씨를 아는 이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그가 위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미술계가 유례없이 '뭉치게' 된 것은 때문에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었다. 갤러리 대표는 공간을 마련했고, 출판을 하는 이는 도록을 인쇄했다. 그렇게 마련된 이규일 씨의 소장품전 '맑고 격 있는 이규일 수장 청완(淸玩) 작품전'이 1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리씨갤러리에서 열린다.
이규일 씨는…

196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1세대 미술전문기자로 활동했다. 김은호, 김기창, 장우성 등 유명 작가들의 일대기를 다룬 연재는 특히 유명하다.

호암갤러리 전문위원, <월간미술> 주간을 역임했으며 1999년 미술전문지 월간 <아트인컬처(Art in Culture)>를 창간했다. 2006년 한국미술감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미술가의 명성과 작품이 아닌 인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 이종상 <호랑이> ⓒ프레시안

전시는 지난 40여 년간 미술계에서 그가 이룬 폭넓은 활동상을 보여주듯 풍성하고 다채롭다.

취재 도중 직접 구입하거나 작가들과의 교우 과정에서 소장하게 된 회화(130여점), 조각(18점), 도자 및 도화(20여점), 목기(4점) 등 총 1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해 50여 명의 작가, 화랑인, 평론가들이 결성한 '이규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10여 점의 기증작품을 내놓았다.

김기창, 김상옥, 김은호, 김종학, 서세옥, 이숙자, 이종상, 장욱진, 조덕현, 하종현, 황영성, 황창배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에 앞서 이규일 씨는 "종자기(진나라 거문고 거장 백아의 연주를 이해해 백아절현이라는 고사를 낳았던 이)를 따르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나는 세상이 미술가의 작품에 환한 조명을 비출 때 되도록이면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미술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록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들은 그의 이 같은 철학을 잘 보여준다. 인사동 길거리에서 화랑으로, 작가의 화실에서 여행지까지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40년 한국 미술계 속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1981년 운보와 나는 세계일주 화첩기행을 떠날 수 있었다. 유럽, 미주, 아프리카의 16개국을 도는 동안 숱한 고생을 했지만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세계 각국의 문화재며 박물관, 미술관을 본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가에 도착할 때마다 신명나게 캔버스에 일필휘지로 스케치를 하던 그도 노르웨이 피오르드 협곡 앞에서는 잠시 힘을 잃었다. 그는 "저 폭포에서 물이 펑펑 쏟아지는 소리를 들었으면 오죽 좋을까? 라고 말했다.


모두가 알아주는 화단의 거목인 그에게 깎아 지른듯한 피오르드의 절경은 너무나 좋은 그림의 소재이기에 앞서 '벙어리'인 자신의 아픔을 다시 느끼게 해 주는 사물로 비쳐졌던 것 같았다.

그 뒤 나는 그의 작품이 아닌 인간적인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한 미술가의 명성과 작품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이규일, '맑고 격 있는 이규일 수장 청완 작품전'에 부친 글 중)
▲ 이규일 씨(왼쪽). 1981년 운보 김기창 화백과 세계일주를 하던 당시 모습(오른쪽) ⓒ이규일

"한 미술전문기자의 안목을 느낄 수 있는 기회"

박래부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은 "그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반갑게 대하고, 항상 기분 좋은 농담을 주고받을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명랑한 선배"라며 "그러면서도 경위와 사리가 분명하고, 때로는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시시콜콜한 뒷얘기까지 꿰고 있는 미술계의 산 증인"이라며 미술계가 이번 전시회를 위해 힘을 모으게 된 계기를 밝혔다.

박우홍 동산방 대표는 "이번 전시는 미술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이규일 선생님의 안목을 그대로 보여주듯 질이 상당히 높은 작품들이 많다"며 "오랜시간 미술전문기자로 활동해 온 한 사람의 안목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 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리씨갤러리 홈페이지(www.leecgallery.com) 또는 전화(3210-0467)를 통해 할 수 있다. 17일부터 28일까지(오전 10시~오후 6시). 전시기간 중 무휴.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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