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 결과 땅의 소유자였던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와 이 후보의 맏형 이상은 씨 두 사람 중, 이상은 씨의 매입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 매입자였던 김재정 씨의 경우 본인 소유의 지분이었던 것으로 결론 내려졌으나, 이상은 씨의 토지 매입 자금은 본인의 주장과는 달리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자금 출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최재경 부장검사)는 13일 오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상은 씨는 김재정 씨와 함께 매입한 도곡동 땅의 매입자금 7억8000만 원의 출처에 대해 골재 채취 및 현대건설 납품이익, 젖소 판매 대금, 일본 식품회사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중개 수수료 등으로 조달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객관적 증빙자료가 전혀 없고, 자료 제출을 요구해도 이상은 씨가 거부하고 있다"며 매입자금 출처가 이상은 씨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도곡동 땅을 팔아서 번 자금의 사용처도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상은 씨가 매각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흔적이 없다. 또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금리가 낮은 채권 등 간접투자상품에 10년 이상 넣어두고, 2002년 7월부터 5년 동안 매달 2000만~4000만 원씩 15억 여원을 97차례에 걸쳐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매우 이례적인 거래 양태"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씨는 인출한 현금에 대해 본인과 아들의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금으로 인출할 이유가 없는데다 97차례 중 15차례는 해외 출국 때 인출됐으며, 자금관리인인 이모 씨와 전혀 통화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이 수상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이상은 씨 본인 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 씨의 소득규모나 소비형태,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볼 때 이 돈을 이상은 씨가 아니라 계좌관리인인 이모 씨가 거래하고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돈의 실제 주인은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도곡동 땅은 이상은 씨 소유라기보다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며 "제3자를 가려내기 위해 실제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이모 씨를 조사해야 되지만 자금관리인이 출석에 응하지 않아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정 자기 돈 맞고, 이상은 자기 돈 아니고….
반면 이상은 씨와 공동으로 도곡동 땅을 매입했던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는 상당한 재력을 바탕으로 도곡동 땅을 매입했고, 매각 후 남긴 막대한 시세차익도 상당액을 아직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현대건설 퇴직금, 아파트 매도 자금, 부친이 지원한 자금 등으로 매입자금 7억8000만 원을 마련했고, 도곡동 땅을 판 뒤 땅 판 돈을 양도소득세와 ㈜다스 출자금, 개인적 주식투자 등에 썼으며, 30여 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현재 120억 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포스코개발의 도곡동 땅 매입 의혹과 관련해, 당시 매매가 포항제철 회장이던 김만제 한나라당 고문에 의해 이뤄졌던 것으로 검찰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 고문이 검찰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포스코 관계자들은 해당 대지를 아파트 개발 용지로 매수 검토하다 수익성이 없어 포기했으니, 포스코 고위 관계자가 가격까지 '265억 원'을 제시하며 매수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사실상 김만제 씨가 매입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당시 김만제 씨가 실무 부서의 의견을 묵살하고 도곡동 토지 매입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지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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