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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로는 중간층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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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로는 중간층 잡을 수 없다

<고성국의 정치분석ㆍ5>DJP연합ㆍ후보단일화의 교훈

정치학자 쉐보르스키에 의하면 "결과가 예정된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예측 가능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1997년 선거와 2002년 선거는 민주주의 선거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두 선거 모두 마지막까지 박빙이었던데다가 1997년에는 DJP연합,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라는 막판 변수에 의해 선거판 전체가 크게 출렁였던 선거였기 때문이다.

중간층ㆍ부동층 영향 더 증가할 것

김대중의 'DJP연합'과 노무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중간층에 대한 공격적 공략이라는 전략적 공통점을 보여준다. 두 선거의 표차가 30여만~50여만 표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중간층에 대한 이들의 공격적 전략이 선거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음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간층 변수는 이번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좌ㆍ우'라는 전통적 대립전선이 무너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중간층으로 위치짓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을 뿐만아니라 범여권의 지리멸렬로 인해 중간지대로 몰리는 정치적 부동층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해 지난 4개월 동안 41%가 지지후보를 바꿨다는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보의 정책ㆍ비전ㆍ능력ㆍ도덕성 등 모든 면이 지지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번 조사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여ㆍ야 후보들이 고정 지지표 관리에 더 애를 먹게 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부동층과 중간층 공략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미국 선거가 예선에서는 양극단으로 몰리다가 본선에서는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중간층 공략과 무관치 않다. 예선전에서는 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대한 고려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은 더 진보적'으로 '공화당 후보들은 더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되나 일단 후보가 되고 나면 승패를 결정짓는 관건인 중간층 획득을 위해 '민주당 후보는 좀 덜 진보적'으로 '공화당 후보는 좀 덜 보수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표 있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정치인들의 생리이니, 미국 선거에서 보이는 이러한 움직임 또한 분명 중간층의 위력을 보여주는 증거일 터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사실 그 동안 예선에서는 이말하다 본선에서는 저말하는 후보들의 "신뢰하기 어려운" 행태 또한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예선이 더 이상 '자기들만의 잔치'가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미디어 정치, 인터넷 정치의 출현으로 예선과 본선에서 다른 얘기를 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즉각 "신뢰성의 문제"가 제기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선에 강한 후보와 본선에 강한 후보라는 이율배반적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사실 당심과 민심의 문제는 정당사상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결사체'라는 정당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할 경우 당의 후보는 당원들의 뜻, 즉 당심을 잘 반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그 후보가 당심에 충실한 나머지 다소 극단적인 주장까지 함으로써 선거에 졌다 하더라도 그걸 나무랄 수는 없는 법이다. 왜냐하면 그 후보는 당심을 대표하는 정당후보로서의 의무에 충실했으므로. 그러나 정당이란 '정권을 획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 결사체'라는 또 다른 사전적 개념에서 보면, 민심과 동떨어진 당심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당 후보로서의 의무를 다했다 하기 어렵다. 당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되풀이 했을 뿐 정권 획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앞의 논의는 고전적 정당들, 특히 계급정당에 적합한 것이고 뒤의 논의는 현대적 정당들, 특히 대중정당에 적합한 것이다. 물론 현대의 대중정당이라 해서 당심이 없을 수는 없으나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일상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적 정당들과 다르다. 당 경선에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을 참여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일반 국민대상의 여론 조사까지 반영하고 있는 최근의 경선 양상도 결국은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중간층은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를 요구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면 대중정당들간의 정권 경쟁이 일반적인 현대정치에 있어 당심을 민심과 일치시키려는 노력, 더 나아가 당의 후보를 민심의 바다에 띄우려는 노력은 선거전의 핵심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여야 모두 자신들의 후보를 결정함에 있어 민심에 부합하는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선이어야지 본선과는 상관없는 경선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문제는 다시 중간층이다. 본선 승리의 관건을 쥐고 있는 집단이 중간층이므로 여야는 예선전을 자신의 지지기반뿐 아니라 중간층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내는 '+α 과정'으로 치러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네거티브 공방이 중간층의 지지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야 모두 한번쯤 환기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네거티브는 상대를 죽이는데 그치지 않고 당으로부터 중간층을 떠나게 하고 이들을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만드는 자해적 행동이다. 여고, 야고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로 경쟁해야 하는 이유는 승패의 키를 잡고 있는 중간층이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다시 중간층이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포지티브 경쟁이라는 사실을 여야는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DJP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어떤 형태로든 중간층과 부동층에서 '+α'를 포지티브 방식으로이끌어 냈다는 사실이야말로 다시 중간층을 들여다보고 지금까지의 네거티브 경쟁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유력한 근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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