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상회담과 범여권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상회담과 범여권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

<고성국의 정치분석ㆍ4> 진정성ㆍ절박함 없는 정치권

많은 사람들이 자못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선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양 캠프가 '예선만 이기면 본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한 중진 인사의 다음과 같은 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되짚어볼 만하다.

"얼마 전까지는 그런 사람들이 다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나라당 안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권과의 본선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20~30명의 여권 후보들은 모두 각자의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데 이 표들이 모이면 눈사람처럼 점점 커져서 결코 무시 못 할 후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본선이 예선보다 훨씬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고들 생각하고 있다."

그의 발언에는 정치적 수사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비장함이 묻어난다. 분명히 이번 선거에 임하는 한나라당과 범우파의 자세에는 지난 1997년이나 2002년과는 다른 절박한 그 무엇이 있는 듯하다. 그것이 권력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든, 범우파 총궐기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든 간에 말이다.

범여권 '도토리 주자'들이 여유로운 이유는...

이에 비해 범여권의 분위기는 더 할 수 없이 한가하고 태평스럽다. 20여 명에 이르는 고만고만한 후보들의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 양상도 그러려니와, 그 와중에 간신히 만들어낸 신당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나, '반노(反盧)', '비노(非盧)', '친노(親盧)' 같은 자해적 편가르기를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들이 범보수 진영과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범민주 개혁 세력"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범여권의 여유와 태평스러움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대선은 박빙으로 치러질 것이다. 이번에도 30만~50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그러니 2%니 3%니 하는 지금의 지지율이 무슨 소용이랴. 범여권 후보가 되는 순간 한나라당과의 양자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것이고 반한나라당, 비한나라당 표는 나에게 모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예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본선은 따 놓은 당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해 볼만한 싸움이라는 얘기다. 이러니 조금의 지지기반만 있으면 누군들 뛰어들고 싶지 않겠는가? 더구나 상대들이란 고작해야 2%, 3% 지지율에 불과한 약체 후보들이지 않은가?

범여권의 이 같은 낙관주의의 이면에는 '한나라당이 싫으면 나한테 오겠지. 당신들이 어디로 가겠는가'라는 막가파식 계산법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바로 이런 계산법 때문에 범여권의 대통합도 대의명분이 아니라 정치 공학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 민생, 평화, 개혁'의 내포는 실종된 채 '반한나라당'이라는 형해화된 외연만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범여권의 움직임이 친노, 반노, 비노라는 자해적 편가르기에 함몰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까지 해야 될지 모르겠다. 반한나라당이라는 외연 아래에서 자신을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하기 가장 손쉬운 준거점이 친노, 반노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를 선거 구도로 밀어붙이는 이 같은 한편으로는 오만하고, 또 한편으로는 치사한 선거 전략이 먹혀들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 해서 다시 정권을 창출한다한들 그 정권이 과연 역사적으로 더 정당성 있는 정권일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진정성과 절박함이 힘이다

민주, 민생, 평화, 개혁의 내포를 상실한 채 '반한나라당'이라는 외연만으로 어설프게 전선을 치고 있는 범여권에게 이번의 남북정상회담은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겠다. 매우 손쉽게 민주, 민생, 평화, 개혁의 내포를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들이 일제히 단순한 지지가 아니라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자신의 역할을 부각하는 발언을 하는 양태가 범여권 내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파괴력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그러나 지금껏 정치 공학에 함몰되어 있던 후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한다 해서 과연 민주, 민생, 평화, 개혁의 내포가 온전하게 채워질 것인가. 평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와 민생과 개혁은 또 어쩔 것인가. 절박함 없는 담론, 진정성 없는 정치기획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반성적으로 성찰할 일이다.

이 점에서 "상당히 전향적"이라고 평가받은 신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을 당론으로 검토 중인 한나라당이 막상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조건부 수용'이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습 또한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터이다. 시대변화를 주도하지 못한 채 '반노'와 '반좌파'의 반사이익에 기대 과거의 관행과 구습에 안주해 온 공룡과 같은 한나라당의 모습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권력에 대한 절박함은 있으나 비전에 대한 진정성은 찾기 어려운 한나라당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하여 범여권이 비전의 '진정성'과 전선의 '절박함'으로 재무장한다면 범여권의 '낙관주의'에 나름의 근거가 갖춰질지도 모르겠다.

어려울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혼란스러울수록 정도를 가야 하는 법이다. 진정성과 절박함이야말로 어떤 정치공학보다 강력한 힘이라는 점을 먼저 깨닫는 자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임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