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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도 만나는데, 우리도 고객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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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도 만나는데, 우리도 고객을 만나고 싶다"

[현장] KTX·이랜드 여성 비정규직 "우리는 버림받은 국민인가?"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인질들 소식에는 다른 이들보다 유난히 더 가슴이 아팠었다. 이유는 같았다. "대형 뉴스에 묻혀 우리 얘기는 신문에 더 나오기 힘들겠구나" 싶어서다.

"50년 넘긴 민족의 한을 풀기 위해 정상회담이야 꼭 필요한 것이지만 언론마저 우리를 외면하면 더 해결이 어려워질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는 이들은 세대도 다르고, 일하던 곳도 달랐지만 한 사람은 500일이 훨씬 넘도록, 또 한 사람은 두 달이 다 돼 가도록 파업을 벌이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의 대명사로 불렸던 KTX·새마을호 승무원들과 최근 새로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는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더이상 손으로 헤아리기도 힘든 날들을 싸웠지만 좀처럼 일터로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9일 오전 한 자리에 모였다. "노동부가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책임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 9일 오전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비정규법 전면 재개정, 노동부 규탄 결의대회'에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노동자들(왼쪽)과 KTX·새마을호 승무원(오른쪽)들이 함께 모였다. ⓒ프레시안

"이 정부가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비참하게 만든다"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비정규법 전면 재개정, 노동부 규탄 결의대회'에서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공공부문의 KTX·새마을호 승무원들과 민간부문의 이랜드 비정규직이 한 자리에 모인 이 자리는 오늘 우리 사회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은진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도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창피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 정부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너무 비참하게 만든다"고 털어놨다.

이어서 이들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노동자를 위해 제 할 일은 하는 것이 노동부의 책임인데 우리는 그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관련 기사 : 이랜드 사태,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가 만들어낸 법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서 비정규직이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불타고 있는 '비정규악법.'ⓒ프레시안

이상수 장관은 KTX 승무원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직접고용이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6월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포함시켜 해결하겠다는 언급도 했었다. 하지만 "관계부처의 반대가 심했다"는 이유로 KTX 승무원들은 공공부문 대책에서 제외됐다. "승무원들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아니었던 만큼 공공부문 대책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며 "승무원 직접고용은 안 된다"는 철도공사의 입장을 모르지 않았을 이상수 장관이다.

이랜드 문제의 경우에도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만들어낸 비정규직법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상수 장관은 점거 초기에 "이랜드의 대응이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고 비판해 놓고 이들의 점거 농성으로 비정규직법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자 "노조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한다"고 말을 바꿨다. 더욱이 정부는 사상 유례 없는 두 차례의 공권력 투입으로 이랜드 사측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민세원 지부장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관계부처나 개별 기업이 못 받아들이는 것은 차치하고 제 할 몫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이 장관은 KTX 승무원 문제든, 이랜드 문제든 언제나 포퓰리즘적인 립서비스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가 만들어낸 법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서 비정규직이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 나라 국민들의 한(恨)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전날 발표된 2차 남북정상회담도 화제에 올랐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나 역시 남북정상회담을 간절히 원하지만 이 땅의 여성 노동자의 절망은 모른 척하면서 정상회담이 웬말이냐"며 "노무현 대통령은 KTX·새마을호 승무원들과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 놓고 평양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현 뉴코아노조 평촌지부장도 "50년도 넘은 민족의 한을 풀어내기 위한 남북정상회담도 참 중요하지만, 제 나라 국민들의 한도 풀어줘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4월 17일 홈에버 시흥점에서 해고됐다가 지난 3일자로 복직명령을 받은 호혜경 조합원도 마이크를 잡았다. 18개월 이상 근무자는 계약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할 수 없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이 해고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호혜경 씨는 "그토록 바랐던 일이건만 그동안 나에게 준 고통에 대해 사과 한 마디도 없는 명령서를 받아들고 기분이 더 안 좋았다"며 "복직 명령을 받았지만 나도 조합원인 만큼 동료들과 같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일 이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이들은 "그토록 어렵다던 남과 북의 정상도 다시 만난다는데 우리도 현장으로 돌아가 고객들을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하고 있었다.
▲ 연일 이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이들은 "그토록 어렵다던 남과 북의 정상도 다시 만난다는데 우리도 현장으로 돌아가 고객들을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이은진 새마을호승무원 대표, 한동현 뉴코아노조 평촌지부장,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장, 호혜경 이랜드일반노조 시흥분회 조합원.ⓒ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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