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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김정일과 각 세우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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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 김정일과 각 세우는 속내는?

[해설]보수표 결집에는 도움...'발목잡기' 될 수도

이달말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공식화되면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에도 '정상회담 변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한나라당 대의원과 당원, 그리고 지지자 등이 참여하고, 정상회담과 관련해 후보들 간에 큰 입장 차이는 없다는 점에서 경선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상회담 변수가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넘어갔을 대북정책이나 대북관과 관련된 각 후보들의 발언에 새삼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0일과 11일 열린 전주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에서도 '정상회담'이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이명박 "김정일은 내가 대통령 되는 게 싫은 듯"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태도. 예상과는 달리 이 후보는 원래 이념적으로 좀 더 오른쪽에 서있는 박근혜 후보보다 더 '원칙적'이면서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이 후보도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전주 합동연설회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도 내가 대통령 되는 것을 싫어하는 듯하다. 노 대통령도 내가 대통령 되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 두 분이 만나서 엉뚱한 짓을 하면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질풍노도와 같은 세월을 살아온 나 같은 사람만이 김정일과 북한을 상대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7일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북은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하더니 지금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이명박은 안 된다'고 직접 거명하고 있다"면서 "김정일은 다음 정권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 (남한의 적화통일이) 성사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명박은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향군인회 측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자 외신기자들과 간담회 내용을 소개하면서 "유럽 기자의 '김정일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세계에서 가장 최장수 집권한 가장 실패한 지도자'라고 말해 기자가 깜짝 놀라 다시 한번 더 묻더라"고 비판적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김정일과 맞장 뜨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강조
  
  이 후보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발언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되면서 결집 현상을 보이고 있는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인질 피랍사태부터 남북정상회담까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으로 보수층의 결집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도 "'한반도 평화비전'이 경선 이후 확정됐다면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경선에서 보수적인 대의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재향군인회 등을 자리에서 한나라당 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형근 의원이 내놓은 당의 신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한나라당이 채택할 수 없는 안"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었다.
  
  또 김정일에 맞서는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이를 통해 지난 2002년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 경험을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또 박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해 보수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할 수도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11일 TV토론에서 '10만원권 고액권 화폐의 초상인물로 누구를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가 한국은행이 정한 10명의 후보에 있지도 않는 '광개토대왕'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이 후보는 이 질문에서 '신사임당'과 '광개토대왕'을 대비시키면서 간접적으로 박 후보와 자신을 대비시켰다. '광개토대왕'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10명의 후보군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10만원권 화폐 초상인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이명박 비토'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은 안 된다"는 북한의 입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도 일관성 없어"...본선에선 발목 잡는 발언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이 후보에게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결코 득이 될 게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재천 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지난 2006년 6월 이명박 후보가 개성공단을 방문해 한 발언 등 이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정형근 의원이 주도한 신대북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지금은 정치적 이유로 강경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일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최 의원은 "이 후보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일관성이 없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남북문제까지도 확고한 비전과 정책적 소신이 없다면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또 이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다면 이후 본선 국면에서 이 같은 강경 발언이 문제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대북정책과 관련된 입장 차이가 주요한 전선으로 부각될 것이라면서 "이 구도가 계속된다고 보면 이 후보는 통일문제와 관련해 (여권 후보와) 대척점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만 교수는 이 후보의 김정일 비판 발언에 대해 "보수표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런 발언은 후보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대선캠프의 다른 사람이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점에서 캠프 자체의 분업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각국 지도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금기시하는 게 외교적인 관례이기 때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강경 입장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층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경선전과 달리 본선에서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 또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 외에도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 계층의 지지 때문이라는 점에서도 강경한 대북관을 일관되게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서 교수는 "경선과 본선 국면에서 대응이 좀 달라질 수 있다"며 "정상회담의 성과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민 대표도 "보수적인 대의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경선이 끝나고 후보로 확정된다면 전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면서 "평화 이슈를 무력화시키고 중도 표를 가져오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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